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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심층 리뷰

홈팟, 디자인과 음질 좋지만… “애플답지 않은 미완의 스마트 스피커”

byITWorld

애플은 홈팟(HomePod)으로 경쟁사들보다 늦게 스마트 스피커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마존과 구글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스마트 스피커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출시하여 수천만 대의 에코와 홈 디바이스를 판매해 왔다.

 

최초의 ‘2017년 말’ 출시일을 놓친 홈팟은 결국 몇몇 기능이 제한되거나 누락된 상태로 출시될 수 밖에 없었다. 홈팟의 우수한 오디오 성능은 인정하지만, 타 기업들보다 늦게,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장에 뛰어든 애플이 이처럼 미완성 상태의 제품을 내놓았다는 사실은 놀랍기까지 하다.

 

홈팟은 현재로써는 애플 팬들에게조차 추천하기가 민망한 상태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대부분 홈팟의 단점은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차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얼마든지 개선이 가능한 부분들이라는 것이다.

 

 

애플다운 디자인

우선, 홈팟은 아주 작은 크기를 자랑한다. 소노스 원(Sonos One)과 비슷한 크기에, 두께만 약간 더 두껍다. 길이는 약 17cm 정도로 아이폰 8 플러스보다 1.2cm 가량 더 크다. 디자인도 훌륭하다. 놀라운 무게와 부드럽게 기기를 감싼 듯한 메쉬 랩, 그리고 사용자가 음성 명령을 내릴 때마다 기분 좋은 맥박음을 내는 LCD까지, 애플 특유의 숙련도와 세련된 디자인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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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는 물리적 버튼 하나 없이 매끄러운 모습이며 상단부에 터치 인터페이스로 모든 것을 조작한다. 터치 인터페이스는 볼륨 조절을 위한 +와 - 버튼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재생/일시 정지(터치 1회), 건너뛰기(터치 2회), 이전 곡 듣기(터치 3회), 그리고 시리에게 말 걸기(터치 후 홀드)와 같은 나머지 조작은 모두 빛이 들어오는 중심부만을 터치하여 할 수 있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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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전원 코드 조차도 ‘브레이디드 커버(braided cover,)’ 방식을 사용해 타사 제품들보다 우수한 퀄리티를 보여준다. 그렇지만 홈팟의 코드는 ‘애플 디자인’이라는 평가가 칭찬이면서도 동시에 비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전원 코드가 본체에서 분리될 수 없는 형태이기 때문에 예컨대 키우는 개가 전선을 물어 뜯으면 코드만 교체할 수 없다. 29 달러의 수리 비용을 모두 지불하고 수리를 맡겨야 한다. 단지 디자인에 일체감과 깔끔한 느낌을 주기 위해 이런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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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풋이나 아웃풋 포트가 전혀 없는 것 역시 ‘애플 디자인’의 또 다른 예다. 물론 스마트폰에서 헤드폰 잭을 없앤 것이 ‘용기 내어 내린 결단’이었다고 말하는 애플이니 놀라울 것도 없지만, 홈팟에서도 뭔가를 끼워 넣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구글 홈 맥스(Google Home Max)에서처럼 최소한 충전 목적으로라도 USB-C 플러그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디바이스 디자인이 이 정도로 다룰 만큼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좋든 싫든 스마트 홈 스피커는 책장에, 테이블에, 조리대 위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우리 집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선보여질 인테리어 소품의 기능을 하게 된다. 당신이 스마트 스피커에게 말을 걸고, 스피커가 대답을 하면, 모든 사람이 스피커를 쳐다 보게 될 것이다. 최소한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조악한 마무리와 싼 티 나는 플라스틱 재질을 사용한 경쟁 제품들보다 한 수 위임은 분명하다.

