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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남애항~물치항, 7번 국도따라 숨어있는 작은 포구들

셔터만 누르면 '예쁜 그림'...
양양 낭만바다

by한국일보

셔터만 누르면 '예쁜 그림'... 양

거센 파도가 밀려드는 하조대전망대와 해변 뒤로 눈 덮인 설악산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양양=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양양 바다는 어디든 소나무 한 가지만 걸쳐도 그림이죠.” 동해바다 어느 한 자락 예쁘지 않은 곳이 있으랴마는 이원훈 양양 문화관광해설사의 자부심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양양 바다는 동해안의 상징 7번 국도와 가장 근접해 있다. 해안으로 방향을 잡고 한참을 찾아가야 하는 타 지역과 달리 양양 7번 국도에서는 거의 모든 구간에서 바다를 볼 수 있다. 내비게이션에 의존하지 않고도 저기다 싶으면 마음 내키는 대로 작은 포구에 들르기 편하다. 강원도는 최남단 삼척에서 최북단 고성에 이르는 해안 길을 연결해 낭만가도라고 이름 붙였는데, 양양 바다는 이 이름에 가장 어울리는 곳이다. 강릉과 속초 사이, 남애항에서 물치항까지 양양의 낭만 겨울바다를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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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예쁜 포구, 남애항에서 휴휴암까지

매화가 떨어진다는 뜻의 낙매(落梅)가 남애로 변했다는, 이름만큼 예쁜 포구다. 양양을 찾은 날은 기상청 관측으로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였고, 바깥 바다에는 삼킬 듯 높은 파도가 으르렁거렸지만 남애항은 호수처럼 잔잔했다. 새벽 조업을 마친 고깃배가 거울처럼 매끄러운 수면에 비친 모습은 평화 그 자체다. 포구를 감싸듯 동그랗게 자리잡은 마을도 포근하다. 양양에서 가장 큰 항구라지만 번잡함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포구 끝자락 방파제 양편의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 위로 뭉게구름이 피어 올랐다. 날이 좋았다는 것도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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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애항 인근 갯마을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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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처럼 잔잔한 남애항.

빨간 등대로 연결되는 방파제 초입의 자그만 봉우리는 안성기, 이미숙, 김수철이 출연한 영화 ‘고래사냥’ 촬영지다. 강릉 심곡항, 삼척 초곡항과 더불어 강원의 3대 미항(美港)이라는 명성을 배창호 감독의 밝은 눈이 먼저 알아본 모양이다. ‘영화 촬영지=유명 관광지’라는 인식조차 없던 시절(1984)이었다. 작은 봉우리에는 바닥에 투명유리를 깐 남애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전망대는 크지 않지만 전방과 좌우로 펼쳐지는 바다 풍광만큼은 넓고 시원하다. 남애전망대에서 북측으로 해안도로를 한 바퀴 돌면 ‘갯마을해변’이다. 소박한 이름처럼 크기도 아담하고 수심도 얕아 가족끼리 혹은 연인끼리 오붓하게 거닐기에 제격이다.

 

갯마을해변이 끝나는 지점에는 휴휴암(休休庵)이 자리잡고 있다. 사찰 관계자는 몸도 쉬고 마음도 쉬어가는 곳으로 해석했다. 해안 리조트에나 어울릴법한 아담한 해변까지 끼고 있어 20년이 못 되는 역사에 비해 제법 알려진 사찰이다. 암자에서 바닷가로 내려서면 오랜 세월 파도에 닳은 여러 형상의 바위들이 볼거리다. 누워있는 부처상, 달마상, (부처의) 손가락과 발가락 등 바위마다 의미를 부여했다. 불자가 아니라면 더러 억지스럽다고 느낄 법도 한데 거북바위만은 누가 봐도 꼭 닮았다. 연화법당이라 명명한 널찍한 바위 주변에는 먹이를 던질 때마다 황어 떼가 몰려 장관을 이루기도 한다. 대웅전 역할을 하는 묘적전 맞은편에는 2006년 세운 16m 높이의 지혜관세음보살상이 눈길을 끈다. 신생 사찰이 틀을 자리잡아 가는 과정이지만, 여행객 입장에서는 지나친 불사(佛舍)가 평온한 분위기를 망칠까 은근히 염려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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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만 해변을 끼고 있는 휴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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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휴암 앞바다의 발가락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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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를 한 바퀴 도는 산책로에서는 기기묘묘한 바위작품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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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온 관광객들이 눈 덮인 죽도해변에서 어깨춤을 추고 있다.

휴휴암과 인접한 인구항과 동산항 사이에는 섬 아닌 섬 죽도가 자리잡고 있다. 대나무가 많은 섬이라는 뜻이지만, 해안으로 동그랗게 튀어나왔을 뿐 실제 섬도 아니고 키 작은 조릿대 위로 소나무가 울창하다. 해발 53m 정상에 자리잡은 죽도정까지 솔숲을 걷어보는 것도 좋고, 1km 남짓한 섬 둘레를 걷는 것도 괜찮다. 데크를 설치해 불편하지 않고 파도가 빚은 기기묘묘한 바위군상을 감상할 수 있다.

