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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박근혜는 왜 그렇게 말할까"

근혜체 6가지 유형

언어는 그 사람이다. 그 사람이 살아온 이력과 생각이 그의 말에 모두 들어있다. 대통령의 말이라고 다르지 않다.


국민들에게 박근혜의 말 중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은 ‘참 나쁜~’이란 말이다. 단순하면서 직설적이어서 많은 이들이 이를 종종 갖다 썼다. 그러나 이런 이분법적 표현은 성숙한 언어는 아니다.


우리말 연구에 힘을 쏟아온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의 저자이자 언어와생각연구소 대표인 최종희씨가 5년여에 걸쳐 박근혜의 말을 분석, ‘근혜체 6가지 유형’을 밝혔다.

근혜체 6가지 유형

먼저 오발탄 어법이다. 가장 대표적인 2012년 SBS ‘힐링캠프’ 프로그램 출연 시 했던 말, “바쁜 벌꿀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가 대표적인 예. 윌리엄 블레이크가 남긴 ‘바쁜 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의 오역이다.


‘전화위복’ 대신에 ‘전화위기의 계기로 삼아’라고 말했던 경우는 수차례다. 단순 실수라기보다 사자성어 자체를 잘못 알고 있을 확률이 크다는 의문이 제기된다.


오발탄 어법에는 ‘솔선을 수범해서’와 같이 손쉬운 조사나 어미 따위를 임의로 생략하거나 덧붙여서 뜻이 통하지 않거나 어지럽게 만드는 경우도 포함된다. 단문형 어법 이탈 내지는 오용 사례들이다. 2012년 대선 토론 당시 ‘지하경제 양성화’를 ‘지하경제 활성화’로 몇번 잘못 표현한 경우도 있다. ‘활성화’란 표현은 박 대통령의 공식 석상 언어 중에서 가장 많이 쓴 말이다.


최 씨는 이 오발탄 어법은 기본적인 어휘력이나 조어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전형적인 실수라고 말한다.


둘째 유형은 영매어법. 우주, 정성, 혼, 마음, 일편단심, 정신, 기운 등의 표현이다.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는 말이 있다”“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고, 잘못 배우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 밖에 없다” 등이 해당된다. 또한 최태민과 관련한 질문만 나오면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한 예다. 최 씨는 “영매어법은 통치자로서의 박 대통령을 근원적으로 망치고 있다는 점에서 박근혜 어법 중 가장 문제적”이라고 지적한다.


셋째 유형은 불통 군왕의 어법이다.


“계속 불법 집회를 주도하는 것은 정부로서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일”“불법 폭력 행위를 뿌리뽑기 위해서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서 대응해 나가야 할 것”“불법과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할 것.” 등 쏟아낸 말 속에 분노와 증오가 배어있다. 이는 평생을 국민 위에 군림해온 제왕적 사고에서 나온 것이라며, 최 씨는 이를 ‘장기판 공주 어법’으로 달리 표현했다. 모든 사람들이 아버지 앞에서 굽실거리는 걸 16년 동안 봐왔고, 지금은 자신 앞에서 모든 이들이 그리한 탓에 저절로 몸에 뱄다는 것이다.


공주 의식과 영매 어법이 만나면 더 문제가 커진다. 제왕적 대통령에 영혼과 우주의 섭리까지 깨닫고 있는 존재이니 언제든 누구에게든 큰 소리 칠 수 있고 한 수 가르쳐 주려하기 때문이다.


최 씨는 “박근혜의 말에 무척 자주 등장하는 어투가 ‘이러이러하게 생각한다’인데, 자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은연중에 타인들도 자신처럼 생각하라고 강요한다”고 말한다.


넷째 유형은 피노키오 공주 어법. 이 어법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방어용이다. 정치가가 대의명분상 어쩔 수 없이 말을 뒤집을 때가 있지만 박근혜의 경우에는 개인적 용도로 애용한다는 것. 가령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고 온 나라를 흔들어놓은 그가 야당 대표 시절이던 2005년에는 “어떤 경우든지 역사에 관해서 정권이 재단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역사를 다루겠다는 것은 정부가 정권의 입맛에 맞게 하겠다는 의심을 받게 되고 정권 바뀔 때마다 역사를 새로 써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다섯째 유형은 온 국민을 허탈하게 만든 유체이탈 어법이다. 주로 책임 회피형 면피용 어법이다. 책임질 일에서 자신을 빼내는 유체이탈어법은 메르스 사태로 쑥대밭이 된 뒤에 나온 말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더욱 적극적으로 선도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고 심각한 것은 빨리 국민께 알려 나갔으면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누구의 정부인지 아리송한 대목이다. 사과란 내 사전에 없다는 듯 사과에 인색한 대통령은 피치 못할 때면 대리인을 내세우기도 했다. 2013년 3월 새 정부의 장차관급 후보로 지명된 인사 7명이 줄줄이 낙마하자 인사권자인 대통령은 빠지고 허태열 당시 비서실장이 대신 사과했다. 유체이탈 어법은 자신에게 겨냥된 사안에 대해 물타기 작전으로 빠져나가는 식으로도 나온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은 사과 대신 국정원은 과거부터 논쟁의 대상이라면 본질을 흐렸다.


여섯째 유형은 전화통 싸움닭 어법. “한국말 못 알아들으세요?”“병 걸리셨어요?”“지금 저하고 싸움하시는 거에요?”“그런 걸 제가 일일이 알려줘야 합니까” 등이 이에 속한다. 이는 불통, 독대기피 등의 태도와 관련성이 깊다. 평상시 이런 말투가 튀어나올 때는 대부분 상대방이 거슬릴 때다. 이런 어투가 충격적인 것은 공주님 이미지와 동떨어지기 때문이다. 즉각적 받아치기를 해대는 순간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으로 평가받게 된다.


최 씨는 “오염된 언어를 오래 사용하면 정신이 오염된다. 오염된 정신은 오염된 행동”으로 드러나게 된다고 저서 ‘박근혜의 말’을 통해 강조했다.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