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년 파도가 깎아낸 8폭 병풍…'금당 8경'은 그렇게 서 있었다

[여행]by 헤럴드경제

기기묘묘한 병풍바위 코끼리바위 등 해안과 학령낙조 등 '숨은 보석'같은 경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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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당도 공산(138m)정상에서 본 다도해전경./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op.com

언제든 가볼 만한 아름다운 곳, 대신 쉽게 다다를 수 없는 먼 곳, 그럼에도 마음먹고 출발하면 후회는 별로 없는 곳. 남도의 섬여행은 쉽게 경험할 수 없어서 더 값진 추억을 안겨준다. 버스타고, 시외버스타고, 배타고 가거나 장거리 운전에 배를 타는 수고를 들여야 비로소 구경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남도의 섬으로 떠나는 여행은 그래서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전국에서 행정구역 상 가장 섬이 많은 군으로는 전남 신안군과 완도군, 진도군을 꼽을 수 있다. 섬 만으로 이뤄진 신안군은 1000개가 넘는 섬(1025개)이 있어 '1004섬'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기도 했다. 완도가 256개, 진도가 254개 도서로 이뤄져 있다.


그중 완도군의 금당도로 떠나기로 했다. 완도의 섬 중 보길도 청산도 등은 이제 많은 사람이 찾고 있는 곳이라, 조금 덜 알려진 곳을 둘러보고 싶어 금당도를 목적지로 삼았다. 기차를 탈까, 고속버스를 탈까 고민했다. 떠날때는 편하지만 그 다음 여정까지 생각하면 소요시간이 너무 길었다.


결국 차로 출발했고 금당도행 배를 탈 수 있는 장흥군 회진면 노력항에 5시간이 조금 안돼 도착했다. 이른 아침 떠나야 오후 2시 전에 배를 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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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당도행 배는 장흥군 회진면 노력항, 고흥군의 녹동항, 고흥군의 우두항 등 3곳에서 탈 수 있다. 녹동항에서는 40여분, 노력항과 우두항에서 타면 20분 님짓 걸린다.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완도군은 유인도 55개를 포함해 265개의 크고 작은 섬이 있는데 그중 금당도는 인구 1000여명으로 생일도(800여명) 다음으로 인구가 적다. 관광객을 위한 숙소, 식당 등 편의시설도 잘 마련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완도군에서는 완도 보길도 청산도 신지도 생일도와 함께 금당을 주요 관광명소로 꼽고 있다.


금당도의 아름다움은 섬 안에 들어서면 오히려 체감하기 어렵다. 감탄을 자아내는 기암괴석들을 일컫는 '금당 8경'이 섬을 빙 둘러 절벽에 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정기 유람선도 없다. 관광객 수가 워낙 유동적인데다 금당8경을 콕 찍어 관광하겠다는 수요는 더 적기 때문이다. 섬은 크지 않지만 해안선이 굴곡이 심해 둘레는 상당히 넓다. 의외로 산악회에서 많이 찾는데 트레킹 코스를 짤 경우 4시간 코스도 가능하다고. 금당도를 찾는 관광객은 연간 6000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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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당도 코끼리바위./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op.com

남근바위.

하지만 금당면 정보센터(061-843-4077)에 연락하면 5명이 10만원의 비용으로 1시간동안 해안일주 체험을 할 수 있다. 금당도 가학항에서 섬을 일주하는 배에 오르면 코끼리바위, 남근바위, 초가바위, 부채바위, 병풍바위 등 수천, 수만년의 세월 동안 바람을 맞고 파도에 씻긴 '금당 8경'의 신비로운 자태를 볼 수 있다.


가학항에서 출발해 왼쪽으로 섬을 끼고 달리면 남근바위, 그 옆에 코끼리바위가 잇닿아 있다. 가까운 곳에 초가바위도 신기하리만큼 소박한 초가집의 외형을 그대로 하고 있다. 교암청풍은 마치 대리석 기둥이 죽죽 뻗어나간 것 처럼 생겨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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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들이 가지런히 늘어선 모습이 병풍을 연상케하는 병풍바위.

세포전망대 아래에는 사봉세우가 있다. 비가 내리면 풍화작용으로 구멍이 숭숭 뚫린 암석 사이로 빗물이 흘러내리는 모습이 독특하다고 한다. 배를 가까이 대고 봐야 그 기기묘묘함을 느낄 수 있다. 스펀지처럼 구멍뚫린 바위와, 주상절리처럼 옆으로 쭉쭉 무늬를 만든 부분이 어우러져 오랜 시간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부채바위

율포항을 지나면 스님바위, 병풍바위, 부채바위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작은 부속섬들까지 해안을 따라 흩뿌려진 금당도 일주는 거센 파도와 기암괴석, 상쾌한 항해의 느낌까지 안겨줘 지루할 틈이 없다.

사봉세우

섬을 둘러 이어진 도로를 달리다 학령에 다다르면 차를 세우고 노을을 기다려보자. 서해안과 남해안에는 석양이 아름다운 곳이 많지만 금당8경 중 하나인 '학령낙조'를 빼놓고 가면 섭섭하다.


섬의 구석구석을 보고 싶다면 율포항 앞에서 출발해 금당산 등을 능선따라 도는 약 8.5㎞의 동능선코스를 걸어보는 것도 추처한다. 가공되지 않은 원석같은 수수한 금당도의 자연을 즐기고 싶다면 완도로 떠나보자.


금당도행 배를 타러 장흥의 노력항으로 가다보면 다리를 건너기 전에 회진면사무소 근방에 낚싯배를 탈 수 있고, 숙소도 있는 '점방'들이 몇몇 있으니 바다낚시를 즐기고 싶은 이라면 참고할 만하다. 선장님들이 운영하는 이곳에선 식사도 할 수 있는데 뚝딱 차려내는 솜씨가 일품이다.


헤럴드경제(금당도)=김성진 기자 withyj2@heraldcorp.com

2020.01.0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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