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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지지율 2% 노무현은
어떻게 대선후보가 됐나

by한국일보

서거 8주기 맞아 다큐 영화 '노무현입니다' 25일 개봉

지지율 2% 노무현은 어떻게 대선후보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 의 포스터. 영화사 풀 제공

"이 글(유서)을 보면 (그가)늘 유서를 생각했구나 하는 마음에 아프다. 그를 아주 외롭게 두었다."

 

커다란 스크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울먹였다. 오는 23일이면 서거 8주기가 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유서를 읽어 내려가던 문 대통령은 끝내 고개를 떨궜다.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25일 개봉)는 노 전 대통령이 2002년 국내 정치사상 최초로 도입된 새천년민주당의 국민참여경선에서 지지율 2%로 시작해 대선후보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4번의 낙선 이력을 지닌 지지율 꼴찌 후보가 한 달 만에 대선후보 1위로 올라서는 순간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당시의 생생한 기록은 영상뿐만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의 주변 인물 39명의 인터뷰도 한 몫 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안희정 충남지사, 유시민 작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이화춘 전 중앙정보부 요원, 고호석 부림사건 고문 피해자 등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와 지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그를 스크린에 불러내기 위해 목소리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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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에 출연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쓴 유서를 읽으며 눈시울을 붉힌다. 영화사 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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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였던 안희정 충남지사도 ‘노무현입니다’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을 회상했다. 영화사 풀 제공

영화는 2000년 16대 총선의 치열했던 현장에서 시작된다. 지역주의를 극복하겠다며 당선이 확실시됐던 서울 종로구 대신 부산에서 출마했던 노 전 대통령은 당시 허태열 후보에게 패하고 만다. 자그마한 선거운동 사무실에서 패배 뒤 오열하는 지지자들에게 노 전 대통령은 위로의 말을 건넨다. "우리가 겪은 일보다 더 참담한 일들을 다 겪고 산다"며 의연하려 애썼다.

 

그런 '인간 노무현'의 모습은 러닝타임 내내 진솔하게 다가온다. 2002년 사상 유례없는 새천년민주당의 국민경선에서도 그는 진솔한 면모를 숨기지 못한다. 연설하던 도중 라이벌 이인제 후보 진영에서 야유를 받자, "예의를 지켜주십시오" "방해하지 마십시오" "운동원이 예의를 지켜야 후보의 면이 서는 겁니다" "이런, 시간 뺏겼습니다" 등의 발언을 주저 없이 내뱉는다. 유시민 작가는 "노 전 대통령은 사랑스러운 분이었고, 뭔가 해주고 싶은 분이었다"고 말하며 인터뷰 내내 촉촉해진 눈가를 감추지 못한다.

 

1980년대 노무현 문재인 김광일 등 부산지역 인권 변호사들의 감시활동을 했던 이화춘 전 중앙정보부 요원은 "당시 노 변호사에게 5월 광주민주항쟁의 기록도서와 관련 테이프(영상물)를 받아 보고는 충격을 받았다"며 "백주대낮에 벌어진 끔찍한 모습이 감당하기 힘들더라"고 말한다. 결국 그는 적대적 관계로 만난 노 변호사와 우정을 나누는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이씨가 "어떨 땐 쌍욕도 하고 소리도 지르며, 싱거운 농담을 하던 노 변호사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며 노 전 대통령을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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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민참여경선에서 연설하는 모습. 영화사 풀 제공

변호사 시절의 인간 노무현이 시대의 무게로 탄압을 받았듯 영화 '노무현입니다'도 제작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노무현입니다'의 이창재 감독은 16일 서울 성동구의 한 멀티플렉스에서 열린 언론 시사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총선 이후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제작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인터넷에 공개한 뒤 잠수를 타버릴까 싶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노무현입니다'는 이 감독의 말처럼 우여곡절이 많았다. 4년 전부터 투자자들을 섭외하러 다녔지만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작년 총선이 끝난 뒤에야 영화 제작의 가닥을 잡았다.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하면서 최낙용 프로듀서에 의해 영화 제작의 숨이 트였다. 영화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제작비를 지원하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힘을 얻었다.

 

하지만 제작 이후에도 이 감독과 최 프로듀서는 입조심을 해야 했다. 최 프로듀서는 "영화가 제작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어떤 방식으로든 제작에 외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며 "경선 당시 영상자료를 확보하고 사용 허가도 받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 제목 대신 'N프로젝트'라고 쓰며 버터야 했다"고 덧붙였다.

 

힘들게 세상 빛을 본 '노무현입니다'는 지난 4월 제18회 전주영화제에서 전회 상영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노무현입니다'를 제작한 영화사 풀에 따르면 지난 10일 메인 예고편이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조회수 100만 건을 돌파했고, CGV가 주최하는 특별상영회에서도 7개관 전관이 매진을 기록했다. 109분, 12세 관람가.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