 

 

독보적인 사운드 품질

애플이 홈팟을 소개할 때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탁월한 음질이다. 4인치 우퍼와 7개의 트위터 어레이, 6개의 마이크로폰, 그리고 A8 프로세스를 갖춘 홈팟은 공간 전체의 어쿠스틱을 흡수하여 재생 중인 음악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홈팟은 벽의 위치를 파악하고, 소리 중 일부는 벽에 반사시키고 일부는 바로 발산한다. 하이 엑스커션(high-excursion) 서브우퍼가 지속적으로 소리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하고, 음질 왜곡을 막아주며, 저음영역(bass)의 균형을 유지해준다. 이와 같은 정밀한 프로세싱으로 언제, 어디서든 훌륭한 음질을 기대할 수 있다고 애플은 말한다.

 

그리고 이 말은 거짓이 아니다. 350달러 홈팟은 그보다 더 낮은 가격대의 소노스 원은 물론이고, 때로는 더 비싼 구글 홈 맥스보다도 나은 사운드 품질을 보여주곤 한다.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홈팟은 무거운 베이스와 맑고 생기 있는 밴조, 그리고 심벌즈 사운드가 어우러진 벨라 플렉(Bela Fleck)의 ‘Fight of the Cosmic Hippo’ 같은 곡을 구글 홈 맥스 만큼이나 훌륭한 퀄리티로 재생해낸다. 구글 홈 맥스보다 훨씬 작고 가벼운 바디로 말이다. 물론 구글 제품은 그 거대한 스피커로 인해 저음 영역대에 특유의 생동감이 부여되긴 하지만, 동시에 어딘가 억눌리고 공허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수 년 동안 필자는 사운드 스테이지를 확장시켜 준다고 광고하는 여러 스피커 기기들을 체험해 보았다. 이들 대부분은 데모 곡을 재생할 때는 아주 훌륭했지만 집에 가져와 내가 원하는 음악을 재생해 보면 처음의 그 매력을 잃고 말았다. 제프 버클리(Jeff Buckley)의 “할렐루야(Hallelujah)” 같은 곡은 에코가 너무 심하고 버클리의 손가락이 기타 줄을 쓸어 내릴 때 나는 미묘한 소리들이 묻히곤 하는 것이었다. 홈팟은 라이브 스테이지의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이러한 미세한 사운드를 선명하게 유지해 아주 훌륭한 밸런스를 보여 주었다. OK Go의 “This Too Shall Pass”는 싸구려 소형 스피커로 들을 때는 소음 공해에 가까우며, 오디오 개선 알고리즘은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쿵쾅거리는 킥 드럼과 높은 피아노 코드, 깨지는 듯한 심벌즈 소리, 웅웅 울리는 보컬, 잔뜩 뒤틀린 기타 등의 사운드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켜켜이 쌓여있다. 그러나 홈팟은 이 곡을 놀라울 정도의 음질로 재생해냈다.

 

또한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힙합, 일렉트로닉, 팝, 클래식, 락, 블루스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일관되게 우수한 사운드 품질를 보여주었다는 점도 높이 산다.

 

물론, 이미 수천 달러를 들여 홈 스테레오를 구축해 놓은 오디오 애호가들은 논외다. 아무리 홈팟이 날고 긴다 한들 그러한 음향 기기들과는 리그가 다르기 때문이다. 4인치 우퍼의 오디오 프로세싱이 아무리 정교하고 훌륭하다 한들 14인치 서브우퍼로 다프트 펑크를 들을 때 만큼의 감동을 줄 수는 없다. 그렇지만 홈팟의 작은 크기를 고려했을 때, 힙합, 일렉트로닉, 팝, 클래식, 락, 블루스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일관되게 우수한 사운드 품질을 보여주었다는 점을 높게 사고 있다.

 

게다가 홈팟은 성량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1미터 거리에서 측정 시 최대 음량이 90dB 가량이었다.) 또한 음량을 최대로 키운 상태에서도 소리 왜곡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는데 이 역시 소노스 원이나 구글 홈 맥스와 비교를 거부하는 수준이었다. 또 애플이 광고한 것처럼, 방 안 어디에서 들어도 훌륭한 품질의 사운드를 제공한다. 스마트 스피커가 350달러라고 하면 비싸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실제로도 비싼 게 맞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홈 오디오 장비들을 구입할 경우 그의 몇 배에 달하는 가격을 지불해야만 할 것이다. 홈팟을 350달러짜리 스피커 셋이라고 생각한다면 기대치를 훨씬 상회하는 성능을 보여 줄 것이다.

