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대세’ 정준영의 자충수

[컬처]by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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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방송화면)

‘정준영 사태’가 불러온 방송가 후폭풍,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3년 전 MBC ‘라디오스타’에서 지코는 정준영에 대해 “시사회 같은 데서 영화를 보다가 누가(여자 배우가) 나오면 ‘내 거다’라고 한다”고 폭로했다. 당시 정준영이 “진정한 사랑을 찾고 싶다”고 하자, 의아한 표정을 짓던 지코는 “아까도 헨리에게 ‘출연하는 드라마에 누가 나오냐’고 묻더니 어떤 여자 배우 이야기가 나오자 휴대폰 주소록에서 번호를 찾았다. ‘황금폰’이라고, 메신저만 하는 휴대폰이 있다. 포켓몬 도감처럼 많은 분들 연락처가 저장돼 있다”고 말했다. 현장의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어느 영화 제목처럼, 그때는 가볍게 웃어넘긴 말들이 지금은 커다란 망치가 돼 뒤통수를 때리고 있다.


대중도 같은 마음인 모양이다. 이 장면이 담긴 ‘라디오스타’ 클립 영상이 네이버TV 실시간 TOP100 차트에서 역주행 중인 것이다. 지난 11일 ‘SBS 8 뉴스’에서 정준영이 수년간 불법촬영을 일삼고 그 결과물을 지인들에 유포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시점부터다.


정준영은 13일 새벽 소속사 레이블 엠을 통해 “모든 죄를 인정한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어 “동의를 받지 않은채 여성을 촬영하고 이를 SNS 대화방에 유포하였고, 그런 행위를 하면서도 큰 죄책감 없이 행동하였다”고 적었다. 이와 관련해 전날(12일) ‘SBS 8 뉴스’를 통해 공개된 문제의 채팅창에서는 정준영과 그 지인들이 불법촬영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가해를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모습이 담겨 보는 이들을 경악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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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2 방송화면)

대중이 정준영에게 느끼는 건 실망과 분노를 넘어선 충격이다. 정준영이 대중에게 친근한 연예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정준영의 본업은 가수이지만 실상 그의 주무대는 예능이었다. 이른바 ‘4차원’의 정신세계를 콘셉트로 인기를 끌었다. 이에 자유분방한 사고방식과 시니컬한 태도는 정준영의 셀링 포인트였다. 방송가도 이를 예능 요소로 적극 활용했다. ‘라디오스타’만 봐도 그렇다. 동종 업계에 몸담고 있는 이성의 동료를 ‘내 것’이라고 표현한다거나, 여성의 연락처가 다수 저장된 휴대폰을 별도로 두고 메시지를 주고받는 용도로만 사용한다는 폭로를 그저 ‘재미있는 일화’로 포장했다.


이 외에도 많은 예능이 정준영의 이성 관계, 혹은 그에 대한 언급을 ‘개그 소재’로 삼았다. 이를 테면 MBC ‘나 혼자 산다’는 “여자를 만나면 정준영을 알고 있냐고 물어보고, 안다고 하면 연락처를 삭제해야 한다”던 에디킴의 발언을,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4’는 에디킴의 연애 관계를 폭로한다면서 ‘스튜디어스’ ‘간호사’ 등의 직업명을 언급한 정준영을, 또 KBS2 ‘해피투게더 시즌3’에서는 “정준영이 ‘1박 2일’ 제작진에게 걸그룹 멤버와 단 둘이 하와이로 휴가를 떠나게 해달라고 했다”는 내용을 아무런 제지 없이 각각 내보낸 바 있다. 이는 여성의 성적 대상화에 대해 우리 사회의 인식이 현저히 부족한 상태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실제로 별다른 고민없이 정준영과 함께해온 방송가에서는 후폭풍을 제대로 겪고 있다. 정준영의 범죄 행각이 드러난 뒤 방송가 여기저기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당장 정준영이 고정으로 출연하던 프로그램만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 시즌3(이하 1박 2일)’과 tvN ‘짠내투어’ 등 2편이었던 데다 tvN 새 예능 프로그램 ‘현지에서 먹힐까 미국편(이하 현지먹3)’은 정준영을 새 멤버로 섭외해 촬영까지 마친 상황. 이에 이들 프로그램 제작진은 “정준영의 출연 분량을 모두 편집할 것”이라며 하차 소식을 전했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 culture@heraldcorp.com


2019.03.2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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