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여행 ]

처녀뱃사공 떠난 자리에 남강 노을보다 진한 핑크뮬리

by한국일보

함안 가을꽃 인생사진 명소2, 강주해바라기마을과 악양생태공원

물 오른 해바라기 언덕 노랗게 물들여… 핑크뮬리도 곧 절정

한국일보

함안 법수면 강주해바라기마을. 곡선 산책로 뒤로 노을이 지는 해질녘이 ‘인생사진’을 건지려는 여행객이 몰리는 시간이다. 15일까지 해바라기 축제가 열리고 있다. 함안=최흥수 기자

함안의 북측 저지대는 메기가 침만 뱉어도 침수된다고 할 정도로 홍수에 취약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제방 공사가 지속돼 법수면과 대산면은 현재 곡창지대로 변모했다.


함안천이 남강에 합류하는 지점 제방 안쪽에 ‘악양’ 생태공원이 조성돼 있다. 전망 좋은 바위 언덕에 중국 허난성의 누대 이름을 그대로 딴 ‘악양루’라는 정자가 있기 때문이다. 악양루를 가운데 두고 절벽 중턱에 목재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다. 거리가 짧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길을 걷는 내내 남강과 함안천이 부려놓은 모래톱과 늪지대 뒤로 드넓은 평야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악양생태공원에서 가을철 볼거리는 단연 분홍빛 핑크뮬리다. 아직은 붉은 기운이 어른거리는 정도지만, 9월 중순이면 남강의 노을보다 진한 핑크빛 잔치가 펼쳐진다. 지역에서는 이미 소문난 사진 명소다.

한국일보

악양루 목재 산책로에서 내려다본 풍경. 바로 아래가 함안천이고 위쪽이 남강이다.

한국일보

악양생태공원의 핑크뮬리. 서서히 붉은 색깔이 오르고 있다.

한국일보

악양루 가는 길의 목재 산책로. 짧은 거리여서 걷는 데 부담이 없다.

한국일보

악양생태공원의 처녀뱃사공 노래비.

한국일보

악양루 인근 도로변에도 대형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생태공원 정자 인근에는 ‘처녀뱃사공’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낙동강 강바람이 치마폭을 스치면, 군인 간 오라버니 소식이 오네. 큰애기 사공이면 누가 뭐라나, 늙으신 부모님을 내가 모시고, 에헤야 데헤야 노를 저어라 삿대를 저어라.” 50대 이상이면 한번쯤 흥얼거렸을 구수한 가락이다.


함안군은 ‘처녀뱃사공’이 가야읍과 대산면을 오가는 주민과 장꾼을 건네주던 실제 인물이라 주장한다. 1953년 9월 가야장(5ㆍ10일)에서 공연을 마치고 대산장으로 이동하는 유량극단이 함안천을 건너려고 나룻배에 몸을 실었는데 뱃사공이 20대 처자였다고 한다. 그녀의 사연을 듣고 지은 노래가 처녀뱃사공이다. 작사가는 바로 유랑극단 단장이자 가수 윤복희의 부친인 윤부길이다. 노랫말에는 함안천 대신 낙동강을 사용했다. 한국전쟁 당시 최후의 방어선으로 국민들에게 각인된 대중적 지명을 선택한 것이다. 악양루에서 함안천과 합쳐진 남강은 약 10km를 북측으로 흘러 창녕 남지읍에서 낙동강과 합류한다.

한국일보

여행객이 강주해바라기마을에서 ‘인생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일보

지난달 27일 개화 상황. 해바라기 축제는 15일까지 열린다.

한국일보

해바라기 밭으로 가는 길의 강주마을 벽과 담장은 원색의 그림으로 단장했다.

악양루에서 약 10km 떨어진 법수면 강주마을에서는 15일까지 해바라기 축제가 열리고 있다. 매년 여름 휴가철에 개화기를 맞춰 오다 올해는 한 달 가량 시기를 늦췄다.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조성한 해바라기 밭이 이미 마을 뒤편 언덕배기를 온통 노랗게 물들였다. 부드럽게 휘어지는 능선 뒤편으로 노을이 붉게 물들어 특히 해질녘이면 인생사진을 남기려는 여행객과 사진작가들이 몰린다. 올해 7회를 맞는 축제에는 먹거리 장터가 열리고 다양한 공연도 펼쳐진다. 한철 꽃 축제인지라 어느 정도 교통 혼잡은 감안해야 한다. 입장료는 성인 2,000원이다.


함안=글ㆍ사진 최흥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