 

물론 아무리 오디오 프로세싱이 훌륭하다 해도 결국 사운드가 한 지점에서부터 발산되는 스마트 스피커의 한계는 극복하지 못한다. 스테레오 분산을 위해서는 각각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소리를 발산하는 2대의 스피커가 반드시 필요하다. 위치를 잘 잡으면 단일 스피커 유닛이나 사운드 바로도 청자를 속일 수 있겠지만, 조금만 위치가 변해도 단일 스피커의 한계가 들통나고 만다. 홈팟은 단일 스피커 같은 느낌을 주지는 않으며 공간을 가득 채우는 풍부한 사운드를 제공한다. 하지만 진짜 스테레오를 원한다면 반드시 2대의 스피커(그리고 차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완벽하게 배타적인 애플 전용 스피커

이처럼 훌륭한 사운드 퀄리티에도 불구하고 홈팟은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웠다. 시리에게 특정 앨범이나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하라고 명령하거나, ‘이 아티스트의 다른 곡 듣기,’ 무드 및 장르에 따른 음악 듣기와 같이 다양한 명령을 내릴 수는 있지만, 이 모든 것은 애플의 자체적인 음악 서비스를 이용할 때만 가능하다. 아이튠즈를 통해 구매한 음악이나, 아이튠즈 뮤직 매치(Music Match) 및 애플 뮤직을 통해 업로드 된 음악이 필요하다. 또한 (애플 뮤직이나 팟 캐스트를 통하여) 별도의 구독 없이도 팟 캐스트를 재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다다. 위에서도 말했듯 물리적인 인풋이나 아웃풋 경로가 없다. 비 애플 제품과 무선으로 연결하여 쓸 수라도 있었으면 되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블루투스 5 하드웨어이지만 설정 중에만 블루투스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홈팟을 블루투스 스피커로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시리도 애플 뮤직 외에 그 어떤 음악 서비스에도 연결되지 않는다. 스포티파이도, 판도라도, 유튜브도, 다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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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플레이 디바이스로 홈팟을 사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즉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에 있는 음악을 홈팟으로 재생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쓰임은 제한적이다. 에어플레이는 버퍼링이 심하고 고유의 레이턴시로 인해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아이폰에서 스포티파이로 음악을 재생할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맥에서 유튜브 영상을 보려 하자 영상과 소리가 싱크가 안 맞는 문제가 발생했다. (4세대 또는 4K) 애플 TV의 오디오 아웃풋으로 홈팟을 사용하려 해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영상 재생 앱처럼) 애플의 기본 비디오 플레이백 엔진을 사용하는 앱의 경우 오디오와의 싱크를 맞추기 위해 비디오 재생 속도를 늦추지만, (게임과 같은) 다른 소스들은 전혀 싱크가 맞지 않아 이용이 불가능한 정도이다.

 

이처럼 철저하게 ‘폐쇄적인’ 애플 제품은 유례가 없는 것이다. 다른 ‘팟’ 오디오 디바이스들은 보통 애플 제품과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긴 하지만 타사 제품들과 연동해서도 못 쓸 정도는 아니었다. 예를 들어 아이팟은 윈도우 지원이 추가된 이후에야 판매량이 급등하기 시작했고, MP3 파일도 어디에서 다운 받은 것이든 상관 없이 아이팟에 담을 수 있었다. 에어팟 역시 애플 기기에서 설정이 더 쉽고, 몇 가지 추가적인 기능을 더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안드로이드 폰 등에서도 기본 스테레오 블루투스 헤드셋으로서 충분히 기능할 수 있다.

