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미국과 입장 같을 수 없어” 호르무즈 파병에 선 그어

[이슈]by 한국일보

외통위서 파병設 거듭 반박

靑 NSC서도 호르무즈 언급 빠져… 6일 “기여 검토”서 신중모드 전환

한국일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9일 호르무즈해협 파병 문제와 관련, “중동 정세에 대한 우리 입장이 미국과 같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의 파병 요청에 호응하는 듯 했던 기존 정부 태도와는 온도 차가 분명한 발언이다. 청와대도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개최했지만 호르무즈 파병을 연상시키던 언급은 뺐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대치가 지속되는 흐름에서 일단 향후 정세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에 우리 군 병력을 파병하기로 사실상 약속돼 있는 게 아니냐’는 천정배 무소속 의원의 질의에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어 “(이란사태) 정세 분석에 있어서나 중동 양자관계를 고려했을 때 미국과 우리의 입장이 같을 수 없다”고 강 장관은 설명했다. 한미동맹도 중요하나 현지 정세, 이란과의 경제협력도 파병 결정에서 중요한 고려 요소로 둬야 한다는 뜻이다.


NSC도 이날 오후 정례회의 후 “중동지역에서 조속히 긴장이 완화되고 정세가 안정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했다”고만 발표했다. 앞서 6일 회의 후 “지역정세 안정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밝혔던 데서 ‘기여’라는 표현이 빠졌다. 8일 이란의 이라크 미군기지 미사일 발사로 중동 전체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파병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처지가 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강 장관의 국회 발언도 이런 고민 속에서 수위가 조절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새벽 “군사력 사용을 원치 않는다”며 확전 자제에 무게를 더해, 정부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정부는 일단 미국 주도 호르무즈 연합체에 연락장교를 파견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을 보면서 추가 파병 여부를 숙고하는 분위기다. 강 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는 만큼 이 자리에서 북핵 협상 재개 방안과 함께 호르무즈 파병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도 이 시기 방미 일정이 잡혀있어 한ㆍ미ㆍ일 또는 한일 간 외교장관 회담도 열릴 수 있다.


한편 이날 외통위에 참석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제안한 것처럼 대북제재 상황에서도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아내 남북협력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신년사 내용 중에서는 (정부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있고, 미국과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의) 제재 면제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게 있다”고도 했다. 남북협력이 가능한 분야부터 풀어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한채영 인턴기자

2020.01.1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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