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된 스니커즈 : 스니커 아티스트 루디

[컬처]by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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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디는 스니커즈를 해체해 새로운 조형물로 재구성하는 스니커 아티스트다. 고가의 스니커즈에 칼을 대어 모든 부분을 한 땀 한 땀 뜯어내고 상상하지 못했던 조형물로 변신시키는 그의 작업에 미술계와 패션계가 주목하고 있다. 재미 삼아 SNS에 올린 작품으로 ‘스니커 아티스트’라는 수식어를 얻게 된 루디가 직접 자신의 작업 세계를 소개한다.

호기심에서 시작된 해체 작업

루디의 첫 작품. / 스니커 아티스트 루디.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어릴 적부터 손재주가 좋았다.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예체능에 뛰어난 집안 핏줄 덕인지 나름 잘하는 것이 많았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프라모델 만드는 걸 좋아했고 낙서도 좋아해 만화를 곧잘 따라 그렸다. 초등학교 때는 방학숙제로 <드래곤볼> 38편 표지를 커다란 2절지에 그려서 냈다. 내가 잘하는 것을 크게 보여주고 싶었던 거 같다. 중학교 축제 때는 내가 그리고 만든 작품들이 내내 전시됐다. 중·고등학교 땐 춤과 랩에 빠졌고 성악을 전공하신 아버지의 영향인지 노래와 랩을 곧잘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건 뭐든 하게 두셨던 부모님 덕분에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배웠다.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부모님은 걱정스런 마음을 뒤로한 채 늘 응원과 격려를 먼저 해주셨다. 30살이 되던 해, 1년 전 뉴욕에 간 친동생의 전화를 받았다. “형, 여긴 형이 무조건 와야 하는 곳이야”라는 동생의 말에 뉴욕행을 결심했다.

 

3년간의 뉴욕 생활은 매일매일이 환상적이었고 그곳에서 나는 사진과 영상을 배워 사진가와 비디오그래퍼라는 삶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렇게 8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호기심에 시작한 운동화 해체 조형물 작업이 나를 지금의 ‘스니커 아티스트 루디인다하우스(Rudyindahouse)’로 만들었다.

 

지난해 1월, 호기심에 운동화를 뜯어 해체하기 시작했다. 해체하고 나니 호기심은 한방에 해결되었고 나처럼 운동화의 내부 혹은 구성이 궁금한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걸 해부 표본처럼 만들어보기로 했다.

 

세 번째 작업을 고민하던 중 나이키에서 발매한 한정판 운동화가 큰 인기를 끌었고 운이 좋게도 그 운동화를 손에 넣었다. 작업에 대한 열정이 넘쳐 한정판 운동화를 직접 신는 것보다 해체 작업이 우선이었다. 완성된 작업 사진을 SNS에 올리자 엄청난 반응이 몰려왔다. 제품을 디자인한 디자이너가 ‘좋아요’를 눌러주고 본인의 계정에 업데이트하기도 했다. 고맙게도 미국의 한 유명 패션 잡지에서 내 작업을 소개했다. “This sneaker artist destroys coveted releases.”(이 스니커 아티스트는 대단한 운동화들을 파괴한다.) “Rudy gets rude.”(루디는 무례한 일을 저질렀다.) 이후 나는 스니커 아티스트로 불리기 시작했고, 2018년 4월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스니커 커스텀 아티스트 비펠라의 권유로 국내 유일무이한 스니커쇼인 스니커하우스에서 첫 전시를 열었다. 그때 내 작품은 겨우 4점 있었다.

개인전 'Rudy gets rude' 1층 전경.

작년 9월엔 삼청동에 위치한 신단비이석예술 갤러리에서 역사적인 첫 개인전을 열었다. 11월엔 나이키 코리아의 행사에 아티스트로 참여했고 유명 잡지, 신문사와 인터뷰도 몇 차례 진행했다. 이렇게 바쁜 시간을 보내며 정신없이 개인전을 마무리하고 다음 작품을 고민하던 어느 날, SNS를 통해 메시지를 받았다. 발신처는 놀랍게도 밀라노였다. 2019년 1월 밀라노에서 열리는 패션 행사에 나를 초청해 내 작품들을 전시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첫 해외 전시가 패션의 도시 밀라노에서 열렸고 내친김에 파리에서도 작은 팝업 전시를 진행했다. 그곳에서 보고 느낀 것들은 큰 영감을 주었고 엄청난 동기부여가 됐다.

놀라운 일들의 연속

나는 옷도 좋아하고, 패션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작업을 시작한 첫해 여름, 티셔츠에 내 작품을 프린트해 판매했다. 그때 마침 일본 기반의 한 글로벌 편집매장 관계자가 도쿄에 있는 매장에서 전시를 하며 티셔츠를 판매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컬렉션 전시는 올해 2월 진행됐는데, 온라인에서는 판매를 시작한 지 이틀 만에 품절됐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반응이 좋아 컬렉션 전시는 4월에 방콕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정말 놀라운 일들이 많이 일어났고 앞으로도 일어날 예정이다. 7월엔 국내에서, 10월엔 말레이시아, 11월엔 체코에서 전시가 열린다. 사실 이렇게까지 내 작업이 주목받을지 몰랐다. 앞으로 얼마나 더 놀라운 일들이 일어날지 기대가 크다. 요즘은 이메일을 확인하는 일이 너무 설렌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곳에서 연락이 오면 “말도 안 돼”라는 혼잣말이 튀어나온다.

 

앞으로 더 많은 전시와 더 멋진 작업을 통해 나를 알리고 싶다. 나아가 목표가 있다면 나이키 글로벌과의 협업 혹은 프로젝트, 그리고 나이키 협찬이다. 나이키 협찬은 단순히 제품을 제공받는 것을 넘어 전 세계,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에게 인정받는 것을 의미한다. 매일매일 신발을 뜯다 보면 언젠가 나이키 계약 서류가 담긴 서류 봉투를 뜯는 날도 오지 않을까?

 

글·사진 제공 루디_스니커 아티스트

2019.07.1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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