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네 모녀 사망, 한 달 동안 아무도 몰랐다

[이슈]by 한국일보

생활고 유서 남겨…극단적 선택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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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성북동의 한 다가구주택 현관문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다. 안하늘 기자

서울 성북구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일가족 4명이 사망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발견됐다.


3일 서울 성북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쯤 성북동의 다가구주택에 70대 노모 A씨와 40대 딸 3명이 숨져 있는 것을 건물 공사를 위해 집을 찾은 리모델링 업자가 발견했다.


업자는 출입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고, 문밖까지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강제로 문을 열고 집 안에 들어갔을 때 네 모녀는 한 방에서 숨진 상태였다. 시신은 심하게 부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집 안에는 ‘하나님 곁으로 간다’는 내용이 적힌 종이가 있었다. 이를 근거로 경찰은 네 모녀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들은 이웃들과 별다른 교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한 입주민은 “전혀 교류가 없다. 누군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네 모녀가 살던 주택 근처에 사는 주민도 “두 달 전 40대 딸을 한 번 본 적 있는데, 인사를 해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며 “당시에 좀 더 말을 걸어볼 걸 그랬다”고 말했다.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구청 등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었다. 거주한 집은 A씨 큰 딸이 세대주로, 모녀가 2년 넘게 월세로 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A씨는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하는 노령연금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건강보험료 등 공과금 체납도 없었다. 다만 집 우편함에는 은행과 카드사 등에서 보낸 채무이행통지서와 이자지연 내역서 등의 서류가 남아 있다.


경찰은 타살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유족을 상대로 채무관계 등 A씨 일가족과 관련된 상황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과 사망 시기 등을 확인하기 위해 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2019.11.0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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