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천 년을 기리며, 필동(筆洞) 남산골 한옥 마을

[여행]by 서울문화재단

서울의 천 년을 기리며, 필동(筆洞)

필동이라는 이름보다는 ‘충무로역’이라는 이름이 더 낯익을 것이다. 필동이라는 동명은 이 마을에 조선 시대 한성부 5부 중 하나인 남부의 부청이 있어 부동(部洞)이라 하였는데, 부동을 붓동으로 읽으면서 붓골이라고 칭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한자명으로 표기하면서 붓 ‘筆’자로 잘못 표기한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출처: 서울지명사전)

 

남산 자락 아래 자리 잡고 있는 남산골 한옥마을. 본래는 수도방위사령부의 대지로 군사보호구역이었던 곳을 1989년에 서울시가 부지를 인수하고 민속자료와 한옥 5개 동을 복원하여 설립하면서 1998년 공식 개장한 곳이다. 2007년에는 국악당이 새로이 건립되면서 전통예술공연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요즈음은 중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된 듯.

충무로역 3, 4번 출구

충무로역 3, 4번 출구를 나와 매일경제 건물의 골목으로 들어서면 정면에 보이는 커다란 한옥 대문이 바로 남산골 한옥마을이다. 한복을 빌려 입고 기념 촬영을 하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눈에 띄는 게 마치 전주 한옥마을이라도 온 거 같은 느낌이다.

 

대문을 들어서면 천우각이라는 커다란 누각이 운치 있게 자리를 잡고 있다. 이외에도 산책로를 따라 피금정, 청류정, 망북루, 관어정 등의 정자와 누각이 더 있다.

서울의 천 년을 기리며, 필동(筆洞)

옥인동 윤씨 가옥

남산골 한옥 마을에는 총 다섯 채의 한옥이 있다. 모두 조선 시대 후기의 가옥들로 원래 위치에서 이전을 해오거나 그 모양을 본떠 복원을 한 가옥들이다. 천우각 왼편으로 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처음 나오는 것이 옥인동 윤씨 가옥이다.

서울의 천 년을 기리며, 필동(筆洞)

이 집은 1910년대에 지었다고 알려진 가옥으로 순종의 황후인 순정효황후(1894~1966)의 큰 아버지인 윤덕영의 소유였다. 부재가 그대로 이전하지 못하고 건축양식을 본 떠 복원했다고 한다. 당시로는 최상류층의 주택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서울의 천 년을 기리며, 필동(筆洞)

남산골 한옥마을의 가옥들은 방마다 그 시절의 모습들을 재현해두어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처마 밑에 말려둔 곶감을 보고 있자니, 누구라도 금방 나와 인사를 건네며 차 한잔 건넬 거 같은 느낌이랄까.

서울의 천 년을 기리며, 필동(筆洞)

제기동 해풍부원군 윤택영 재실

그 뒤로 자리 잡고 있는 가옥은 순종의 장인인 해풍 부원군 윤택영의 집으로 1907년쯤에 지어졌다고 한다. 이 집은 일반적인 주택이 아니라 순종이 제사하러 올 때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만든 재실(齋室) 이다. 전체적으로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는데 왼쪽은 안채, 오른쪽으로는 사랑채의 영역으로 되어 남녀의 공간이 균등하게 배분되어 있다. 정중앙에는 가운데 마당과 대청으로 통하는 문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구성이라고 한다.

서울의 천 년을 기리며, 필동(筆洞)

이 집의 뒤쪽에는 그때 당시의 농기구 등을 모아둔 창고와 장독대 등이 있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서울의 천 년을 기리며, 필동(筆洞)

관훈동 민씨 가옥

관훈동 민씨 가옥은 민영휘(閔泳徽,1852~1935)의 저택 가운데 일부분으로 187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원래는 관훈동 일대에 여러 채의 집을 짓고 일가가 함께 지냈으나, 나중에 소유자가 바뀌면서 안채와 중 문간채만 남았다고 한다. 이를 이전하면서 철거되었던 사랑채와 별당채를 새로 지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서울의 천 년을 기리며, 필동(筆洞)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

이 집은 1980년에 지어진 집으로 당시 평민의 주택 모습을 잘 드러낸다고 한다. 안채의 서쪽 외벽이 골목과 직접 맞닿고, 대문간이 바로 트이지 않고 꺾여 들어가게 하였으며, 대지의 모양에 따라 건물을 배치한 구조 등이 밀도가 높아지는 도시 상황에 맞게 적응한 한옥의 모습을 보여준다.

