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지구 떠나는날, 지구는 인간을 떠난다

[테크]by 헤럴드경제

대기오염·기후변화로 생태계 교란

꿀벌 개체수 2006년보다 40% 감소

100대 농작물 생산량 70%가 꿀벌수분 의존

꿀벌이 지구 떠나는날, 지구는 인간을

멸종위기 종을 말할 때 흔히 북극곰이나 시베리아 호랑이 등을 떠올리지만 작은 크기에도 생태계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있다. 바로 꿀벌이다. 생태계가 무너지면 인류가 지구에서 살아갈 수 없지만 꿀벌의 멸종은 우리가 먹는 음식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더 위협적이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생산량의 약 70%가 꿀벌의 수분(受粉)에 의해 생산된다. 다른 곤충도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는 식물의 번식을 돕지만, 꿀벌은 꿀 1㎏을 얻기 위해 약 4만㎞를 이동하며 광범위하게 활동하는 만큼, 가장 주된 역할을 한다. 국제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Greenpeace)에 따르면 꿀벌이 식량 재배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는 무려 373조 원이다.

꿀벌이 지구 떠나는날, 지구는 인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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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없는 미래, 식량대란도 우려 이 때문에 꿀벌이 사라진 미래는 암울하기 그지없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꿀벌의 감소로 생태계의 교란은 물론 식량안보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장 식량 부족상황에 놓이면서 ‘식량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일, 채소 및 견과류부터 식물을 먹고 자라는 동물에 의한 낙농 제품까지 수많은 식품들이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특히 비타민과 미네랄, 항산화물질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식물성 식품들이 꿀벌에 의존한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뉴욕 코넬대 연구진은 “아몬드는 100% 꿀벌의 수분에 영향을 받으며, 딸기, 양파, 호박, 당근, 사과 등의 작물은 90%에 육박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블루베리, 귀리, 오이, 오렌지, 겨자, 감자, 토마토, 키위, 귀리, 커피 등 영양가 있는 식품들이 꿀벌에 영향을 받는다. 꿀벌이 멸종된다면 이러한 음식의 일부가 사라지거나 가격상승, 품질 하락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개발이 덜 된 지역의 경우 영양실조 문제 등이 우려된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꽃가루 매개 곤충들이 완전히 멸종할 경우, 과일과 채소 및 견과류 생산량이 16~23% 범위에서 감소하고, 저소득층과 노약자들이 영양결핍으로 한 해 140만명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은 이미 진행중이다. 지난 2006년 미국 플로리다의 양봉농장에서 꿀벌이 갑자기 사라지기 시작한 ‘군집붕괴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이 발견된 후 전 세계 곳곳에서 이와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간 일벌 무리가 돌아오지 않아 벌집에 남아있던 여왕벌과 애벌레가 떼로 죽는 현상을 말한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06년에 비해 현재 꿀벌의 개체 수는 40%가량 감소했으며, 유럽은 1985년에 비해 25%가 줄었다. 특히 영국은 2010년 이후 45%의 꿀벌이 사라졌다. 미국의 생물다양성센터(Center for Biological Diversity) 의 최신 보고서에서는 북미 지역의 700 종 이상의 꿀벌 종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꿀벌이 지구 떠나는날, 지구는 인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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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위기, 가장 큰 이유는 환경 오염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의 주간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196만3000군이던 봉군(벌떼)이 1년사이 175만 군으로 줄어 10.8% 감소했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속도가 그대로 진행된다면 오는 2035년쯤 꿀벌이 지구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섞인 경고도 나온다.


꿀벌이 갑자기 사라지는 가장 큰 이유는 환경 오염이다. 기후변화, 도시화로 인한 서식지 파괴, 대기오염 등 꿀벌 역시 환경오염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특히 강한 농약과 각종 화학물은 꿀벌의 신경계를 교란시키면서 벌집을 찾아가지 못하게 만들어 벌집이 붕괴되는 일이 벌어진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은 지난 4월, 꿀벌 개체수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 계열 살충제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또한 기후변화로 꿀벌이 활동하는 시기와 식물이 피는 시기가 불일치 되고, 인위적인 농경지 개발에 따른 서식지의 감소도 개체수 감소에 영향을 준다.


한편 인류에게 필요한 음식들을 지키고 지구를 살리기 위해 지난해 12월, 유엔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세계 꿀벌의 날’(World Bee Dayㆍ5월 20일)이 정해졌다.


육성연 기자/gorgeous@heraldcorp.com

2018.08.0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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