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100배 수익”… 금융상품 가장한 ‘FX렌트’ 주의보

[비즈]by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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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를 중심으로 고수익을 내걸며 투자자를 유혹하는 렌트 방식의 FX마진거래가 확산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외환거래로 24시간만에 1만원을 100만원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알려진 A업체의 홈페이지에 접속하자 이런 문구가 나왔다. 대번에 속임수일 거란 의심이 들지만 업체는 “100% 합법”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루에 100배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이 투자는 이른바 ‘렌트(Rent) 방식의 FX마진거래’다. 이 업체는 모바일, PC로 24시간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도 내세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얼핏 금융투자상품처럼 보이지만 도박에 가까운 서비스”라며 “투자금을 날릴 가능성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렌트 방식’이라는 신종 거래기법을 이용해 금융상품을 가장한 렌트 방식 FX마진거래(이하 FX렌트)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환율이 들썩이는 시기엔 한층 높은 고수익이 가능하다며 소비자를 현혹하기 쉽다. 하지만 정작 이를 관리ㆍ감독할 관련 법규는 마땅치 않아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실정이다.


◇“사실상 도박” vs “정당한 투자”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FX렌트는 기존 파생금융상품인 FX마진거래와 연계한 사인 간 계약의 한 형태다. FX마진거래는 환율 등락에 연동돼 손익을 보는 외환 파생상품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개인이 FX마진거래를 하려면 증권ㆍ선물사에 계좌를 개설하고, 증거금 1만달러(약 1,200만원)를 예치해야 매매 주문을 낼 수 있다. 달러, 유로, 엔화 등 주요 통화에 기반한 파생상품에 투자해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을 거두는 구조다. 돈을 빌려 투자하는 ‘레버리지’도 가능해 실제 보유 자금의 10배까지도 투자할 수 있다. 대신 손해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는 극도의 고위험ㆍ고수익 상품이다.


이에 비해 FX렌트는 렌트 업체가 금융사에 계좌를 개설하고 증거금을 납부해 FX마진거래를 하면서, 특정 통화 가격의 매수ㆍ매도 ‘권리’를 투자자에게 대여하는 방식이다. 즉, 투자자는 렌트 업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FX마진거래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렌트 업체를 통하면 투자자 개인은 증거금을 낼 필요가 없고, 1,000원의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 FX렌트 거래는 또 대개 환율이 오를지 말지 선택하면 돼 투자방식도 매우 간단하다. 다만 업체의 선전대로, 환율 등락을 연이어 맞혀 원금을 두 배씩 불리면 1만원으로 하루 100배(100만원) 이상도 벌 수 있지만 반대로 한 번만 틀려도 투자금을 모두 날릴 수 있다. 예금자보호도 받지 못한다.


이에 대해 B업체는 “투자자가 업체에 투자비용을 지불하고, 손실 위험을 감수해 정당한 이익을 얻는 구조여서 도박이나 사행성 사업으로 볼 수 없다”며 “모든 렌트 업체가 불법을 저지르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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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X마진거래와 렌트 방식 비교. 그래픽=송정근 기자

◇사기 위험에도 법 사각지대


하지만 금융당국은 FX렌트의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FX렌트 거래를 내건 업체 중 일부는 마음만 먹으면 실제 FX마진거래는 하지 않고 투자자에게 돈만 받아 일정 수익을 배분하며 ‘돌려막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9월 경찰 수사에서 투자자에게 돈을 받은 뒤 외환거래는 하지 않고 도박 사이트처럼 운영한 일당이 적발됐다. 또 FX렌트 업체가 실제 환율 등락과 100% 일치시키지 않고, 시차를 두면 마음먹기에 따라 투자자를 속일 수도 있다. “눈감고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것 같은 투자”라는 게 당국 관계자의 평가다.


그럼에도 규제 방법은 마땅치 않다. 외환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2015년 대법원은 FX렌트를 두고 “금융상품이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FX렌트 업체는 금융사가 아니어서 자본시장법 등 금융 관계 법령의 규제도 받지 않는다. 당연히 금감원의 감독ㆍ검사 대상도 아니다.


만약 투자 과정에서 피해가 생기면 현재로선 사기 등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소ㆍ고발하는 게 유일한 대처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로선 제도권 내 상품인 FX마진거래와 FX렌트는 전혀 다르다고 홍보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답답해 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2019.06.2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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