바람맞기 좋은 바다, 38선휴게소에서 물치항까지

죽도해변에서 7번 국도로 약 4km를 거슬러 오르면 바다와 맞붙은 38선 휴게소에 닿는다. 지금 동해안의 휴전선은 북위 38도선에서 약 75km나 올라간 고성 통일전망대 부근이지만, 해방 직후 미국과 소련이 그은 38선 군사분계선이 바로 이 지점이다. 10월 1일 국군의 날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국군 3사단 23연대가 바로 이곳 양양 38선을 돌파해 북진한 날을 기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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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문항 방파제 인근에서 서핑 마니아들이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파도타기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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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붙어 있는 38선 휴게소.

휴게소 북측 기사문항은 양양에서도 파도가 가장 좋아 서핑의 명소로 꼽힌다. 버섯 모양의 빨간 등대 아래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과 함께 마니아들이 한겨울에도 서핑을 즐긴다. 보기에는 뼛속까지 시린데, 겨울철 바닷물 온도는 영상 10도 내외로 물 밖보다 오히려 따뜻하고, 서핑복을 착용하면 생각만큼 춥지 않단다. 기사문항에는 서프앤카페(033-672-0485)를 비롯해 장비를 대여하고 강습까지 해주는 업체가 4곳이다. 보드와 서핑복 대여료는 종일 기준 각각 3만원과 2만원, 장비를 포함한 1시간 강습은 7만원 선이다. 서핑을 즐기는 등대에서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자그마한 섬 조도에 부서지는 파도소리도 시원하다.

 

38선 휴게소에서 다시 7번 국도를 조금 올라가면 하조대다. 조선 개국공신 하륜과 조준이 은거한 곳으로 알려져, 그 둘의 성을 따서 명명한 바다전망대이자 일출명소다. 작은 산꼭대기 정상 육각정에서 내려다보면 절벽 바로 앞 바위봉우리에 잘 생긴 소나무 한 그루가 운치 있게 가지를 드리우고 있다. 소나무 정수리 부분이 수평선과 닿아 있어 일출 풍경은 더욱 멋스럽다. 여명의 기대감에 너무 일찍 가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하조대로 연결된 길은 철책으로 막혀 있는데, 해가 뜨기 30분 전에 관할 군부대에서 문을 열어준다. 주차장에서 하조대 맞은편엔 무인등대가 외롭게 서 있다. 해가 떠오를 무렵이면 하얀 등대에 붉은 기운이 가득 스며들어 차가운 새벽 바람도 한결 따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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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위 멋들어진 소나무와 조화를 이루는 하조대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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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조대 등대 부근 돌고래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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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조대전망대 뒤로 장엄하게 펼쳐진 설악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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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조대전망대에 오르면 쪽빛 바다와 어우러진 설악산 설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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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조대전망대에 오르면 쪽빛 바다와 어우러진 설악산 설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하조대에서 마을로 내려오면 드넓은 하조대해변이다. 해변규모에 비해 편의시설이 거의 없어 이맘때 하조대는 눈 앞의 모든 풍경이 내 것인 양 뿌듯하다. 해변 아래쪽 바위봉우리에는 남애와 비슷한 모양의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거센 바람에 층층이 포말을 그리며 해변으로 밀려드는 파도와 눈 덮인 설악 능선이 볼수록 장엄하다.

 

하조대에서 양양읍내를 거치면서 내륙으로 들어가던 7번 국도는 낙산사 부근에서 다시 바다와 가까워지고 물치항에 이르면 바다와 나란히 달린다. 신라고찰 낙산사는 수많은 역사와 설화를 품고 있는 양양의 대표관광지. 사찰 초입의 낙산해변엔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과 식당, 카페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겨울바다의 쓸쓸함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 싶다면 양양에선 낙산해변을 찾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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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해변의 한적한 겨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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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버섯모양 등대가 예쁜 물치해변.

낙산사 북측 물치해변은 주차장과 맞닿아 있어서 접근성으로만 따지면 바다에서 가장 가깝다. 양양을 대표하는 송이버섯 모양의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수평선과 나란해 아무렇게나 셔터를 눌러도 그림이 예쁘다. 코트 깃 세우고 쓸쓸한 분위기를 연출해도, 갈매기 군무 속에 두 팔 벌려 내달려도 낭만바다 양양이다. 물치항 바로 위는 다양한 먹거리로 유명한 속초 대포항이다.

여행수첩

  1. 동해고속도로 강릉~속초구간 개통으로 양양가는 길도 한결 편리해졌다. 현남IC, 하조대IC, 북양양IC를 이용하면 각각 남애항, 하조대, 물치항이 가깝다.
  2. 남애항에서 멀지 않은 현남면 입암메밀타운(033-671-7171)은 한 자리에서 50년 된 막국수 식당이다. 메뉴도 물막국수, 메밀막국수, 수육이 전부다. 곱빼기(1,000원 추가)를 시키면 남길 확률이 높다.
  3. 손양면 수산항의 해녀횟집은 바다에서 직접 채취한 홍합으로 끓인 섭국으로 이름나 있다. 양식 홍합에 비해 쫄깃쫄깃하고 단맛이 풍부하다. 한 그릇 1만원, 2인분 이상만 판매한다.

양양=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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