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여행 ]

온달·평강 ‘러브스토리’ 에…
단양의 겨울은 더 아늑하네

by헤럴드경제

절경 굽어보는 온달산성과 패러글라이딩…

온달·평강 로맨스 ‘10대 전통아트투어’ 로

100만년 자취 모아둔 ‘수양개 선사유물관’

썸남썸녀들 언약 새기는 ‘이끼터널’ 까지

생태·레포츠·역사 공존 ‘사계절 관광지’로

 

백두대간 형성 원리가 그러하듯, 단양의 꺼진 곳은 남한강이고 솟은 것은 소백산이다. 그런데 온달산성은 꺼진 남한강 옆에 불쑥 솟아있다. 레프팅 도착지인 북벽부터 남서쪽 장승휴게소 사이로 그려진 남한강 S라인의 중심에 있기에 한수(漢水)와 천촌만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요새라기 보다는 마음 속 묶은 찌꺼기가 확 날아가고 흉금이 상쾌해지는 해발 427m 예쁜 전망대이다. 소백산 앞 남한강이 휘감아 도는 곳,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고원지역에 돌로만 정교하게 성을 쌓았다.

온달·평강 ‘러브스토리’ 에… 단양의

봄, 여름, 가을 초록이라도 아름답고, 겨울 눈 내리는 날의 운치는 온달과 평강의 지고지순한 로맨스 때문에 여행객의 감성을 자극한다는 충북 단양. 그래서 이곳은 사계절 넉넉한 고장으로 많은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있다. 사진은 단양 도담삼봉 호수1경.

봄 여름 가을 초록이라도 아름답고, 겨울 눈 내리는 날의 운치는 온달-평강의 지고지순한 로맨스 때문에 여행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향토사학자들은 온달장군이 이곳에서 서기 590년(고구려 영양왕 1년) 겨울, 신라를 격퇴한 뒤 전사했다고 한다.

 

고구려 도성의 어느 변두리 산촌에서 열 일 도맡아 하며 살아가던 청년 온달은 뜬금없이 “내 꺼 하자”고 찾아온 평강을 둔갑술에 능한 구미호쯤으로 여기다, 밤새 공포와 밤이슬에 떨며 기다리던 그녀를 받아준다.

 

‘한정 치산자’급인 ‘바보 온달’이 좋은 말 한 필 사서 동계시즌 개인 훈련을 좀 열심히 했다고 해서 불과 몇 개월 만에 일약 요동 방어군 대장이 됐다는 이야기는 석연치 않다.

 

온달은 이미 장안의 화제가 될 정도의 유명한 백두장사였으며, 춘삼월 고구려황제배 사냥대회에서 우승하자 이 모습에 반한 평강이 배필이 되게 해달라고 아버지 평원왕에게 졸랐고, 신분이 미천하니 요동 방어에 성공하는 것을 조건으로 혼인을 허락한 것은 아닐까 상상해본다. 당시 동북아 5강 중 우두머리였던 고구려는 평원왕 집권 후반기 들어 북주에 거점을 둔 수나라의 팽창, 한때 북주와 경쟁하던 후주의 공격, 신라의 북진에 직면했고, 신분을 떠나 용맹한 장수가 절실하던 때였다.

 

혼인 초기 뜨거웠던 평강과 온달의 사랑은 요동반도에서 단양에 이르는 온달의 전선에 따라 짧지만 꽉차게 이어진다. 1500㎞ 종군(從軍) 로맨스. 온달산성이 보이는 소백산 자락길 6구간 보발재 정상에는 ‘평강온달로맨스길’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온달산성은 평지의 온달관광지에서 30~40분만 오르면 된다. 길은 꽤 가파르다. 오르막길 막바지에 이르면 엄동설한이라도 땀이 난다. 때마침 쉼터같은 사모정이 기다린다. 온달과 평강이 이별한 곳. 그래서인지 손잡고 몸 부축하며 산성에 오르던 썸남썸녀는 이곳에서 ‘절대 헤어지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 가능성이 높다.

 

이 곳, 전사 장소에서 움직이지 않던 온달의 관은 평강공주가 한걸음에 달려온 후에야 상여꾼에게 운구를 허락했다고 한다. 온달이 숨진 겨울, 산성의 서정은 더 짙다. 겨울 등산의 운동효과는 다른 계절 보다 크고, 온달산성 겨울 등산은 사랑의 두께를 배가시킨다.

 

산성 둘레는 683m로 크지 않고 성벽은 납작하게 잘라낸 점판암으로 쌓았는데, 워낙 촘촘하고 정교해 재질좋은 콘크리트 담장 처럼 매끈하다. 경사진 지형을 따라 부드럽게 곡면을 그리며 감겨 돌아가는 모습에 외국인 관광객도 감탄한다. 1400~1500년이나 됐지만 허물어진 흔적이 거의 없다.

