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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다만 사랑했을 뿐...
선입견과 편견 넘어선 퀴어문학

by헤럴드경제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전세계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79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국내에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18만4226명의 관객수를 기록했지만 수치에 비해 그 화제성과 인기는 뜨겁다. 여기에 힘입어 도서 시장에서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원작소설인 ‘그해, 여름손님’ 인기가 높다. 특별히 성소수자를 지지하지 않는 독자들도 호평 일색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담고 문단과 대중의 호평을 이끌어낸 책들은 어떤 매력이 있을까.

‘퀴어문학’ 범주를 넘어 문학상 수상작

다만 사랑했을 뿐... 선입견과 편견

(사진=책표지)

‘리틀 라이프’ (한야 야나기하라 지음 | 시공사)는 어린 시절 끔찍한 학대와 폭력의 트라우마를 간직한 비밀스러운 인물 주드의 이야기를 다룬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부당함을 넘어서려 했던 남자, 살아내기 위해 스스로를 파괴해야 했던 한 남자의 삶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한 가닥 희망의 가능성마저 거부하며 생의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무려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임에도 독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유명세를 탄 작품이다. 그 뿐 아니다. 맨부커상과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에까지 오르기도 했다. 맨부커상 후보작 중 유례없는 독자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았고, 심사위원들 사이에서도 소설의 힘과 소재의 선정성으로 인해 뜨거운 논쟁작이 된 바 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가디언, 이코노미스트, NPR 등 25개 언론사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고 “‘걸작’이라는 단어는 이 소설을 위한 것이다”라는 극찬을 받으며 ‘커커스 문학상’을 수상했다.

 

‘게스트’(세라 워터스 | 자음과모음)는 영화 ‘아가씨’ 원작 ‘핑거스미스’ 저자인 세라 워터스의 또다른 작품이다. 고즈넉한 저택에 사는 주인공과 세입자로 들어온 여성의 금기된 사랑과 그로 인한 불안, 예기치 못한 사건을 그린 연애 소설이자 범죄 소설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런던을 배경으로, 사랑, 충격적인 살인, 그리고 완벽한 결말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역사 소설의 거장답게 당시 사회상을 반영하고 날카로운 비판을 더해 거대한 변화의 정점에 선 런던을 생생히 재현했다. 저자 세라 워터스는 퀸메리대학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한 과정에서 박사 논문을 준비하며 레즈비언과 게이 역사 소설, 19세기 외설 문학을 다양하게 연구했다. 이 작품으로 영국 유수 문학상인 ‘베일리 여성 문학상’을 수상했다.

만남, 그리고 상실에서 오는 공감

다만 사랑했을 뿐... 선입견과 편견

(사진=책표지)

‘그해 여름손님’(안드레 애치먼 지음 | 잔)은 90회 아카데미 각색상 수상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의 원작 소설이다. 피아노 연주와 책이 삶의 전부인 열일곱 소년 엘리오와 스물넷의 미국인 철학교수 올리버, 두 남자의 사랑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훗날 성장한 엘리오가 그해 여름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해, 올리버와 함께 보낸 리비에라에서의 6주, 로마에서의 특별한 날들을 배경으로 언제까지나 함께 할 수 없고 누구에게도 말할 수도 없는 비밀을 안은 채 특별한 친밀함을 쌓아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작가는 이 책으로 2007년 ‘람다 문학상’ 게이 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싱글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 | 조동섭 옮김 | 창비)은 크리스토퍼 이셔우드가 소설 속 조지와 같은 나이인 58세에 발표한 작품이다. 사별의 여진을 견디고 있는 한 중년 남성의 하루를 그린다. 결국 누구나 발견하게 되는 이 삶의 빈자리들을 정제된 언어로 아름답고 통렬하게 비추고 있다. 저자 크리스토퍼 이셔우드는 영미 현대문학의 주요 작가 중 한명으로 소설, 희곡, 씨나리오, 산문, 번역 등 다양한 저서를 남겼다. 동성애자임을 숨기지 않고 활동한 첫 세대이자, 동성애자 인권 운동에도 크게 기여한 인물이기도 하다. 작가는 ‘싱글맨’에 대해 “하고자 한대로 구현된 유일한 작품”이라고 밝히며 가장 아끼는 글로 꼽기도 했다. 2009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어 다시 널리 주목받았으며 ‘가디언’ 선정 ‘100대 영문 소설’로도 꼽혔다.

국내의 ‘퀴어문학’

다만 사랑했을 뿐... 선입견과 편견

(사진=책표지)

‘나’(이경화 지음 | 바람의 아이들)는 10대 동성애자의 삶을 구체적이고 투명하게 보여 주는 청소년 소설이다. 작가는 2003년 4월, 동성애자인권연대사무실에서 19세의 나이로 자살한 육우당을 기리기 위해 쓴 소설이라 밝힌다. 권위적인 아빠와 고3, 이혼한 엄마 사이에서 환경과 타협하고 스스로를 게이로 인정하지 못한 채 불편하게 살아가는 주인공, 현. 아빠를 떠나 이사를 가고 새 학교에서 만난 게이, 장상요를 만나면서 숨기기만 했던 자신의 성 정체성을 또다시 발견한다. 성 소수자의 사회적 현실과 성장기 청소년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섬세한 문체로 그려낸다. 작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생의 다양한 모습을 깊은 통찰력으로 꿰뚫고 있다. 독자들로부터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호평을 얻기도 했다.

 

‘누나가 사랑했든 내가 사랑했든’(송경아 지음 | 창비)은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된 두 남매의 이야기를 그린다. 동성애라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밝고 유쾌하게 그려낸 소설로 성적도 평범, 키도 얼굴도 평범한 고3 남학생 성준이 누나와 같은 남자를 짝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동성을 사랑하든 이성을 사랑하든 누구나 자기 앞에 놓인 사랑은 모두 진지한 고민거리라는 점을 깨닫게 한다.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독자 여러분이 ‘어떤 처지이든 사람이 사람을 좋아할 수 있고 그러다가 실패할 수도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곱씹어 주셨으면 하고 바란다”는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cultur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