 

자체적인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이라 해도 에코 기기를 아마존 생태계 내에만 가둬 놓지는 않으며, 원하는 음악 서비스 제공자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심지어 경쟁사의 음악 서비스를 디폴트 제공자들 중 하나로 설정해 놓기도 했다. 구글의 홈(Home)과 어시스턴트(Assistant)도 마찬가지다. 다른 스마트 홈 기기들 역시 자사 생태계 밖에 있는 오디오 소스나 기존에 쓰던 스피커와 연결할 수 있도록 인풋, 아웃풋 잭을 허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홈팟이 ‘애플 온리’를 외치는 것은 단순히 유별나다는 정도로 끝날 일은 아니다.

 

게다가 애플 생태계 내부에서도 홈팟을 쓸 수 없는 경우까지 존재한다. 예를 들어 홈팟을 통해 애플 TV에서 뭔가를 재생하도록 명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알렉사는 파이어TV(FireTV)에, 구글 어시스턴트는 크롬캐스트/안드로이드 TV에 문제 없이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홈팟은 충분히 애플 TV용 핸즈 프리 시리 리모콘이 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애플 TV조작에 홈팟을 전혀 사용할 수 없다.

 

홈팟의 이처럼 폐쇄적인 태도에도 한 가지 장점은 있다. iOS 기기와의 연결만 허용하기 때문에 그 동안 필자가 써 본 그 어떤 스피커보다도 설정이 훨씬 더 빠르고, 쉽고, 간편했다.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도, 비밀번호를 입력할 필요도 없었다. 에어팟을 설치해 봤다면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이다.

 

 

짜증 유발자로 전락한 시리

홈팟의 뮤직 디바이스로서의 한계점이 훌륭한 사운드 품질 덕에 약간 만회가 되었다 쳐도, 음악 외적인 스마트 스피커로서의 단점을 정당화 할 장점은 보이지 않는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시리는 타사 가상 어시스턴트들에 비해 최소 1년에서 2년 가까이 뒤쳐져 있다. 가상 어시스턴트라는 개념을 대중화시키고, 세계 일류 기업을 등에 업은 시리는 웬일인지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다.

 

기껏해야 날씨에 대해서나 물어볼 수 있을 뿐, 시리를 통해 우버나 리프트를 부르는 건 불가능하다.

 

전화를 거는 것도 포기해야 한다. 홈팟 역시 휴대폰과 연동이 되어 있지만, 홈팟을 통해 전화를 걸 수는 없다. (물론 아이폰에서 통화를 하면서 홈팟을 스피커폰으로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심지어 아침에 음악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나고 싶어 “Walking on Sunshine”을 알람으로 지정하려고 해도, 그것조차 안 된다. 음악 재생 디바이스에서 알람으로 노래나 플레이리스트조차 지정할 수 없다. 아니, 최소한 디폴트 알람이라도 바꿀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것이 가능한지조차 모르겠다.

 

스마트 스피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능인 타이머 설정조차 홈팟에서는 지난한 과정이 된다. 오로지 하나의 타이머만 설정이 가능하고, 타이머의 이름도 설정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요리할 때 여러 개의 타이머를 동시에 설정하는 기능이 반드시 필요한데, 구글 어시스턴트나 알렉사는 이 기능을 아무런 문제 없이 처리해 준다.

 

시리로 미리 알림을 설정하거나, 메모를 해 둘 수는 있지만, 아이폰에서처럼 캘린더에 액세스 해서 다음 일정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혹은 와츠앱과 같이 시리 키트(SiriKit)가 활성화된 앱을 통해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답장을 소리 내어 읽어주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최근 메시지를 읽지 못할 것이다. 아이폰에서처럼 최근 이메일을 읽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안 된다. 대체 왜 시리가 메모나 미리 알림과 같은 일부 기능들에는 작동하면서, 캘린더나 이메일 같은 기능들에는 작동하지 않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유일한 설명은 이러한 기본 기능들조차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아이폰에서도 시리는 일반적인 질문들에 대해 속 시원한 대답을 주지 못했다. 시리에게 ‘ㅇㅇ’에 대해 물어보면 거의 십중팔구 “ㅇㅇ에 대해 제가 찾은 정보입니다” 라며 일련의 링크들만 줄줄이 나열하기 마련이다. 결국 실망한 나는 구글 어시스턴트나 알렉사에게 같은 질문을 하고, 그제서야 비로소 유의미한 대답을 들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시리에게 “빵 만드는 법을 알려줘”라고 물으면 시리는 ‘빵 만드는 법’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링크만 줄줄이 보내온다. 반면 어시스턴트나 알렉사는 단계별로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를 찾아서 보여준다. 홈팟에서 시리를 사용하는 경우 상황은 설상가상이 된다. 시리는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어요’ 만 반복할 뿐이다. 이런 일이 빈번하다 보니, 빅 3 디지털 어시스턴트들 중에서도 홈팟은 꼴찌이면서 나머지 둘의 발목을 잡는 골칫거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홈팟에게 “로건(Logan)에서 울버린 역할을 맡은 배우가 누구지?” 라고 묻자 “유타 주 로건에서 울버린이 등장한 영화에 대한 결과를 찾지 못했습니다”라고 답하는 것이 아닌가?

