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가십들 뭐가 잘못된 걸까? 나는 여기 있는데…”

[컬처]by 한국일보

솔로 앨범 ‘고블린’ 낸 가수 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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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가 지난달 29일 서울 코엑스 아티움에서 열린 팬미팅 ‘피치스 고블린’에서 팬들을 위해 노래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이야기는 해리성 장애를 가졌던 한 사람에 관한 내용입니다.’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ㆍ25)가 최근 낸 솔로 앨범 ‘고블린’의 동명 타이틀곡 뮤직비디오 서두에 나오는 자막이다. 설리는 앨범에 담긴 모든 곡을 작사했다. ‘고블린’의 뮤직비디오 도입부에서 그는 “설리들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며 “가끔은 그들이 나인가 싶기도 하다”고 독백한다. 이어 “그냥 다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인다. 해리성 장애는 자신의 정체성과 의식 등이 붕괴된 증세를 뜻한다. 실제 설리가 이 증세를 앓은 것은 아니다. 다만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니. 나는 여기 있는데”라는 가사에서 짐작할 수 있듯 자신의 내면이 고통스러운 상황을 겪었음을 암시한다.


도깨비라는 뜻의 ‘고블린’은 설리가 키우는 고양이 이름이기도 하다. 설리가 고양이 고블린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처음 공개했을 때, 대중의 반응은 마냥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대다수 고양이와 달리 털이 없고 주름이 많은 외견이 낯설었던 것이다. 설리는 이들이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자신을 향한 그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서울 코엑스 아티움에서 열린 첫 팬미팅 ‘피치스 고블린’에서 “SNS에 고양이 고블린을 향해 ‘징그럽다’ ‘자기 같은 것만 키운다’며 무서워하는 글이 많았다”며 “(노래로) 선입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설리는 온라인에서 논쟁적 인물이다. 사람들은 그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과 사진을 보며 강하게 비난하거나 열광한다. 그가 대중에게 가장 시달렸던 때는 겉옷 안에 속옷을 안 입고 찍은 사진을 SNS에 게재한 이후다. 수많은 기사가 쏟아졌고, 그 아래엔 ‘관종(관심종자)’이라는 악성 댓글이 끊임없이 달렸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상당수는 설리가 페미니스트를 자임했다고 해석했다. 일명 탈 코르셋을 했다는 것이다. 설리는 이를 분명하게 답하진 않았다. 그는 지난달 21일 첫 방송한 케이블채널 JTBC2 예능프로그램 ‘악플의 밤’에서 “편안해서 속옷을 착용을 하지 않는 것이고, (속옷은) 필수 의상이 아닌 액세서리라고 생각한다”며 “저를 보면서 ‘이런 사람도 있구나’라며 재미있어 하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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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는 지난달 29일 첫 솔로앨범 '고블린'을 발표하며 4년 만에 가수로 복귀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대중은 설리의 말과 행동을 이슈로 만들어 소비한다. 유명 아이돌 그룹 에프엑스의 멤버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그는 지금 여느 아이돌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2014년부터 3년 가까이 동료 연예인과 공개 연애를 했고, 대중이 즐겨 찾는 곳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데이트를 즐겼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배우에게 선배가 아닌 ‘씨’라고 호칭하며 자연스레 친근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사진으로 비난을 받으면, 침묵보다는 적극 반박했다. 연예인 관리에 유난히 신경 쓰는 대형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소속답지 않은 행동이다. 의도했든 안 했든 설리는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허물었다.


최근 설리는 대중 앞에 적극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네이버TV 등을 통해 선보인 ‘진리상점’ 시즌1이 그 시작이었다. 동명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그보다 설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녹아있다. 최근에는 앨범 발매에 맞춰 ‘악플의 밤’ 출연을 시작했다. 조만간 ‘진리상점’ 시즌2도 공개될 예정이다. ‘진리상점’을 기획한 김지욱 SM C&C CP는 “대본이 없고 상황만 주어진 형태로 촬영을 했는데, 설리는 그 안에서 자신이 어떤 것을 해야 되는지 명확히 알고 있었으며 본인이 생각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간 설리는 대중매체 출연에 거리를 뒀다. 2015년 에프엑스를 탈퇴한 이후엔 영화 ‘리얼’(2017)에 출연한 것이 전부였다. 그 사이 대중은 SNS 속 설리를 가십으로 소비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수로서나 연기자로서나 설리는 활동을 적게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중은 설리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모르니, 엉뚱한 쪽으로 그를 소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리는 ‘진리상점’ 시즌1에서 “예전에는 오해가 너무 많다 보니 도저히 이를 풀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며 “힘들더라도 소통을 해야지 상대방도 이해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 이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설리는 지난달 29일 팬미팅에서 “앨범을 통해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빨리 발매가 됐어야 하는데 여러 일들로 많이 미뤄졌다”고 말했다. 가십 바깥의 설리는 이제서야 기지개를 펴고 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2019.07.1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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