 

산성 아래 온달관광지는 미니 고구려이다. 온달 동굴과 온달의 장사가 치러진 상리나루터가 지척이고, ‘태왕사신기’, ‘천추태후’ 등 고대 사극 단골 세트장이 있는 고구려 정치, 군사거점 미니어처이다. 2015년 서울 대학로를 떠나 단양으로 근거지를 옮긴 만종리대학로극장의 ‘고구려 온달과 평강이야기’는 1500년만에 온달을 다시 만나게 해준다.

 

한국여행업협동조합의 단양투어에 동행한 옥종기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장은 “온달과 평강을 주제로 한 아트투어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10대 전통문화 여행 프로그램에 뽑혔다”면서 “단양은 아트, 생태, 레포츠, 역사문화 투어 모두가 가능한 사계절 관광지”라고 소개했다. 그는 “앞으로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인 단양-제천-충주-영월권이 합심해 시너지를 높일수 있도록 다양한 협업을 유도하고 이 지역 관광자원의 세계화를 위한 창의적 개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온달·평강 ‘러브스토리’ 에… 단양의

남한강을 따라 20㎞쯤 남쪽으로 가면 물줄기는 다시한번 대찬 ‘S라인’을 그려내는데, 고수동굴, 대명리조트, 다리안 계곡 등이 밀집돼 있다. 절경은 역시 물줄기가 휘몰아치는데 있다.

 

여름동굴은 시원하고 겨울동굴은 따스하다. 천연기념물 256호인 단양 고수동굴 왕복 1.9㎞ 구간은 종유석과 석순, 동굴 호수 등이 황홀하게 펼쳐져 태고의 신비를 느끼게 하는 곳이다. 신(神)은 이곳에 성모 마리아, 사랑바위, 만물상, 천당못, 천지창조, 사자 등 동서양의 창세기 핵심 코드를 조각해두었다.

 

대명리조트부터 수양개에 이르는 7㎞구간은 100만년 역사가 공존한다.

 

서양인들이 ‘구석기시대부터 동양인보다 똑똑했다’고 주장하는 근거였던 양편 가공 주먹도끼가 연천과 단양에서 발견되면서 그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한 적이 있다. 당시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이 더 기뻐했다. 100만년 자취를 모아둔 수양개 선사유물관 뜰에는 21세기 최첨단 조명기술을 적용해 자연을 닮은 형형색색의 비정형 루미나리에, 빛으로 만든 장미와 수목이 펼쳐져 있다.

 

높은 곳에서 절경을 굽어보는 단양 명소는 온달산성, 패러글라이딩, 만천하 스카이워크 3곳이다. 단양(패러일번지)과 코레일은 겨울 철도여행 ‘내일로’ 이용객이 단양 패러글라이딩을 손쉽게 체험토록 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최첨단 전망대 만천하 스카이워크는 해발 320m 만학천봉 정상에 범종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오래전부터 신성시하는 곳으로 새해 소원을 빌던 곳. 금수산 지맥과 남한강 호반을 굽어보고, 980m를 쾌속하는 지프라인을 즐길 수 있다.

 

수양개 잔도길은 상진대교에서 만천하 스카이워크 아래까지 연결되는 절벽옆 1200m 강변 위 나무다리 테크길이다. 강변 생태를 저공비행하듯 감상하며 걸을 때 마다 짜릿한 스릴을 느낄수 있다. ‘느림보 강물길’이라는 팻말이 여행자를 따라다니면서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인근 이끼터널은 옛 중앙선 철도가 있던 자리로, 터널의 두껑을 열었더니 두툼한 이끼가 여전히 끼어 ‘서 있는 골프 그린’ 같다. 가족, 친구, 연인, 썸남썸녀들은 이끼 위에 자신들의 언약을 새긴다.

 

단양 남서쪽 단성-대강면 일대 물소리길(하선암), 농촌풍경길(사인암), 숲소리길(광덕사), 고개넘어길(사모폭포)로 연결된 선암골 생태유람길에선 좁아진 남한강 지류 개천, 기암괴석이 동행하며 친구가 된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인문학이 샘솟는 정도전의 도담삼봉과 석문, 남한강변의 영물 구담봉과 옥순봉, 퇴계ㆍ두향의 애틋한 사랑이 숨쉬는 장회나루에다, 다리안 계곡물이 듬성듬성 얼음 위로 스켈레톤 처럼 미끌어지면서 ‘절제된 아우성’을 내는 겨울 계곡 여행의 운치까지 단양은 갖고 있다. 여름 바다 빼고 다 있는 겨울 단양이다.

 

함영훈 여행선임기자/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