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 센스 오브 원더'

[컬처]by 서울문화재단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 센스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

사람의 얼굴을 더듬는 로봇, 죽음을 체험하는 가상현실장치, 관객의 뇌파에 따라 달라지는 작품의 풍경…. 모두 9월 3일 개막해 30일까지 진행되는 금천예술공장의 열린 미디어아트 전시,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 센스 오브 원더>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 센스

금천예술공장은 이 전시를 통해 국내 미디어아트 분야의 신진예술가들을 발굴하고 해외 아티스트를 초청하여 국제 미디어아트의 흐름을 체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평소 미디어아트에 관심이 있었기에 지난 9월 3일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 센스 오브 원더> 오프닝 행사에 다녀왔다.

과학과 예술의 만남 : 전시작품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 센스

왼쪽에 서 있는 루이-필립 데메르의 '블라인드 로봇'

전시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루이-필립 데메르(Louis-Philippe Demers)의 작품 <블라인드 로봇>이었다. 관객이 의자에 앉으면 앞에 있는 로봇이 팔을 이용해 관객의 얼굴을 더듬는다.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과학기술을 미루어보았을 때, ‘사람 얼굴을 더듬는 로봇 기술이 뭐 얼마나 대단한가?’라고 의문을 품을 수 있다. 그러나 <블라인드 로봇>을 체험해본 결과, 이것이 왜 단순한 과학기술이 아닌 예술작품으로 대우받는지 알 수 있었다.

 

까만 배경에 얼굴 없이 팔만 존재하는 로봇, 그리고 작품의 제목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관객은 자신의 얼굴을 더듬는 로봇의 손길에서 일련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마치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 내 얼굴을 알아보기 위해 조심스레 형태를 확인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받게 된다. 이 착각 속에서 인간은 기계에 복잡한 감정을 투영하게 되고, 마치 로봇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게 될 가까운 미래에서, 로봇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나 윤리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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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히피단의 '가상현실에서의 죽음'

우리는 모두 혼자 죽는다. ‘죽음’은 누구나 맞이하지만 아무도 살아서는 느낄 수 없는 것인데, 이번 전시장에서는 죽음을 간접적으로 가상 체험해볼 수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국내 미디어아트 팀 ‘디지털 히피단’은 가상현실 헤드셋(Virtual Reality Headset)을 이용한 작품 <가상현실에서의 죽음>을 제작했다. 병실을 재현한 아늑한 방에서 관객은 병상 침대 위에 누워 이 작품을 체험한다. 헤드셋을 머리에 쓰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짤막하게 나오는데, 특히 내 임종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슬픈 눈빛이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가상현실 헤드셋을 한 번 체험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는 대중적으로 상용화되지 않은 기기이기 때문에, 장치를 머리에 쓰고 주위를 둘러보면 시선을 돌릴 때마다 끊이지 않고 펼쳐지는 가상세계 그 자체가 너무도 신기했다. 영화 <매트릭스>가 이제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던 것이 만약 이 장치에서 달콤하고 완벽한 가상세계가 재현된다면, 사람들은 고통뿐인 현실에서 이 장치를 머리에서 벗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에 얼굴을 파묻고 다니는 거리의 대중들이 가까운 미래에는 가상현실 장치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대부분 시간을 보낼지도 모르겠다. 또 이러한 세상에서 예술은 어떻게 변화할까? 예술가의 주관적 환상이 가상현실기기를 통해 대중들에게 감각적으로 완벽한 경험을 해주게 된다면, 그 세계는 천국일까 지옥일까? 실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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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블루의 '센티멘테일'

코드블루의 작품 <센티멘테일>은 관객이 연주하는 피아노 건반에 따라서 칵테일이 제조된다. 흔히 ‘음악에 취한다’라고 표현하는데, 이 작품에서만큼은 은유가 아닌 현실이다. 페달이 작동하지 않아서 서정적인 곡을 연주할 수 없었던 게 아쉬웠지만, 누르는 건반에 반응해서 액체가 호스에 흐르고, 컵에 칵테일이 떨어지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이날 관객으로부터 가장 많이 연주된 곡은 ‘젓가락 행진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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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베나윤의 '이모션윈즈'