서울의 천 년을 기리며, 필동(筆洞)

삼각동 도편수 이승엽 가옥

마지막 집은 경복궁 중건공사(1865~1868)에 참여했던 도편수 이승엽이 1860년대에 지었던 집이다. 원래는 문간채, 앞뒤 행랑채, 사랑 뒤채 등 모두 8개의 건물로 이루어진 큰 주택이었으나 지금은 안채, 사랑채, 중문만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작지만 소박하고 단단한 느낌이 드는 가옥이다. 공간의 중요도에 따라 지붕의 높낮이와 모양을 달리한 것이 특색 있다.

서울의 천 년을 기리며, 필동(筆洞)

산책로와 타임캡슐

가옥들 뒤로 남산 자락을 따라 산책로가 나 있다. 곳곳에 팽이, 비석 치기 등 전통 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구성되어 있다. 산책로 끝 부분에는 망북루가 있는데, 임금님이 있는 북쪽 경북궁의 근정전을 향하여 선 누각이라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서울의 천 년을 기리며, 필동(筆洞)

내려오는 길에는 서울 천 년 타임캡슐 광장이 있다. 지난 1994년에 서울정도 600년을 맞아 서울의 인간과 도시를 대표할 수 있는 문물 600점을 담아두었다고 한다. 개봉 시기는 정도 1000년이 되는 2394년.

서울의 천 년을 기리며, 필동(筆洞)

스트리트 뮤지엄

내려오는 길에 눈에 띈 재미있는 건축물, 스트리트 뮤지엄. 서울 중구 필동과 한옥마을 일대에 비영리 전시 문화공간으로 조성한 9개의 전시 공간으로 작지만, 잠깐이지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공간이다. 백남준과 사진작가 김용호의 작품이 전시된 두 개의 스트리트 뮤지엄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한옥마을 내에 한 군데가 더 있다는데 아쉽게도 찾지를 못했다.

서울의 천 년을 기리며, 필동(筆洞)
서울의 천 년을 기리며, 필동(筆洞)

국악당

다시 정문 근처의 광장으로 내려오다 보면 왼쪽으로 국악당 건물이 보인다. 2009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은 건물이다. 공연장의 기능적 역할을 잘 담아내면서도 동시에 한옥의 구조를 잘 반영한 공간. 공연장 앞의 카페 공간조차 운치가 남다르다.

서울의 천 년을 기리며, 필동(筆洞)
서울의 천 년을 기리며, 필동(筆洞)

돌아 나오며….

언젠가 긴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제일 먼저 샀던 책이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여행 가이드북이었다. 우리는 일상처럼, 혹은 너무 자주 보다 보니 흔하게 생각하는 곳들, 또 가끔은 거기는 ‘너무 관광지 같잖아?’라며 홀대하게 되는 공간들을 타인의 시선으로 한 번쯤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남산골 한옥마을도 그런 공간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외국 관광객들이 패키지여행 일정에 맞춰 들리는 곳, 혹은 서울 한복판의 뜬금없는 한옥마을이라고.....

 

하지만 또 그렇다. 서울 한구석 이런 한옥마을 하나 없다고 하면 또 얼마나 허전한 노릇일까. 돌담 사이로 거닐다 보면 그 시절의 풍경들이 하나둘 떠오를 거 같은 공간. 금방이라도 저 방 한쪽에서 누군가는 서책을 읽고, 아궁이에 불을 때며 밥 짓는 연기가 올라올 거 같은 공간. 오히려 전국 각지의 많은 한옥마을보다 관광지의 느낌이 덜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곳에 모여 있는 가옥 중 평민 주택을 제외한 3개의 가옥이 친일 대신들의 가옥이라는 점이었다. 순정 황후의 아버지였던 윤택영은 일제 강점기에 후작에 서임되었으며, 그의 형인 윤덕영은 경술국치 당시 한일합병조약을 체결하기 위해 자신의 조카딸인 순정황후를 협박하여 옥쇄를 탈취한 인물이었다. 민영휘 또한 동학농민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청군의 지원을 요청하고 또 탐관오리로 유배를 당하기도 한 인물로 국권피탈 후 자작으로 임명된 자이다.

 

그들이 일본 강점기에 큰 부를 축적하고, 그래서 지금까지 건축학적으로 의미 있는 한옥들이 그들의 손으로 건축된 것들이 많았으리라는 점을 염두에 두더라도 서울 정도 천 년의 타임캡슐과 그들의 가옥이 함께 모여 있는 점은 여전히 아쉽고도 서글픈 풍경이었다.

INFO

1. 찾아가는 길 : 지하철 3∙4호선 충무역 3,4번 출구

2. 관람 시간 : 09:00~21:00 (4월 ~10월),

09:00~20:00(11월~3월), 휴관일 매주 화요일

3. 입장료 : 무료

4. 홈페이지 : www.hanokmaeul.or.kr

글, 사진 박정선

2016.01.1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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