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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화장품 경찰관이 말한다
“1일1팩은 시간 낭비”라고

by중앙일보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 저자 폴라 비가운

『‘폴라스 초이스’ 론칭 10주년 방한 인터뷰

『“화장품, 천연 성분이 더 위험할 수도”


1일1팩, 7-스킨법, 3초 보습법…. 한국 여성들만큼 피부 관리에 유난인 이들이 또 있을까. 물론 세계적으로도 알아주는 K-뷰티의 현재 위상을 만드는 데 이런 유난한 관심이 한몫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화장품 비평가이자 화장품 브랜드 ‘폴라스 초이스’ 창립자인 폴라 비가운(Paula Begoun·64) 대표는 만나자마자

 

"한국이 시트 마스크 수출을 제발 멈춰줬으면 좋겠다” 라는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비가운 대표는 화장품 기업이 불필요한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속이는 것에 대해 늘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지난 35년 동안 화장품 산업을 가장 가까이에서 봐온 그에게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는 여러 스킨케어 이슈에 관해 물었다.

화장품 경찰관이 말한다 “1일1팩은

지난 6월 22일 '폴라스 초이스' 한국 론칭 10주년을 맞아 방한한 폴라 비가운 대표를 만났다.

Q : 당신의 책을 보고 화장품의 ‘성분’에 눈 뜬 여성이 많다. 요즘 한국에는 화장품 성분 검색 애플리케이션도 인기다.

 

“사람들이 화장품 회사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기 시작했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화장품 뒷면에 표기된 성분 목록만으로 화장품을 모두 이해하긴 어렵다. 화학자나 수십 년 동안 화장품 성분을 연구해온 이들한테도 어려운 일이다. 또 온라인엔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너무 많다. 어떤 성분을 검색했을 때 위험하다고 말하지만, 그에 대한 실증적 연구 결과는 막상 없을 수 있다.”

 

Q : 그래도 최소한 위험 성분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생각하는 위험한 성분이란 피부에 자극을 주는 성분이다. 성분 목록에 ‘레몬 추출물’이 있다고 하자. 사람들은 화학 성분이 아닌 천연 성분이라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천연 성분 중에서도 분명 피부에 자극을 주는 성분이 있다. 레몬은 천연 성분이지만 피부에 닿기만 해도 따갑지 않나. 눈에 들어간다고 생각해봐라.”

 

Q : 그렇다면 ‘이것만은 피하라’고 말하고 싶은 성분이 있나?

 

“자극이나 염증을 유발하는 성분이 위험하다. 합성·천연 성분 모두 포함된다. 향료·알콜·페퍼민트·멘톨·라벤더 추출물·시트러스 추출물 등이다. 연구 결과에서 자극성이 확인된 성분들이다.”

화장품 경찰관이 말한다 “1일1팩은

비가운 대표가 2008년 만든 화장품 성분 리뷰 사이트 '뷰티피디아(beautypedia).' 한국어로는 폴라스 초이스 홈페이지(www.cosmeticscop.kr)에 일부 정보가 있다.

Q : 사람들은 천연 성분, 유기농 제품이라고 하면 좋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맞다. 하지만 천연이라고 모두 안전한 건 아니다. 또 화학 성분이라고 해서 다 위험한 것도 아니다. 사실 훌륭한 화장품은 자연과 과학의 결합이 아닐까. 식물을 채취해 세균을 제거하는 등의 화학 공정을 거친 뒤 피부에 발라야한다. 이 과정에서 화학 성분이 사용된다. 그렇다고 그것이 나쁜 것일까. ”

화장품 경찰관이 말한다 “1일1팩은

비가운 대표는 자극을 주지 않는 스킨케어에 대해 항상 강조한다. "환경 오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화장품, 과도한 스트레스 등이 현대인의 피부를 민감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Q : 화장품 속 화학 성분을 우려해 ‘노푸’(no-poo·샴푸를 쓰지 않는)를 하거나 화장품을 아예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모발에 기름이 끼는 것을 참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하하) 사람들이 화장품의 화학성분에 대해 갖는 두려움을 잘 안다. 하지만 ‘노푸’하면서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끼고 사는 습관이 자연스럽진 않다. 요즘 합성·화학이라는 단어에 대해 과하게 위험성을 부추기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해서 이득을 보는 곳은 유기농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Q : 성분 말고 그럼 뭘 봐야하나.

 

“복합적으로 판단해야한다. 사용법에 따라서도 좋은 제품, 나쁜 제품이 갈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성분은 모두 안전한데, 낮에 사용하길 권하면서도 자외선 차단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또 화장품 중에 단지형 통에 들어있는 제품이 많은데, 아무리 좋은 성분이 들어있다고 해도 피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위생적이지 않고 피부에 좋은 성분이 공기에 닿아 산화될 수 있다.”

 

Q : 이런 걸 일일이 따져 구입하기가 힘들다.

 

“35년 동안 화장품을 연구했지만, 어떤 제품이 좋은지를 묻는 질문이 가장 어렵다.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일단 내 피부를 잘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러 제품을 사용해보고 맞는 제품을 찾아가야한다. 또 광고보다는 검증된 연구 결과를 신뢰해야 한다. 최근 한국에서 특이한 성분의 제품이 많이 출시되는 것을 눈여겨보고 있다. 뱀독 크림이나, 달팽이 크림 같은 것 말이다. 명심할 것은 ‘기적 같은 단 한 가지 성분은 없다’는 점이다.”

