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불안감 때문? 뜬금없이 심리 테스트가 뜬 이유

[라이프]by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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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꽃 심기’는 최근 온라인 심리 테스트가 인기를 끄는데 시초가 됐다. 사진은 8가지 질문에 답변을 하면 얻을 수 있는 결과 화면을 캡처한 뒤 모았다. 나만의 꽃 심기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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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꽃 심기 테스트의 첫 번쨰 질문 화면. 나만의 꽃 심기 화면 캡처

잔잔한 피아노 연주곡이 배경에 깔리고“집중을 하게 되면, 이 씨앗들은 성장해서 너의 모습을 반영하게 될꺼야”라는 말로 테스트는 시작된다. “다음 중 어떤 종류의 씨앗을 심겠습니까?”첫 질문을 시작으로 음악, 서적, 휴식, 음식 등 취향을 묻는 질문이 이어진다. 4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으로 질문 8개에 답을 하면 결과로 꽃이나 나무 이름이 나온다. 장미 그림과 함께 ‘애정이 넘치며 눈에 띔’ 문구가 나오는 식이다. 결과 이미지는 바로 저장해 공유할 수 있다.


테스트의 공식 이름은 ‘나만의 꽃 심기’. 2월 26일부터 인터넷 주소의 첫 단어인 ‘forest(포레스트)’가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오르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관련 단어가 28일 오후까지 검색어 순위 5위 안에 지속적으로 머무는 등 높은 관심을 받았다.


28일 오후부턴 검색어 ‘fonfon(폰폰)’이 forest를 빠르게 대체하기 시작했다. FonFon은 이상형을 찾는 프로그램이다. 제목은 ‘내 님을 찾아서’로 이상형 유형을 동물에 빗대 보여주는 방식이다. 성별을 선택한 뒤 5개 질문에 대답하면 ‘덩치보다 큰 백팩을 맨 펭귄’식으로 결과를 보여준다. 이 테스트 관련 단어 또한 다음날 오후까지 검색어 순위 상위에 올랐다. 이후 3월 3일엔 정신연령테스트, 6일엔 대학교 학과 테스트 등 비슷한 종류의 콘텐츠가 차례로 큰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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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를 끌었던 ‘심리 테스트’의 첫 화면. 각 테스트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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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 26일부터 심리 테스트 관련 단어 검색량이 크게 증가했다.

몇 가지 질문만으로 성격을 진단하는 방식에 판단 근거나 신빙성에 의문이 갈 수밖에 없지만 이런 종류의 ‘심리 테스트’는 2월 말부터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네 가지 테스트를 모두 해봤다는 대학생 김모(23)씨는 “주변 친구들이나 인친(인스타그램 친구)들이 많이 올리길래 해봤다”며 “아무 생각 없이 시작했는데 어느덧 결과에 대해 스스로 동의하고 공유하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조모(25)씨는 “심심풀이로 해봤는데 결과의 정확성을 떠나 요즘 같은 시기 조금 위로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종류의 테스트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시기는 공교롭게도 대구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던 때였다.


그렇다면 이런 테스트는 누가, 왜 만들었을까? 또 과학적 근거는 있을까? 최근 이런 인기의 시발점이 됐던 ‘나만의 꽃 심기’는 대만의 애플리케이션(앱) 개발회사인 시크알테크(Seekrtech)가 만들었다. 이 회사의 대표 앱은 포레스트(Forest)로 학습이나 업무시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설정한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면 나무가 자라고 숲을 만들 수 있다. 2,500원짜리 유료 앱이다. 나만의 꽃 심기 테스트를 마치면 결과와 함께 이 앱에 대한 소개로 이어진다. 심리 테스트가 만들어진 이유가 이 앱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회사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최근 테스트를 인턴십 프로그램의 성공사례로 꼽고 있다.


이상형 찾기 ‘fonfon’은 국내 대학교 수업 시간에 나왔다. 서울대 정보문화학과 2018년 2학기 ‘산학연구실습’의 과제 수행과정에서 만들어졌다. 당시 과제기획과 디자인을 맡았던 신예은(25)씨는 “바이럴 콘텐츠(온라인에서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확산되는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는 회사인 봉봉(vonvon)과 함께 하는 수업이었기 때문에 과제도 거기에 맞췄다”며 “심리학적 바탕은 없지만 팀원 각자 인생을 되돌아 보며 머리를 맞대고 진행했다” 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얻는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중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논의 끝 나온 결론은 테스트 결과를 설명과 동물 이미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신씨에 따르면 처음 나왔던 2018년 당시에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퍼지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근에 다시 유행이 되면서 방문자가 500만 명을 넘었고 조회수는 5,000만을 넘기도 했다. 결과로 나온 동물 그림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는 사용자도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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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 답변을 마쳤을 나오는 결과 화면. 특정한 복장을 갖추거나 행위를 하고 있는 동물의 모습을 보여 주고 5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차례로 요약해 보여준다. 이 결과가 나온 비율도 담았다. FonFo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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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결과로 확인할 수 있는 동물 이미지. FonFon 캡처

코로나 사태에서 이렇게 뜬금 없는 심리 테스트가 유행하는 현상에 대해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류의 테스트는 신뢰도가 높은 심리 검사를 모방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까지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다. 인형 뽑기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다 보니 대신 심리테스트라도 하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이런 테스트에 참여하는 것은 불안할 때 의지할 곳을 찾고 위로 받으려는 심리가 작용하는데 가짜 뉴스처럼 마음이 완전히 쏠리지 않는다면 즐기는 차원에서 괜찮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 “이런 종류의 테스트에서 ‘지금 힘들지만 곧 좋은 날이 올꺼야’ 식의 결과를 받아 실제 삶에서 실현하는 ‘자기 충족적 예언’의 순기능도 있다”고 말했다.


임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사람들의 보편적인 성격 특성을 자신의 특수한 성격과 일치한다고 믿는 ‘바넘 효과’를 원인으로 볼 수 있다”며 “어떤 결과가 나와도 공감하게 되고 공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또 “’심리 테스트’란 표현부터 애매한데 심리학회 같은 기관에서 만들어 공식화되면 ‘심리 검사’라고 한다”며 “‘그럼직한 것’과 ‘실제 진단 도구로 사용되는 것’은 별개로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문소연 이동진 인턴기자

2021.06.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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