해외초청작가 모리스 베나윤(Maurice Benayoun)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영상작품 <이모션윈즈>를 선보였다. 인간의 모든 가치가 곧바로 돈으로 환산되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리스 베나윤은 여전히 인간 고유의 ‘감정’에 주목한다. 세계 3,200개 도시에서 나타나는 인터넷 데이터들을 자동 분석함으로써 그 감정 흐름을 지도에 표기한다. 이른바 지구 전체를 하나의 ‘신경계 체계’로 보는 관점인데, 이 작품을 보면서 지구가 하나의 생명체라는 ‘가이아 이론’이 떠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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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순의 '아쿠아포닉스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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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이재성의 '오토포이에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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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림희영의 '세계의 입구 탐지용 조타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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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보이드의 'P-LUNA'

그 외에도 파이프의 유속을 제어하여 곡을 연주하는 새로운 형태의 턴테이블 인터페이스를 선보인 박승순의 <아쿠아포닉스V2>, 관객이 미디어스킨 모듈을 직접 변형시킴으로써 작품의 조형에 참여할 수 있는 박재완·이재성의 <오토포이에시스>, 새로운 세계의 입구를 탐색하는 기계를 조형물로 제작한 우주+림희영의 <세계의 입구 탐지용 조타장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의 변화를 키네틱 라이트 조형으로 형상화한 팀보이드의 <P-LUNA> 등이 전시되고 있다.

미디어아트의 세계적 흐름 : 해외초청작가 강연과 공연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 센스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 센스

오프닝 행사 날에는 워크숍 장에서 해외초청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특별 강연이 있었다. 모리스 베나윤은 가상과 현실의 관계를 정의하면서 가상세계 속에서의 인간과 인간의 ‘만남’에 주목한 자신의 작품들을 소개했다. 이어서 루이-필립 데메르는 기계의 움직임, 그것으로부터 비롯되는 인간의 감정 등을 중점으로 제작된 로봇을 이용한 다양한 퍼포먼스 영상을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팀 ‘1024 아키텍쳐’는 프로젝션 맵핑을 통한 건축적 실험에 대한 관심, 그것과 결합한 음악, 퍼포먼스 등 자신이 해왔던 프로젝트들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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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감독 최두은과 전시참여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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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르만 콜겐의 <LINK.C> 공연

행사의 마지막 순서인 개막식 퍼포먼스에서는 도시 영상을 배경으로 장엄하게 현악 4중주를 연주한 허르만 콜겐의 <LINK.C>, 과거와 현대 문명의 다양한 알레고리를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를 통해 선보인 1024 아키텍쳐의 <Recession>이 이어졌다.

미디어아트의 미래는?

미디어아트의 한 가지 특징이라면 작품이 물리적인 ‘관객참여형’으로 제작된다는 점이다. 소위 ‘인터랙티브 아트’라고 불리는데, 이 장르가 가능하게 된 이유는 발달한 과학기술 때문이다.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에서도 작품 대부분이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인터렉티브 아트였는데, 이것은 전통적인 미술 전시에서 관객이 작품을 만나는 태도와 확실히 구별되는 특징이었다.

 

과학기술과 예술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디어아트 전시는 일정 정도 이상의 흥미를 언제나 보장한다. 그러나 작품이 단순히 과학기술을 시연하는 지점에서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관객으로부터 다양한 층위의 사고를 가능케 하는 예술작품으로 오랫동안 살아남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미디어아트가 항상 품어야 할 과제이다.

 

최두은 예술감독이 기획한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는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닌 지난 6년 동안 신진예술가의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선발해 창작, 지원, 전시, 기업과 협업, 해외진출까지 지원해온 장기적인 프로젝트이다. 내년에는 또 어떤 작품이 선보일지, 올해와는 어떻게 다를지 벌써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 : 센스 오브 원더

2015. 9. 3(목)~2015. 9. 30(수) 오전 10시~오후 6시 (추석 연휴 휴관)

http://www.davincicreative.org/

https://www.facebook.com/davincifestival

http://blog.naver.com/sas_g

문화가인 오재형 기자

2015.09.1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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