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색 간이역서 추억 소환… 반짝반짝 녹차밭서 추억 쌓기

[여행]by 한국일보

기차 타고 보성 겨울 여행

한국일보

김동민 명예역장이 명봉역으로 들어오는 열차를 맞이하고 있다

보성 여행은 녹차가 전부라 생각하기 쉽다. 가령 녹차밭에서 인증사진을 찍고, 다례 체험을 한 후 율포해수녹차센터에서 녹차 우린 물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푸는 식이다. 이 정도도 좋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보성의 또 다른 겨울 풍경이 보인다. 한자 뜻을 풀이하면 보성(寶城)은 ‘보물을 간직한 성’ 혹은 ‘보물 같은 성’이다.

보성 가는 길, 갈아타면 더 빠르다

수도권에서 보성으로 한번에 이동하는 교통수단은 6시간 걸리는 무궁화호 열차와 4시간30분 걸리는 고속버스가 전부다. 참 멀게 느껴진다. 일반 상식과 달리 열차를 갈아타면 시간이 절약된다. KTX를 이용해 서울 용산역에서 광주송정역까지 이동한 후 보성역까지 운행하는 무궁화호로 갈아타면 3시간 조금 더 걸린다. 요금은 4만9,800원. 부산ㆍ경남지역에서는 S트레인(남도해양열차)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3시간20분가량 걸리고 요금은 평일 2만3,900원, 주말 2만7,500원이다.

한국일보

서울 용산역~광주송정역(KTX)~보성역(무궁화호) 환승이 보성까지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삼색 테마 보성 간이역 여행

경전선(밀양 삼랑진역~광주송정역) 노선도를 보면 보성군 관내에만 명봉ㆍ광곡ㆍ보성ㆍ득량ㆍ예당ㆍ조성ㆍ벌교 총 7개의 역이 있다. 보성역과 벌교역을 제외한 5곳은 역무원이 없는 간이역이다. 그중에서 명봉역ㆍ득량역ㆍ조성역은 테마역으로 꾸며져 있다. 추억으로 가는 간이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기차여행 명소다.

한국일보

간이역으로 운영되는 명봉역 풍경.

한국일보

김동민 명봉역 명예역장.

한국일보

명봉역 대합실에 김동민 명예역장의 사진 작품이 걸려 있다.

한국일보

순천행 무궁화호 열차가 명봉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명봉역은 드라마 ‘여름향기’ 촬영지다. 명봉리 주민이자 사진가인 김동민(59)씨가 2014년 11월 12일부터 명예역장으로 근무하며 내 집처럼 정성껏 가꾸고 있다. 명예역장은 코레일에서 간이역을 살리기 위해 임명한 사람으로, 말 그대로 무보수로 봉사하는 직책이다. 덕분에 명봉역은 봄이면 유채와 벚꽃, 여름엔 해바라기가 화사하다. 가을 단풍과 겨울 눈꽃의 아름다움도 못지 않다. 황량했던 대합실은 작가가 서부경전선(광주송정역~순천역)과 전국을 돌아다니며 촬영한 철도 사진 전시관으로 변신했다. 철도원보다 철도를 더 사랑하는 명예역장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승강장으로 열차가 들어올 때는 아련한 옛 추억도 함께 소환된다.

한국일보

득량역은 외관부터 범상치 않다.

한국일보

득량역 추억의 거리.

한국일보

득량역 추억의 거리에 있는 구멍가게.

한국일보

득량역 추억의 거리.

다음 목적지는 득량역.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디자인 프로젝트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뒤 일대가 ‘문화역 득량’으로 탈바꿈했다. 역 안에는 1960~70년대 사용하던 생활용품과 철도용품을 전시하고 있고, 역 주변은 ‘추억의 거리’로 꾸몄다. 행운다방ㆍ이발관ㆍ국민학교ㆍ구멍가게 등 사라져버린 옛 풍경이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처럼 여행객을 반긴다.

한국일보

‘아트쌀롱’이 입주한 조성역.

조성역은 지난 10월 해늘사회적협동조합과 ㈜아토가 입주해 문화예술공간 ‘아트쌀롱’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앞으로 청년예술가의 희망도전,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성장여행, 지역 어르신을 위한 시니어 아트클럽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 한다.

쉬어가는 보성 이색명소 춘운서옥

보성읍 춘운서옥은 이름대로 봄 구름처럼 포근하고 고풍스런 한옥에서 서화를 감상하는 문화공간이다. 갖가지 수목으로 아름답게 꾸며놓은 정원을 거닐면 나 홀로 꿈나라를 산책하는 기분이 든다. 어떻게 찍어도 작품 사진이 되는 건 기본. 카페와 숙박시설도 갖추고 있다. 따뜻한 차 한잔을 곁들이면 몸과 마음에 건강한 온기가 번진다.

한국일보

아늑하고 격조가 넘치는 춘운서옥 내부.

한국일보

춘운서옥은 정원도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황홀한 빛의 향연 보성차밭빛축제

겨울철 보성 여행의 백미는 보성차밭빛축제다. 2000년 밀레니엄트리로 시작해 매년 경관 조명을 업그레이드한다. 다음달 5일까지 한국차문화공원에서 열리는 빛 축제의 주제는 ‘티라이트, 딜라이트(Tea Light! Delight!)’다. 차 향 가득한 지붕 없는 미술관에서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축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조명을 점과 선으로 나열해 날카롭고 차가운 느낌이었고, 꼬마전구가 낮에는 흉물이라는 지적이 있었다며, 올해는 이를 개선해 좀 더 편안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들도록 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보성차밭빛축제를 밝히는 보성의 달과 보물의 숲.

사계절 터널은 녹차꽃, 우산, 별, 눈꽃 등 계절에 어울리는 주제를 빛으로 표현했다. 미리내녹차밭은 녹차꽃 모양의 LED조명으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청소년수련원 운동장에서 한국차박물관으로 이어지는 공간은 인생사진 명소로 손색없다. 보성의 달, 터치 버블트리, 보물의 숲, 희망의 솟대, 3D 샹들리에 등 조형물 하나하나가 작품이다.

한국일보

사계절 터널의 봄. 녹차꽃 조명으로 장식했다.

한국일보

시시각각 색깔이 변하는 터치 버블트리.

한국일보

화려한 빛이 쏟아지는 3D 샹들리에.

한국일보

신비한 느낌의 보물의 숲.

보성차밭 수라간에서는 남도의 향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보성ㆍ고흥ㆍ장흥ㆍ강진을 포괄하는 득량만권ㆍ강진만권 행정협의회가 특산품 판매 코너를 운영한다. 보성의 청년 활동가들이 준비한 아트상품과 체험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보성차밭빛축제 입장료는 성인 3,000원이다.


박준규 기차여행/버스여행 전문가 http://traintrip.kr

2019.12.17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