화장품 경찰관이 말한다 “1일1팩은

폴라스 초이스 10주년 행사에서 만난 비가운 대표는 가장 중요한 스킨케어 과정을 묻자 "자외선 차단제, 자외선 차단제, 또 자외선 차단제"라며 자외선 차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Q : 당신은 어떤 화장품을 쓰나?

 

“밤에는 메이크업 클렌저를 사용하고 토너와 부스터, 나이트 에센스를 얼굴에 바른다. 트리트먼트 밤은 입술에 사용한다. 또 낮에는 수분 로션을 바르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다. 지성 피부라서 무거운 질감의 제품을 쓰지 않는다. 가끔 여성들이 촉촉함을 위해 진득한 크림 제형을 선호하는데 성분이 잘 배합되어 있다면 물처럼 흐르는 제형도 충분히 효과적이다. 특히 중·지성 피부라면 크림 제품은 번들거리고 모공이 막힐 수 있으니 주의해야한다.”

화장품 경찰관이 말한다 “1일1팩은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절대로 태닝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32년 전에 처음 시작 했던 태닝이 가장 후회 스럽다"고 말하는 비가운 대표.

Q : 생각보다 많은 제품을 바르지는 않는다.

 

“나이가 있는 만큼 나도 많은 피부 고민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화장품만으로 이 모든 것과 맞서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피부과 시술도 받는다. 우리 제품(폴라스 초이스)만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하면 명백한 거짓말이다. 화장품은 현재 피부 상태를 유지하고 더 이상 악화하지 않도록 해 준다. 피부 고민에 따라 시술과 화장품을 병행해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다면 시술도 좋다고 생각한다.”

 

Q : 화장품보다 피부과 시술의 힘을 믿는 편인가.

 

“그렇진 않다. 시술은 비싸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니지 않나. 다만 사람들이 시술에 쓰는 비용만큼 화장품에 투자한 뒤 같은 효과를 얻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말리고 싶다. 화장품의 한계는 분명 있다.”

화장품 경찰관이 말한다 “1일1팩은

6월 22일 열린 폴라스 초이스 한국 론칭 10주년 기념 행사에서 비가운 대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폴라스 초이스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은 우리에게 큰 의미"라고 말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Q : 그럼에도 많은 여성들이 화장품에 투자한다. 1일1팩도 한다.

 

“시트 마스크가 피부에 좋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 시트 마스크를 피부에 부착한다고 해서 유효 성분들이 피부에 더 깊숙이 침투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또 제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시트 마스크는 향료 등 피부에 좋지 않은 성분 배합을 가지고 있다.”

 

Q : 하지만 시트 마스크를 하고 나면 피부 톤이 밝아지고 촉촉해진다.

 

“생물학적으로 그런 방식으로 미백 효과가 나타나는 건 어렵다.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다. 보통 오래 붙이고 있기 때문에 침투가 더 잘된다고 생각하지만 침투력을 결정하는 것은 성분의 배합과 분자 크기다. 15분 간 붙이고 있을 시간 동안 다른 좋은 스킨케어 제품을 사용하는 게 낫다. 만약 성분이 잘 배합된 마스크라면 괜찮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제품은 시간 낭비가 아닌가 싶다. ”

화장품 경찰관이 말한다 “1일1팩은

1일1팩, 7-스킨법 등 한국 여성들의 스킨케어 습관에 대해 비가운 대표는 "너무 많은 시간을 화장대 앞에서 보내는 것 아닌가"라며 "그 시간에 인생에서 중요한 다른 일을 하라"고 충고했다.

Q : 피부 깊숙이 촉촉함을 느끼기 위해 스킨을 일곱 번 바르는 7-스킨법도 유행하고 있다.

 

“마스크를 15분 간 붙이고, 스킨을 일곱 번 바르는 시간에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해라.(하하) 7-스킨법은 명백히 스킨을 빠르게 소진시켜서 제품을 또 구입하게 만들려는 화장품 회사의 전략이다.”

 

Q : 당신은 서양인이다. 피부 관리에 있어 인종적 특성도 고려해야하지 않을까.

 

“인종적 차이보다 개개인의 차이가 더 크다. 피부 타입과 피부 고민에 따라 관리가 달라져야한다. 수분만 챙겨서도 안 된다. 항산화, 콜라겐 생성, 피부 조직 강화, 모공 탄력 등 다양한 피부 고민이 있을 수 있고 그에 맞춘 제품을 사용해야한다. ”

 

Q :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피부를 관리할 것 같나.

 

“일단 태닝을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자외선 차단제를 꼬박꼬박 바르겠다. 여기에 하나 더하자면 노화를 막는 항산화 에센스 정도? 가능한 피부에 자극이 가지 않도록 조심스레 관리할 것이다. 지금 아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지금 피부과 시술을 하지 않아도 좋을 텐데 말이다.(하하)”

화장품 경찰관이 말한다 “1일1팩은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한국어판.

유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