‘시험지 유출’ 숙명여고 교사 징역 3년6월 “쌍둥이딸 공모도 인정”

[이슈]by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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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이 2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쌍둥이 딸에게 시험 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는 23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씨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현씨 범행으로 숙명여고뿐 아니라 다른 학교의 공정성까지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돼 교육 현장 신뢰가 떨어져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정황상 쌍둥이 딸들이 현씨가 유출한 정답에 의존했거나 최소한 참고했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 판사는 “현씨 교무실 자리 바로 뒤에 출제 시험지를 보관하는 금고가 있었고 비밀번호를 알고 있어 언제든지 열어 볼 수 있었을 것”이라며 “두 딸의 성적이 같은 시점에 중상위권에서 최상위권으로 단기간 향상됐음에도 교내 정기고사 외에는 그러한 성적 향상이 감지되지 않는 점을 볼 때 정정 전 정답 등을 사전에 입수해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풀이과정 없이 물리1 과목 등을 만점 받을 단 하나의 가능성은 교사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천재라는 것이지만 쉬운 문제에만 풀이과정을 쓰고 어려운 문제엔 풀이과정을 쓰지 않는 등 천재일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를 이를 근거로 “딸들의 공모관계도 추인된다”고 덧붙였다.


현씨는 선고를 듣는 내내 굳은 표정으로 재판장을 응시했다. 현씨 측 변호인은 선고 도중 “이해 안되는 것 잠깐 말해도 됩니까”라고 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방청석에는 숙명여고 졸업생들도 모교 후배와 은사에 대한 재판 결과를 지켜봤다.


현씨는 숙명여고 교무부장으로 근무하던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지난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5회에 걸쳐 교내 정기고사 답안을 같은 학교 학생인 쌍둥이 딸들에게 알려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쌍둥이 자매는 1학년 1학기에 각각 전교 59등, 121등을 했으나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갑자기 문ㆍ이과 전교 1등을 석권했고, 이 때문에 학부모들 사이에서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버지 현씨가 시험문제를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14일 결심 공판에서 “죄질이 불량하고 개전의 정이 없다”면서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앞서 재판 과정 내내 현씨와 두 딸은 혐의를 전부 부인했다. 현씨는 답안을 유출하지 않았다며 두 딸이 열심히 노력해 성적이 오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두 딸 역시 법정에 나와 “오로지 실력으로 1등한 것인데 아버지가 같은 학교 교무부장이라는 이유로 다른 학부모와 학생들의 시기 어린 모함을 받는다고 생각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맞다”고 증언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2019.05.2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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