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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수학여행 코스는 잊자…
뻔하지 않은 1박2일 경주여행

by한국일보

SRT+시내버스, 마음대로 경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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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보문단지의 보문콜로세움. 어른들을 위한 추억의 캐릭터와 피규어 등을 전시한 키덜트뮤지엄이 입주해 있다.

신라의 수도, 천년 고도 경주는 오랫동안 수학여행 명소의 지위를 누려오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을 비롯해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등 역사 교과서에 수록된 문화재와 관광 자원이 가득한 덕분이다. 그러나 세월 따라 유행이 변하듯 경주 여행도 수학여행 일변도에서 자유여행으로 바뀌고 있다. 유명 관광지를 고집하지 않고 취향에 맞게 자연, 박물관, 먹거리, 숙박 등을 선택하는 추세다. 뻔하지 않은 나만의 경주 여행, 이런 코스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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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T 수서역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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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 신경주역. 시내버스로 경주 시내 중심부까지 30분 정도 걸린다.

서울 동부와 강남권에 거주한다면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KTX보다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SRT가 낫다. 시간은 10분 덜 걸리고, 요금도 10% 저렴하다. SRT로 수서역에서 신경주역까지는 1시간 50분~2시간이 걸리고(4만2,100원~4만2,300원), 신경주역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총 2시간 30분만에 경주 시내(동해남부선 경주역)에 도착할 수 있다.

신선처럼 자연과 하나 되는 옥산서원

요즘으로 치면 지방 사립대학이라 할 수 있는 서원은 조선시대에 무려 930여 곳으로 사찰이나 고택만큼 많았다. 경주 옥산서원은 불교문화의 중심지에 자리한 유교문화 유산이라는 의미에서 특별하다. 조선시대 성리학자 회재 이언적(1491~1553)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선조5년(1572) 경주부윤 이제민이 처음 세웠고, 이듬해 선조로부터 ‘옥산’이라는 사액을 받았다.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도 살아남은 전국 47개 서원 중 하나로 지난 7월 6일 국내 다른 8개 서원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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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안강읍 옥산서원의 역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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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산서원 현판은 추사 김정희의 글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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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산서원 입구의 세심대. 보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정갈해진다.

옥산서원은 문화재적 가치를 뛰어넘어 자연과의 조화로운 공존을 보여준다. 입구의 세심대에서 자계천의 물소리를 들으면 몸과 마음이 함께 맑아진다. 김정희가 해서체(정자체)로 쓴 옥산서원 현판은 아름다운 글씨의 결정체로 평가된다. 구인당 마루에서 시원한 바람을 벗 삼아 그림처럼 펼쳐진 자옥산 능선을 바라보면 신선이 된 기분이 든다. 옥산서원은 입장료가 없으며, 경주역에서 203번 시내버스(배차간격 70분)가 운행한다.

또 하나의 멍 때리기 명소, 감포 바다

경주 여행은 문화재 관광이자 수학여행이라는 등식이 지겹다면 감포읍을 추천한다. 일상의 번잡함을 털어내고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는 작은 포구다. 읍내 주 도로에서 골목길을 통과해 해국계단 꼭대기에 오르면 아기자기한 감포항 풍경이 손에 잡힐 듯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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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포읍 송대말등대. 기와지붕 위에 감은사지 석탑을 얹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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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말등대 전망대에서는 동해바다와 감포 포구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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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포항 전경. 포구 앞 등대도 감은사지 석탑을 음각한 모양이다.

읍내 북측 해안 숲 속 산책로를 걷다 보면 송대말등대와 만난다. 송대말은 소나무가 펼쳐진 끝자락이라는 뜻이다. 송대말등대는 신라 감은사지 석탑을 본뜬 독특한 모양이다. 등대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바로 옆 전망대에서 시원한 동해바다와 아름다운 포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바닷바람에 실려오는 그윽한 솔 향기에 취하면 세상 시름 모두 잊는다. 바로 ‘멍 때리기’이고 소확행이다. 경주역에서 감포읍내까지는 100, 100-1번 시내버스(25~40분 간격)가 운행한다.

추억을 선물하는 경주 키덜트뮤지엄

키덜트(Kidult)는 어린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다. 나이가 들어서도 어렸을 적 감성을 지닌 어른을 의미한다. 경주 키덜트뮤지엄은 요즘 ‘인싸’를 위한 SNS 성지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글자 그대로 다 큰 청년과 어른들에게 행복한 추억을 선사하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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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표현한 추억의 캐릭터 디오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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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이름으로…세일러문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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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표현한 디오라마(60~80년도 금지곡 리싸이틀).

외관이 흥미롭다. 고대 로마의 원형 경기장인 콜로세움 모양이다. 독특한 건물과 로봇태권V 조형물을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남기는 것은 필수. 1층엔 촛불 영사기와 에디슨의 대표 발명품을 전시하고 있다. 3층에선 어릴 적 가지고 놀았던 고전 피규어의 행렬에 푹 빠진다. 스타워즈, 건담, 마블시리즈 등 추억의 만화와 영화 속 캐릭터도 그득하다. 세대를 가리지 않은 인기 장난감 레고, 오래된 철가방과 중고 TV로 표현한 디오라마,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는 ‘세일러문’,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 등은 잃어버린 추억을 되살리는 마법의 특효약이다. 입장료는 성인 7,500원. 보문관광단지에 위치해 교통이 편리하다. 경주역에서 10, 100-1, 150-1, 700번 시내버스가 운행한다

경주 맛집과 간식 공략하기

특색 있는 경주 음식을 맛보려면 경주시청 인근 홍은식당(054-772-8450)으로 가보자. 대나무 찜틀에 고구마와 갈비, 찹쌀가루를 겹겹이 쌓아 쪄낸 흰눈소갈비찜을 맛볼 수 있다. 모양도 예쁘고 고구마와 단호박의 달콤한 맛이 고기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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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식당의 흰눈소갈비찜. 2인 3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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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와 단호박의 달콤한 맛이 고기와 잘 어울린다.

황남빵과 경주빵은 익히 알려진 경주의 대표 간식이자 선물이다. 이상복경주빵 본가(054-753-3700)는 많은 여행객이 일부러 찾는 간식 명소다. 푸짐한 팥 앙금에서 나오는 수분을 얇은 밀가루피가 흡수해 촉촉하며 부드럽다. 달달하면서도 담백해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는 다. 2층 카페에서는 첨성대가 내려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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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하고 부드러운 이상복경주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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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빵과 함께 계피빵, 찰보리빵도 판매한다.

천년고도 경주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특별한 숙소를 찾는다면 황남관 한옥호텔(054-620-5000)을 추천한다. 고궁에 온 듯 고즈넉하다. 은은한 한옥 야경은 동궁과 월지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한복 체험(무료 인화)과 전통놀이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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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남관 한옥호텔 야경. 은은한 조명이 경주의 밤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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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남관 한옥호텔에 묵으면 황남동고분군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다. 사진은 1만1,000원 조식.

박준규 기차여행/버스여행 전문가 http://traintrip.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