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전세기 투입 결정에… 우한 교민 “아기·중국인 아내 함께 갈 수 있어 다행”

[이슈]by 한국일보

두 번 포기했던 교민 “아기 분유 바닥났는데…” 안도의 한숨

신종 코로나 발원지 우한 상황 더 열악해져… 200명 탑승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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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어느 주택가 이면도로. 모든 상점의 문이 닫혀 있다. 일부 행인을 제외하고 거리는 휑하다. 차 안에서 이동 중에 찍었다. 독자 제공

“아기와 아내와 버티며 막막했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사는 김모(31)씨는 비로소 한국행 전세기에 몸을 싣는다. 김씨의 아내가 중국인이라 생후 8개월째인 아기와 생이별을 할 수 없어 앞선 두 번의 전세기는 포기했었다. 하지만 중국인 배우자도 출국할 수 있게 되면서 세 가족이 함께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김씨는 9일 전화통화에서 “아내를 혼자 남겨두지 않고 기다린 보람이 있다”면서 “엄마와 떨어지면 아기도 힘들고 낯선 격리시설에서 14일간 어떻게 지내나 걱정이 많았는데 너무나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이어 “가족이 모두 한국에 갈 수 있어 감사하다”며 “분유가 거의 바닥나 마음을 졸였는데 한국에 가면 맛난 것도 먹이고, 격리기간이 끝나면 마음 놓고 병원에도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부터 우한에서 한국식당을 운영해온 김씨는 2017년 현지 여성과 결혼한 뒤 지난해 아이를 낳았다. 아기와 보호자는 격리시설에서도 함께 지낼 수 있다.


최근 우한의 상황은 훨씬 열악해졌다. 감염이 확산되면서 김씨가 사는 집 바로 앞에 신축중이던 퉁지(同濟)병원에도 입원환자가 몰렸다. 김씨는 “공사가 끝나지도 않은 병원을 환자 수용소 비슷하게 사용한다는 말을 듣고 감염 위험 때문에 이틀 전 처가로 옮겼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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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마트에 마스크를 구입하려는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지난주부터 아파트 주민들은 밖으로 자유롭게 나갈 수 없도록 통제가 강화됐다. 독자제공

우한의 아파트는 단지마다 출입문을 모두 걸어 잠가 들어갈 수는 있어도 밖으로 나갈 수는 없는 상태다. 지난달 23일 도시를 봉쇄하더니 지난주부터는 주민 통제가 더 강화됐다. 그는 “영사관에서 전세기 탑승 동의서를 보내주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아내도 처음 처가 밖으로 나갈 때 여기저기 연락하고 검사 받느라 절차가 엄청 복잡했다”고 설명했다.


영사관에서는 7일부터 교민들의 전세기 탑승 수요를 조사했다. 당초 희망자가 50명에 그치자 한인회를 중심으로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재촉하면서 배우자를 합해 200명 가량이 신청한 상태다. 김씨는 “영사관에서 8일 저녁에서야 중국 외교부 공문을 보여주며 전세기 탑승을 확정적으로 알려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한다고 모두 한국에 가는 건 아니다. 김씨는 “의외로 한국 남성이 중국 여성과 약혼한 경우가 많더라”면서 “5월에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지만 관계를 증명할 법적 서류가 없어 애를 태우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우한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는 “후베이성이 엄청 넓다 보니 우한에서 차로 8시간 거리에 사는 교민의 경우 고속도로 휴게소가 모두 문을 닫아 혹시라도 중간에 차가 멈춰서면 생존을 위협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남은 걱정은 전세기 탑승과정에서의 감염 위험이다. 이륙 5시간 전까지 우한 톈허국제공항에 도착해야 한다. 집 근처에 집결지가 있어 일단 장모님 차량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김씨는 “가족이 안전하게 한국에 가서 14일 격리기간을 무사히 마치는 게 유일한 소망”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2020.02.1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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