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문학창작촌 '이웃문학다방'

[컬처]by 서울문화재단

도심 속 전원형 문학촌. 작가들이 조용히 집필의 열기를 지피는 ‘연희문학창작촌’의 문학미디어랩이 달라졌다.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리던 적막한 공간이 문학을 즐기기 위해 찾아온 이웃의 발걸음으로 북적이기 시작한 것. 브런치와 책읽기가 함께하는 프로그램 ‘이웃문학다방’ 때문이다.

연희문학창작촌 '이웃문학다방'

주민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이웃문학다방'

연희문학창작촌 '이웃문학다방'

연희문학창작촌의 3동 산책로.

연희문학창작촌 이웃문학다방은 올해 처음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주민이 이웃을 위해 직접 기획・운영한다’ 라는 취지로 첫걸음을 뗐다. 지난 3월 시범적으로 시작한 <맛있는 책다방> <느리게 책읽기> <커피의 향기 문학의 향기> 프로그램은 참여자들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냈고, 이러한 호응에 힘입어 2015년 연중 기획으로 운영하게 되었다. <맛있는 책다방>에서는 브런치를 나누며 그림책을 읽고, <느리게 책읽기>는 책장에 묵혀둔 두꺼운 책을 꺼내와 함께 읽으며, <커피의 향기 문학의 향기>는 바리스타인 강사와 함께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 마시며 커피 이야기가 녹아 있는 문학작품을 읽는 프로그램이다.

이웃문학다방의 중심에는 서대문구 문학 전문 마을공동체 ‘우듬지’가 있다. ‘우듬지’는 문학과 관련한 자발적 모임을 10년 넘게 진행해오고 있는 지역 주민 모임이다. 이들이 연희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가을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연희문학창작촌에 마을 나온 우듬지 회원들은 향긋한 커피 향기 속에서 다양한 문학서적을 하루 종일 접할 수 있는 문학미디어랩 ‘창작카페 연희’의 분위기에 매료되었고, 이를 계기로 그동안 예산이 부족해 무인으로 운영되던 ‘창작카페 연희’ 자원활동 운영자로 나섰다. 약 6개월간 공간을 지켜온 이들은 이웃과 문학을 좀 더 친근하게 함께하고자 2015년 시민 대상 프로그램 기획을 제안하고, 그렇게 주민-이웃-문학의 연결고리가 생겼다.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하며 우여곡절도 많았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보다 ‘홍보’. 시범 운영 당시 생각보다 온라인 신청이 저조하자 아날로그 방식의 직접 홍보를 진행하기로 했다. 연희의 운영진은 전단지를 만들고, 우듬지 회원들은 동사무소, 인근 도서관, 카페 등을 찾아다니며 ‘발로 뛰는’ 홍보를 했다. 주민들이 많이 보는 신문에도 전단지를 끼워 넣어 프로그램을 알리며 애정 어린 지역 밀착 홍보가 진행되었다. 그렇게 내 이웃에게 다가가려는 연희의 소식지가 지역 곳곳에 전해지며 따뜻하고 친근한 ‘이웃문학다방’이 시작되었다.

책 읽기가 '부담'에서 '설렘'으로 바뀌는 시간

연희문학창작촌 '이웃문학다방'

<맛있는 책다방>을 위해 준비된 브런치.

수요일 오후, 연희동의 마스코트 ‘사러가 슈퍼마켓’에서 분주히 장을 본 우듬지 회원들은 서둘러 맛있는 브런치를 준비한다. 복숭아잼이 발린 오곡빵과 달걀, 향긋한 원두커피가 <맛있는 책다방>의 참여자를 맞이하는 아침. “오늘은 아이와 함께 왔어요. 괜찮죠?”라며 한 시민이 환하게 웃으며 들어왔다. <맛있는 책다방>은 아이와 엄마가 함께할 수 있다. 이렇게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싶은 엄마뿐만 아니라, 조금 더 쉬운 그림책으로 문학적 감수성을 나누고 싶은 이들이라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

그런데 왜 하필 ‘그림책’일까. “아이들이 읽는 그림책 속에는 단순하고도 넓은 세계가 가득합니다. 그 속에는 삶의 다양한 모습이 아주 쉽지만 깊이 있게 나타나 있어요.” 프로그램을 기획한 조미환 씨의 말이다. 이러한 문학적 반전을 비롯해 그림책의 숨은 매력을 발견하며 <맛있는 책다방>의 시간은 정오를 향해 달린다.

연희문학창작촌 '이웃문학다방'

<느리게 책 읽기>는 두꺼운 책을 함께 읽는 시간이다.

또 다른 프로그램인 <느리게 책 읽기>는 두 번은 펼칠 엄두가 나지 않는 두툼한 책이 문학미디어랩 책상 곳곳에 놓여 있고, 이 책을 함께 읽는 시간이다. 첫 시간의 주인공 도서는 인문학을 다룬 이반 일리치의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무려 4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을 이웃들은 왜 선택했을까. 또 인터넷을 열면 정보가 넘쳐나는데 도대체 이 읽기 쉽지 않은 책을 왜 읽으려 할까. “평생 두 번은 안 읽을 것 같은 두꺼운 책을 이번 기회에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끝까지 읽어보고자 신청했어요. 바쁜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출 수 있는 시간일 것 같아요.” “무엇보다, 나 혼자가 아니라 함께 읽는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어요. 책은 혼자 조용히 읽는 것이라는 편견이 사라졌어요. 즐겁고 기대됩니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육중한 책을 앞에 두고 느끼는 것은 부담이 아닌 설렘이다. 새로운 문학에 대한 호기심은 이렇게 ‘함께’라서 가능하다.

서로의 일상,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려는 이들이 편하게 들르는 사랑방처럼 연희문학창작촌의 ‘이웃문학다방’은 연중 계속된다. 작가와의 만남, 인근 산자락 산책, 도서관 방문 등의 다양한 일정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커피향과 문학, 수더분하게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다정한 책다방에 한번 들러봐도 좋겠다

글 이지은 서울문화재단 서울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 사진 서울문화재단

연희문학창작촌

느리게, 고요하게 문학의 시간을 느끼고 싶다면 연희문학창작촌에 들러볼 것을 권한다. 물론 입주작가들의 조용한 집필 환경을 지켜주는 예절은 기본이다.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연희문학창작촌은 시민에게 열려 있다.

연희문학창작촌 문학미디어랩 및 산책로 이용시간
• 평일 오전 10시~오후 5시
• 모든 자료는 공간 내에서만 열람 가능

프로그램 관련 문의
• 연희문학창작촌 운영사무실 02-324-4600, 4690

2015.08.2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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