 

문맥을 이해해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알렉사나 어시스턴트가 훨씬 더 우수한 능력을 보여준다. 구글에 “로건에서 울버린 역할을 맡은 배우는?”이라고 똑같이 묻자 곧바로 ‘휴 잭맨’ 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 후 “휴 잭맨이 몇 살이지?”라고 다시 물었고 그가 49세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반면 홈팟에게 “로건(Logan)에서 울버린 역할을 맡은 배우가 누구지?” 라고 물었을 때에는 “유타 주 로건에서 울버린이 등장한 영화에 대한 결과를 찾지 못했습니다”라는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다.

 

쇼핑 리스트에 목록을 추가하는 것도 문제다. 시리에게 목록을 이야기해 주면 열심히 그것들을 쇼핑 목록에 추가하기는 하지만, 한 번에 하나씩만 가능하며, 그것도 아이템을 추가할 때마다 일일이 ‘시리야’ 라고 불러야 했다. 한 번에 여러 식품을 추가하려 했더니(예를 들어 ‘우유, 달걀, 치즈, 그리고 버터를 리스트에 추가해 줘’) 4가지 식품이 모두 한 아이템으로(‘우유 달걀 치즈 버터’로) 등록 되어 있었다. 반면 구글 어시스턴트는 똑똑하게도 이 모든 아이템을 별개로 나누어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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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홈팟의 홈키트(HomeKit) 활성화 기기에 대한 컨트롤 수준은 무난한 편이다. 이들 기기들은 홈팟의 명령에 따라 지체 없이, 정확하게 반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스마트 홈 지원 부문에 있어서도 홈키트는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보다 훨씬, 훨씬 뒤쳐져 있다.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는 홈키트가 지원하지 않는 수백 가지 제품들을 생태계에 이미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는 홈키트의 새로운 소프트웨어 인증 기능이 더 많은 기기들을 지원하게 되기를 바라지만, 현재 홈팟은 홈키트만을 컨트롤 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스마트폰 스피커를 사는 편이 더 나은 선택으로 보인다.

 

완전히 노출된 개인 아이클라우드 계정

이러한 시리의 한계는 각기 다른 목소리를 구분하지 못하는 홈팟의 한계에도 일부분 기인하고 있다. 홈팟과 iOS 기기를 연결할 때 홈팟은 해당 기기의 아이클라우드 계정과 정보를 이용한다. 때문에 사실상 그 기기에 대고 말을 거는 모든 사람을 해당 기기의 소유자로 인식한다. 또 동일한 네트워크에 접속해 있는 누구라도 당신의 계정 상에서 메시지를 보내거나 미리 알림을 설정할 수 있다. 이러한 ‘개인적 요청(personal request)’들은 스마트폰이 집에 있고, 동일 네트워크에 접속되어 있을 때만 작동하며, 완전히 비활성화 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단지 홈팟이 계정 주인과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해서 기능 자체를 비활성화 해버리는 것이 올바른 솔루션은 아닐 것이다.

