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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웨어러블, 시계 형태를
벗어나면 미래가 보인다

byITWorld

웨어러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미래학자들은 사람 몸과 연결돼 수천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웨어러블 컴퓨팅’의 멋진 신세계를 제시해왔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웨어러블이란 생체정보를 측정하는 손목시계 외에는 거의 전무한 것이 사실이다. 시장은 핏빗, 애플, 샤오미, 가민(Garmin), 삼성 등 몇몇 업체가 독식하고 있는 상태며, 이 기업들의 웨어러블 솔루션들이 다룰 수 있는 정보 역시 심박수나 움직임 정보 정도가 전부다.

 

피트니스 워치 형태에 국한된 현재 웨어러블 시장이 과연 정상적인 모습인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우려되는 문제점은 크게 네 가지다.

1. 착용할 수 있는 기기의 개수는 한 대뿐이라는 점

웨어러블 기기의 형태가 스마트워치로 국한될 경우, 착용할 수 있는 기기의 수는 한 대로 국한된다. 양 손목에 몇 개의 기기를 두르는 우스운 모양새가 아니라면 말이다. 이 경우 시장에 새로운 스마트워치가 소개되면, 이전 기기는 그대로 폐기될 수 밖에 없다.

2. 손목이 과연 생체측정에 유용한 방식인가?

웨어러블 기기의 주된 용례인 심박수 모니터링을 예로 들어보자. 자마 카디올로지(JAMA Cardiology)의 실험에 따르면, 시장의 피트니스 웨어러블 기기 중 가장 정확하게 심박수를 측정하는 기기는 애플 워치였다. 문제는 이 1위의 정확도가 90%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여타 기기들의 경우 그 수준이 80%대 초반에 불과했다. 손목시계 형태에서 아무리 기술 개발을 한다 해도 가슴에 직접 부착하는 기기만큼의 정확도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기적 활동을 추적해 심박수를 측정하기 때문이다. 즉, 정확도 개선을 위해서라면 미래의 심박수 모니터링 기기는 여성용 스포츠 브라의 형태로 구현돼야 할 것이다.

3. 피트니스 워치가 피트니스 능력을 증진시킬 수 없다는 한계

심박 측정의 부정확성 문제와는 별개로, 피트니스 워치는 피트니스 기능 증진 효과 자체가 불명확하다. 체중 감량을 예로 들어보자. 피츠버그 대학은 2년 간 수백 명의 인원을 대상으로 행동 변화를 통한 체중 감량을 시도하는 연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연구는 동수의 피트니스 웨어러블 기기 착용 그룹과 미착용 그룹으로 나눠 진행됐는데, 실험 결과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지 않은 그룹이 체중 감량에 더 많이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트니스 트래커를 착용할 경우 대상자가 자신의 운동량을 실제보다 많게 인식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4. 피트니스 워치에 대한 흥미가 오래 가지 않는다는 점

인데버 파트너스(Endeaver Partners)의 설문에 따르면, 피트니스 웨어러블 기기 구매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현재는 웨어러블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2년 내 스마트 안경, 헤드셋 등 새로운 선택지가 등장해감에 따라, 이런 경향은 보다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생체측정 스마트워치는 현재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그리고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웨어러블 기기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현재로선 스마트워치만이 유일한 선택인 것일까? 손목 시계라는 형태인자를 넘어서, 안경, 이어폰 등 일상적으로 착용할 수 있는 다른 방식으로 심박수나 움직임을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그렇지 않다. 손목에 국한되지 않고 사용자의 얼굴과 귀를 공략하면서 생체측정 이외의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혁신적인 웨어러블 기기를 만나보자.

주얼리

인도의 스타트업 리프 웨어러블(Leaf Wearables)은 스마트 주얼리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펜던트, 팔찌, 열쇠고리 등 다양한 형태를 띈 리프 웨어러블 제품의 가격은 60달러 선이다. 약간 큰 사이즈의 주얼리 형태인데, 블루투스 방식으로 스마트폰 앱과 연동된다.

 

위급 상황 발생 시 기기를 두 번 누르면, 지정된 비상 연락처로 위치 정보를 포함한 SOS 메시지를 발송하는 것이 리프 웨어러블의 기능이다. 여기에 더해 평상시 위치 추적 역시 가능하며, 이를 통해 가장 가까운 병원이나 경찰서의 위치를 확인할 수도 있다. 베터리는 일주일 간 지속 가능한 수준이다.

웨어러블, 시계 형태를 벗어나면 미래

웨어세이프 태그는 비상시에 단체 채팅방을 만들거나 SOS 신호를 보낼 수 있다.

긴급 알림 기능을 지원하는 또 다른 웨어러블 솔루션으로는 미국 코네티컷 기반의 스타트업 웨어세이프 랩(Wearsafe Labs)이 있다. 웨어세이프 태그(Wearsafe Tag)는 클립 형태의 기기로, 역시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과 통신한다. 큰 버튼을 누르면 기기가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문자메시지, 이메일 형태로 전송한다.

