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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글로벌 칼럼

아마존, 왜 ‘새로운 마이크로소프트’ 인가

byITWorld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챗봇이 인간과 인터넷을 연결하는 주요 연결 고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작은 요정들은 스마트폰 속에, 그리고 메신저 앱 속에 살며 우리가 필요한 게 있을 때마다 나타나 질문에 답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은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챗봇, 봇, 가상 비서 및 대리인 등, 이 모든 기술들이 대화형 UI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대화형 UI란 자연어 기반 단어, 문장을 통해 컴퓨터와 소통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챗봇 혁명이 페이스북 M이나 구글 나우 같은 선취적인 기관들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실제로 시장의 승자가 된 것은 핸드프리 음성 인터랙션 및 유비쿼터스 기술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아마존 알렉사 플랫폼의 주요 강점 들이다.

 

 

페이스북 M은 죽었다

페이스북은 오는 1월 19일자로 M 챗봇 서비스를 중단할 예정이다.

 

2015년 8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페이스북 M은 실리콘밸리의 1만여 명의 사용자들에게만 공개된, 상당히 실험적인 프로젝트였다. M이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이 기술이 챗봇 기술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M은 챗봇 기반 가상 어시스턴트로써 사용자를 대신해 쇼핑을 하거나 선물을 보내거나 식당을 예약하는 등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

 

M의 목적은 초반에는 약간 모호하고 가려진 부분이 있었지만, 이제는 분명해졌다. 페이스북은 M을 이용해 사람들이 가상 비서 챗봇을 사용하는 방식을 관찰하고자 했던 것이다. 페이스북은 인력을 동원해 이런 사용자 요청을 처리함과 동시에, AI를 교육시키게 해서 점차 기계가 인간의 일을 대신할 수 있도록, 그래서 서비스를 자동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했다.

 

그러나 최초에 페이스북이 간과했던 사실이 있는데, 오늘날 AI 기술은 인간을 대신해 수많은 고객들의 복잡하고 다양한 요구를 척척 처리해 줄 만큼의 역량도 학습 능력도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M 제안(M Suggestions)이라는 또 다른 이름의 페이스북 서비스와 헷갈리지 말자. M 제안은 페이스북 메신저의 한 기능일 뿐, M 서비스와는 무관하다.)

 

페이스북 M 서비스의 종료를 알림과 동시에,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포털(Facebook Portal)이라는 아마존 에코 쇼(Echo Show)와 유사한 기기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체다(Cheddar)가 보도했다.

체다는 페이스북 포털이 올해 5월 페이스북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최초로 공개되고, 하반기에 499달러로 출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포털에는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어, 안면 인식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의 신원을 파악한다.

 

 

구글 나우, 종말이 가까워 오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술 업계에서는 구글 나우가 가장 정교한 가상 비서로 통했다. 구글 나우가 안드로이드에 도입된 것은 2012년 여름이다.

 

구글 나우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든 선제적이라는 것이다. 물어보기도 전에 디스플레이 카드가 뜨면서 알림을 주거나 주의해야 할 점을 알려준다. 구글 나우는 사용자의 위치 정보, 캘린더, 그리고 지메일 메시지를 읽어 사용자가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할 지 파악한 후 ‘제안 카드’라는 것을 통해 사용자에게 도움을 준다. 특히, 캘린더에서 현재 사용자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두 위치간 교통 상황을 알려 주거나 언제 출발하는 게 가장 좋은지 등을 알려주는 등 유용한 기능들이 많았다.

 

구글 나우의 이러한 기능들은 여전히 구글 모바일 앱 등 곳곳에 흩어져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구글 나우’라는 브랜드는 이제 사라졌다. 이러한 기능들은 이제 구글 검색의 일환으로 자리를 옮겨갔고,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 챗봇 기술에 주력하고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의 가장 멋진 기능들 중 하나가 ‘참견’ 기능인데, 가상 비서가 사용자의 알로(Allo) 대화를 듣고 기억한 후 이러한 대화 내용에 기반해 각종 제안이나 조언을 주는 것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알로를 사용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 그래서 구글 어시스턴트의 멋진 참견 기능을 사용하는 사람도, 알고 있는 사람도 많이 없다. 그 말은 구글이 자랑하는 두 가지 강점, 선제성과 사용자 간섭이 생각보다 널리 인정받지 못하고, 사용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는 뜻이다.