 

설령 개인적 요청 기능을 완전히 꺼 놓는다 해도, 홈팟과 근접해 있는 사람은 누구나 홈팟의 음악 재생 기능을 사용할 수 있고, 애플 뮤직에 기록되는 당신의 음악 선호 취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이가 있는 집에서 아이들이 계속해서 디즈니 음악을 재생할 경우 당신의 ‘음악 추천’ 목록은 만화 주제곡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홈 앱에서 이 기능을 비활성화 시킬 수는 있지만, 이렇게 되면 내가 홈팟을 직접 사용할 때에도 그 데이터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 문제 역시 현재로써 유일한 해결책은 기능 자체를 비활성화 시키고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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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음악 추천의 경우,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다 해서 크게 손해 보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폰에서 수 주일 동안 애플 뮤직을 사용해 보고, 또 홈팟에서 몇 시간씩 음악을 들어봤지만, 애플의 음악 추천이 정확하거나 훌륭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애플이 추천한 음악들 중 절반 가까이는 나의 플레이리스트에서 삭제되었다.

 

그러나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홈팟과 시리의 조합은 몇 가지 중요한 과제들을 어렵지 않게 해내기도 했다. 예를 들어 음악 소리가 큰 방 건너편에서 음성으로 명령을 내렸을 때에도 홈팟은 거의 최고 수준의 정확도로 나의 명령을 인식해냈다. 소리지르지 않고 이야기해도 홈팟은 충분히 내 말을 알아 들었다. 물론, 그 어떤 디지털 어시스턴트도 “Forkin’ Bullshirt”을 재생해 달라는 요청을 정확히 처리하지는 못했지만, 처음부터 그 정도의 언어 유희까지 이해하기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으니 상관 없다.

 

시리의 목소리는 매우 자연스럽고 친절한 느낌을 주며, 여성과 남성 옵션을 모두 제공하고, 또한 미국, 호주, 영국 액센트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반면 알렉사는 80년대 로봇 같은 목소리를 고수하고 있다.

 

 

미완성 교향곡

한마디로 말해, 홈팟은 아직 미완성 단계이다. 모든 스마트 스피커들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함께 조금씩 나아지기는 하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홈팟은 아직 한참 부족하다. 우선 작년 여름 애플이 약속했던 2가지 주요 기능들조차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2대의 홈팟을 같은 방 안에서 진짜 스테레오 설정으로 사용할 수도 없고, 여러 대의 홈팟을 연결하여 집 전체 오디오로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애플 측에 따르면 두 기능들 모두 올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도입될 것이라고 하지만, 경쟁사 제품들은 이미 이런 기능들을 다 제공하고 있다.

 

또한 프라이버시 및 보안에 엄격하기로 유명한 애플이 지나가는 누구나 다 사용할 수 있으며 유저와 낯선 이의 목소리조차 구분하지 않는, 완전히 오픈된 제품을 출시했다는 것도 의아하다. 뿐만 아니라 미리 알림, 메모, 메시지와 같은 개인적인 정보에 대한 액세스도 허용하고 있다. 애플은 아직까지 다중 음성 인식 기능이나 사용자 계정 기능 등을 도입할 계획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가 없으며, 이런 상태의 제품은 애플 팬이라 할지라도 추천하기가 어렵다.

 

홈팟은 높은 하드웨어 완성도와 최고 수준의 사운드 퀄리티를 자랑하며,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사용자의 목소리를 정확히 잡아낸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음악 서비스 및 연결 옵션이 지나치게 제한적이고, 홈키트 지원도 상대적으로 빈약하며, 특히 시리는 다른 가상 어시스턴트들에 비해 엄청나게 뒤쳐져 있다. 게다가 홈팟에서 시리를 사용할 경우 아이폰에서 사용할 때보다 훨씬 쓰임이 제한적이다.

 

홈팟과 같은 메이저 제품이 이렇게 미완의 상태로 시장에 나온 것도 특이한 일이지만, 특히나 애플이 이런 선택을 했다는 것은 정말이지 의외이다. 홈팟은 미숙한 상태로 시장에 나오기보다 몇 달 정도 더 리허설을 거친 후 출시되었어야 했던 제품임이 분명해 보인다. editor@itworld.co.kr

 

 

Jason Cross editor@it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