 

음성 스트리밍으로 현장에서 발생하는 음향을 전송할 수도 있다. (음향 전송과 관련해서는, 소리를 상시적으로 버퍼링하는 자동 DVR 옵션을 갖춰 버튼을 누르기 이전 60초의 음향부터 전송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비상 알림이 울리면 비상 연락망에 등록된 사람들이 전용 ‘채팅방’으로 묶여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웨어세이프는 월 4.99달러 요금으로 이용하고, 기기는 가입자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웨어러블, 시계 형태를 벗어나면 미래

핀 컬렉티브가 내놓은 핀 모양 기기는 화면으로 여러 가지 문구나 그래픽을 표시한다.

스웨덴의 스타트업 핀 컬렉티브(Pins Collective)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69달러에 보급형 스마트 뱃지를 출시했다. 기기는 화면과 그래픽에 기반한 통신을 지원한다. 스크린은 단순 문구 외 그래픽 이미지나 사진을 표시할 수 있고, 전용 앱으로 모션 그래픽을 설정할 수도 있다. 개발사는 명찰, 캠페인 뱃지, 비즈니스 홍보 도구 등의 활용 방안을 제시한다. 핀 콜렉티브는 연내 자체 핀OS(PinOS) 플랫폼 및 SDK을 지원할 예정이다. 제품은 내년 2월경 출시된다.

웨어러블, 시계 형태를 벗어나면 미래

센스톤은 버튼 하나로 목소리를 녹음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다.

센스톤(Senstone)은 클립, 목걸이, 팔찌, 열쇠고리 등으로 사용 가능한 펜던트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다. 버튼을 눌러 음성 메모를 실행하면 해당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정리해주는 것이 기기의 주요 기능이다. 센스톤 역시 앱으로 조종하고, 최대 2시간 분량의 자체 저장 기능이 있어 스마트폰이 꺼졌거나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경우에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 웨어러블 기기들과 차별화된다. 개발사 측은 내년 여름 이전 기기 시판을 예정하고 있다.

 

오리온 랩(Orion Labs)에서도 센스톤과 유사한 클립, 목걸이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기능 면에서 음성 녹음이 아니라 전송 목적으로 쓴다는 차이가 있다. 오리온 랩이 내놓은 오닉스(Onyx)는 SF 영화 스타트랙에 등장한 통신 장치처럼, 버튼을 눌러 음성을 실시간으로 상대방에게 전달한다. 음성 전송이 끝나면 오닉스는 자동으로 수신 모드로 전환된다. 과거의 소형 무전기와 유사한 방식이다. 사실 오닉스는 몇 년 전 출시된 기기지만, 얼마 전 아마존 에코의 알렉사 연내 지원 계획이 발표되며 기능성 향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닉스의 가격은 2대 세트가 199.99달러이고, 개별 구매의 경우 대당 129.99달러다.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색상 커스텀도 가능하다.

재킷과 스커트

구글은 레노보에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모토로라의 창의적인 리서치 그룹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 앤 프로젝트(Advanced Technology and Projects, ATAP)만은 지켜냈다. ATAP의 대표적인 결과물로는 스마트 센서를 원단으로 직조하는 프로젝트 자카드(Project Jacquard)가 있다.

 

그리고 프로젝트 자카드가 적용된 최초의 상품이 내년경 시장에 선을 보일 예정이다. 소매 부분이 스마트폰 터치 컨트롤러로 기능하는 재킷 형태의 웨어러블 상품이 그 주인공이다. 재킷에는 USB 충전식 태그 스냅이 적용돼 스마트폰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한다. 소매의 컨트롤러는 제스처(탭/스와이핑) 명령 방식으로 음악 재생, 전화 걸기 등 앱 기능을 관리한다. 리바이스와의 협업을 통해 출시될 이 스마트 재킷은 일반 의상과 비슷한 200달러 이하의 가격에 출시될 예정이다.

 

호주 기업 웨어러블 익스페리먼츠(Wearable Experiments)는 축구, 미식축구 팬들을 위한 팬 저지(Fan Jersey)라는 이름의 티셔츠를 선보였다. 팬 저지는 실시간 촉각 피드백을 통해 경기 경험을 증진한다고 개발사 측은 설명한다. 특정 선수가 슈팅, 태클시 느끼는 감각이나 선수의 심박수를 유니폼의 가슴 및 쇄골부의 센서로 포착해 관객들에게도 전달하는 방식이다. 골이나 터치다운이 성공하는 경우에는 경기장의 함성을 진동으로 증폭시키는 기능도 한다. 셔츠는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과 연동된다.

 

지금까지 소개한 웨어러블 기기들은 현재, 혹은 가까운 시일 내에 직접 손에 넣을 수 있는 수백 종의 혁신 중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제 손목을 벗어나, 그리고 생체인식과 피트니스라는 기능성의 한계를 넘어, 더욱 다양한 웨어러블 경험에 눈을 뜰 시간이다. 

 

글. Mike Elg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