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화병과 불면증이 갈수록 심해진다면?

[라이프]by 하이닥

# 사업에 실패한 남편이 집에만 칩거한 지 수개월, 얼마 전부터 주부 김모 씨(50)는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혀 집에 가만히 있는 것이 힘들다.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고 우울하고 불안하기까지 하다. 가슴과 뱃속에 뜨거운 뭔가가 뭉쳐있는 듯한 느낌이 들고 얼굴까지 벌겋게 달아오르곤 한다. 밤잠도 안 오고, 잠들었다가도 자주 깨니 낮에는 너무 피곤하다. 조용하고 소심하던 김 씨의 성격도 이런 몸 상태와 함께 변하기 시작했다. 남편과 자녀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신경질을 내니 식구들이 슬슬 눈치를 보고 피하게 되었다. 집 근처 한의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보니 ‘화병’과 함께 찾아온 ‘갱년기 불면증’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부정적인 감정이 신체적 증상으로도 나타나

하이닥

‘화병(火病)’이란 말은 우리나라 사람에겐 익숙한 단어일 것이다. 글자 그대로 풀어보자면 화(火)는 불을 의미하지만, 그 속뜻은 마음에서 올라오는 화, 즉 분노라는 감정이며, 화병은 화가 쌓여 나타나는 정신적, 신체적 병증을 의미한다. 서구 정신의학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병증으로서 우리의 ‘한(恨)’ 문화가 그 맥락 안에 맞닿아 있는 듯하다.


화병은 신체적으로 불면증, 위장장애, 피로감, 공황, 불쾌감, 심계항진, 가슴이나 상복부에 응어리가 뭉친 느낌 등이 나타나며 특정한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나이에 상관없이 ‘분노’로 인한 정신적 불편을 호소하는 환자도 많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분노가 만연하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미숙해서 나타나는 문제는 전통적인 우리나라의 화병 문화와는 다르게 임상적인 차이가 있다.


어쨌든 부정적 감정이 우리 건강에 굉장히 해롭게 작용하며 악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확실하다. 마음에 쌓인 화를 건강하게 풀어내고 신체적 불편감이 사라질 수 있도록 증상이 심각한 경우에는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특히 갱년기를 맞아 화병이나 불면증이나 여타 신체적 불편 증상을 호소하는 분의 경우 적극적으로 상태를 체크해 보는 것이 좋다.

혈허로 인한 화병과 불면증

한의학에서는 불면증의 여러 가지 원인 중에서 혈허(음허) 상태에서 나타나는 ‘화’에 주목한다. 체질적으로 신경이 예민한 분이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소화기 병증, 과로 등이 오래 지속하게 되면 음혈허가 발생하고 에너지가 확 떨어지게 될 수 있다. 음혈이 부족해지게 되면 허열(虛熱)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이에 해당한다고 의심해볼 수 있다.


- 불면증이 있다, 잠을 깊이 못 잔다

- 이명이 자주 들린다

- 불안하고 자신감이 떨어진다

- 심계항진(가슴 두근거림), 손발 저림, 근육경련이 있다

- 눈이 침침하고 쉽게 피로감을 호소한다

- 건망증이 심하게 나타난다

- 안색이 창백하고 칙칙하며 피부가 건조하다

- 생리불순, 기립성 빈혈과 어지럼증이 있다

- 탈모가 나타난다, 흰머리가 많아진다


위와 같은 증상은 통계에 따르면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특히 중년여성에게서 발생하기 쉽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불면증은 한번 발병하면 건강 유지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치며 갱년기 및 화병의 증상 악화에 기름을 부을 수 있어 유념해야 한다. 추후 우울증, 치매, 뇌졸중, 심근경색, 고혈압 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일시적인 불면증이라 하더라도 증상을 잘 관찰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여 만성적인 불면증으로 진행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마음의 안정과 수면 개선, 근본적인 해결

대개 증상이 심한 경우, 처음에 환자들은 가볍게 수면제를 처방받아 조금이라도 잠을 자려고 시도한다. 최근 수면제의 의존성과 장기복용의 경우, 끊었을 때의 부작용에 대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수면유도제(일반의약품)를 복용하는 분도 많지만 이런 방법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수면유도제 역시 장기복용 시 이차적인 문제가 수반되고, 두통이나 피로감 등이 따라오며 결국 약효가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더 강한 수면제 복용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화병, 불면증, 갱년기 증상 모두 몸 상태가 떨어지고 스트레스와 분노가 쌓여 나타난 증상으로 본다면 그 뿌리가 같다. 이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해결책을 찾는다면, 한의학적 치료는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몸 상태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아주는 한약을 통한 내부치료, 떨어진 기혈순환을 돕는 불면침치료, 약침치료, 추나요법은 효과적인 한의학적 치료법이다. 부정적인 기억을 제거하는 심리요법, 명상치료, 티테라피 등을 같이 하게 되는데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심신을 이완 시켜 치료의 지속성을 높여준다.


또한 낮에는 햇빛을 받으며 30분 이상 꾸준히 산책하고, 자기 전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는 것, 온수 목욕이나 족욕으로 신체 온도를 높였다가 잠자리에 드는 것, 카페인이나 알코올 섭취를 삼가는 것 등으로 생활습관을 건강하게 가져가는 것이 좋다.


여성은 갱년기 이후 제2의 봄이 찾아온다. 자녀 양육, 사회생활에서의 무거운 굴레와 책임에서 조금은 벗어나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기회를 맞이하는 멋진 시기다. 생활습관의 개선과 꾸준한 근본치료로 갱년기 장애와 화병, 불면증에서 벗어나 화사한 인생, 제2의 봄을 맞이해 보자.


글 = 하이닥 의학기자 김면주 원장 (한의사)

2019.10.2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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