 

페이스북이 M을 폐지하고 아마존 에코와 유사한 기기를 추진하는 시점에서, 구글은 자사의 아마존 에코와 유사한 홈 디바이스에 추진력을 달아줄 기술로 어시스턴트 개발에 열과 성을 올리고 있다.

 

둘의 공통 분모는 아마존 에코와 알렉사다.

 

 

아마존 알렉사

몇 년 전까지 아마존의 알렉사는 시중 챗봇이나 가상 비서들 중에서도 가장 보잘것없고 단순한 챗봇으로 여겨졌다. 특이하게도 MS-DOS,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역시 초기에는 이와 비슷한 평판을 얻었었다.

 

물건을 구매하는 기능 등 ‘대리’ 기능이 가상 비서의 중요한 기능으로 여겨지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알렉사만 보더라도 이러한 기능은 부차적인 것임이 분명해졌다.

 

익스피리언(Experian)의 작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설문 조사에 응답한 에코 사용자 중 3분의 1 이하만이 알렉사를 물건 구매에 이용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알렉사를 시간 설정, 음악 재생, 뉴스 읽기, 시간 확인 등 다양한 기능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이들은 스마트폰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기본 기능들이며, 단지 음성 명령을 통해 조금 더 편리해 졌다는 차이점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은 음성 비서 분야에서 굳건히 지배적 위치를 지키고 있다. 지난 주 CES에서도 업계 전체가 아마존의 리드에 따라가고 있음이 분명하게 나타났다.

 

알렉사는 프로젝터에서도, 천장 조명이나 자동차, 유리창, 샤워 부스, 세척기, 이어폰, 스피커, 심지어 윈도우 10 PC에 이르기까지 응용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그나마 알렉사와 견줄 수 있는 기업이 있다면 그것은 구글과 구글 어시스턴트였다. 이는 그나마 구글이 알렉사의 표물라를 따르고 있엇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구글은 CES에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홍보하기 위해 상당한 금액을 지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알렉사를 업계의 지배적 위치에 올려놓은 ‘포뮬라’란 무엇일까?

 

1. 텍스트는 잊어라. 음성 언어에만 집중하라.

 

2. 소비자들이 최대한 다양한 기기에서 편리하게 음성 어시스턴트 기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라.

 

3. 알렉사 스킬 키트(Alexa Skill Kit)을 통해 최대한 많은 서드파티 통합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장려하라.

 

4. 알렉사 보이스 서비스(Alexa Voice Service) 개발 키트를 통해 서드파티 하드웨어 통합을 장려하라.

 

5. 알렉사 포 비즈니스(Alexa for Business) 프로그램으로 기업의 알렉사 도입을 장려하라.

 

알렉사의 이러한 공식을 잘 살펴보면 가상 비서나 챗봇이 모든 일을 다 처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반드시 기술적으로 경쟁 솔루션들보다 우위에 있을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최대한 많은 곳에 산재하여 사용자가 필요로 할 때 바로 그 자리에서, 즉각 응답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존, 왜 새로운 마이크로소프트인가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는 지난 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되었다고 포브스가 밝혔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 목록의 1위를 굳건히 지켜왔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전 CEO 빌 게이츠를 제친 것이다.

 

이는 아주 적절한 시기에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지난 주 열린 CES에서 아마존은 비로소 ‘또 다른 마이크로소프트’로 인정 받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업계에서 지배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건 대부분 사람들은 물론이고 기업들까지 사용하는 운영 체제에 대한 통제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존 역시 알렉사를 대상으로 비슷한 것을 하고 있다. 물론 알렉사는 윈도우와 비교하면 그 중요성이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오늘날 포스트 PC,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새로운 운영체제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 이유는 특히 뉴욕 타임즈의 디지털 이니셔티브 담당자 샘 돌닉과 같은 이들에게는 더욱 자명하다. 그는 “우리는 휴대폰의 지배 속에 살고 있으며, 손이나 눈동자를 움직이지 않고도 모바일 기기를 끄고 켤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했다.

 

돌닉은 오디오 팟캐스팅을 가리켜 한 말이었겠지만, 가상 비서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다. 오늘날 우리는 대부분의 작업을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하지만, 미래에는 이를 가상 비서와 증강 현실 기술을 통해 처리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 때가 올 때까지, 아마존은 열심히 자사의 운영 체제를 갈고 닦으며 기다릴 것이다. editor@itworld.co.kr

 

Mike Elgan editor@it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