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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약일까, 독일까...
드라마 카메오의 ‘두 얼굴’

by한국일보

‘안투라지’ 카메오만 67명 출연

너무 자주 등장 흐름 끊기 일쑤

 

‘낭만닥터 김사부’ 출연 김혜수

존재감 드러내며 완성도 높여줘

약일까, 독일까... 드라마 카메오의

‘안투라지’에 출연한 ‘아가씨’의 박찬욱 감독(왼쪽)과 김태리. tvN 제공

약일까, 독일까... 드라마 카메오의

차태현은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엽기적인 그녀’ 이후 15년 만에 전지현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SBS 제공

요즘 안방극장에서 카메오 대전이 펼쳐지고 있다. 카메오 한두 명 나오지 않는 드라마를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극 전개에 중요한 계기를 마련하는 특별 출연이든, 예기치 못한 순간에 등장해 잔재미를 더하는 깜짝 출연이든, 시선끌기용 카드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카메오가 지나치게 남발되다 보니 도리어 효과가 떨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종방한 tvN 드라마 ‘안투라지’는 카메오 출연이 독이 된 경우다. 방영 전에는 67명에 이르는 ‘군단급’ 카메오의 명성이 드라마의 화제성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방영을 시작하자 기대감은 금세 식었다. 너무 자주 등장하는 카메오가 극의 흐름을 툭툭 끊기 일쑤였고, 카메오의 유명세와 무게감에 젊은 주연배우들이 압도되는 장면도 많았다. 배우 조진웅과 영화 ‘아가씨’로 인연을 맺은 박찬욱 감독과 배우 하정우, 김태리가 의리 출연을 했으나 정작 ‘안투라지’보다는 ‘아가씨’에 더 시선이 쏠렸다.

 

SBS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초반부에 인어 심청(전지현)을 속이려는 사기꾼으로 깜짝 등장한 차태현은 극에서의 역할보다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 이후 15년 만에 전지현과 재회했다는 부차적 사실에 관심이 쏠리면서 카메오만 화제가 된 경우다. 제작진의 의도가 지나치게 드러나 도리어 환기 효과를 주지 못했다. 허준재(이민호)에게 사기를 당한 대부업체 사모님으로 나온 김성령은 SBS 드라마 ‘상속자들’(2013)에서의 애틋한 모자 관계를 비트는 설정이었지만, 두 배우의 인연을 연상시켜야만 느낄 수 있는 재미라는 점에서 크게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제작진이 카메오를 활용하는 건 비록 단발성일지라도 드라마 안팎의 국면 전환에 즉효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한 캐스팅 디렉터는 “지지부진한 전개에 돌파구가 필요할 때 인지도 있는 연예인 카메오는 짧은 등장만으로도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약일까, 독일까... 드라마 카메오의

‘도깨비’의 김소현(위)와 김민재는 길지 않은 분량에도 존재감을 빛냈다. tvN 제공

카메오가 ‘신의 한 수’가 되려면 단순한 기능적 쓰임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이야기 맥락과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tvN 드라마 ‘도깨비’의 김민재와 김소현,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김혜수는 카메오라는 말이 부적절하게 느껴질 만큼 묵직한 존재감으로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인 특별출연이다. 대부분 카메오는 일종의 ‘끼워넣기’라 꼭 그 배우가 아니어도 상관없지만, 이들은 다른 선택지를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탁월한 캐스팅이었다.

 

‘도깨비’ 도입부에서 900년 전 고려왕 왕여와 왕비 김선으로 각각 등장한 김민재와 김소현은 현생에서는 누구인지 시청자들에게 궁금증을 던지며 수시로 회상 장면에 소환됐다. ‘도깨비’ 제작사 관계자는 “저승사자(이동욱)와 써니(유인나)의 로맨스가 겉돌 수도 있었지만 둘의 전생을 연기한 김민재와 김소현 덕분에 서사가 탄탄하게 쌓여서 몰입도가 높아졌다”며 “안정적으로 사극 연기를 잘 소화한 데다 표정과 몸짓에 기품이 서려 있어 분위기를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칭찬했다.

 

17일 방영된 ‘낭만닥터 김사부’ 번외편에서 활약한 김혜수에 대해선 “카메오로서 한국드라마에 한 획을 그었다”(정석희 대중문화평론가)는 평가까지 나온다. 김혜수는 괴짜 의사 김사부(한석규)의 첫 사랑인 이영조 역을 맡아 돌담병원 식구들과 시청자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특별출연인데 수술 장면도 소화했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사부의 과거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동시에 이야기를 완결하는 역할을 해줬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김혜수 투입은 시즌2를 위한 강은경 작가의 빅픽쳐’라는 호평이 나오고 있다. 정석희 평론가는 “김혜수는 전체 이야기를 꿰뚫고 있는 카메오였다”며 “번외편 제작은 한국드라마의 새로운 시도인데 김혜수로 인해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고 평했다.

약일까, 독일까... 드라마 카메오의

‘낭만닥터 김사부’ 번외편에 활약한 김혜수는 시즌2의 밑그림을 그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SBS 제공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