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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

방콕에 윤식당?
아니 잼쏭식당! 메뉴는 삼계탕~

by중앙일보

재래시장 재료로 삼계탕·오삼불고기 뚝딱

방콕에 윤식당? 아니 잼쏭식당! 메뉴

복날을 맞아 태국 방콕 현지인 친구 집에서 연 삼계탕 파티!

여행의 행복을 좌지우지하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음식이에요. 현지 음식이 입에 딱 맞으면 신세계를 경험하지만, 입에 맞지 않을 땐 삼시세끼 볶음밥 신세를 면하지 못해요. 다행히 우리 부부는 어디를 가나 현지인처럼 잘 먹는 축복 받은 입맛을 가져서 음식 때문에 힘들어 본 경험은 거의 없어요. 그래도 가끔은 한국 음식이 몹시 그리워질 때가 있어요. 요즘 같은 뜨거운 여름날이면 떠오르는 복날의 삼계탕 같은 메뉴가 특히 그렇죠.

 

한국에 머물 땐 여름에 한 번은 꼭 삼계탕을 끓여 먹는데, 이번 초복에는 미얀마 시골에서 보내게 되어 꿈도 못 꿨죠. 미얀마에서는 대도시가 아니면 한국 음식점을 찾기도 힘든 데다, 만들어 먹고 싶어도 동남아의 배낭여행자 숙소에는 부엌 시설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그런데 마침 태국으로 넘어오게 되면서, 방콕에 살고 있는 현지 친구의 집에 초대를 받게 되었어요. 친구 집에 부엌이 있기에 ‘이때다!’ 싶어서 친구에게 한국의 복날을 설명하며 삼계탕을 먹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죠. 돌아온 대답은 물론 ‘오케이!’. 친구에게 한국의 음식문화도 보여주고 겸사겸사 우리도 오랜만에 몸보신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둘이서 먹는 것보다도 여럿이 먹는 게 더 맛있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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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식재료를 살 수 있는 방카피의 로컬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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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재래 시장인 방카피 시장 풍경.

그렇게 방콕에서 시작된 삼계탕 원정대! 우선 삼계탕 재료를 공수하기 위해 현지 시장으로 갔어요. 친구의 집은 방콕 도심 외곽에 있는 방카피(Bangkapi)라는 지역에 있는데, 마을에서 가장 큰 현지 시장인 방카피 시장(Bangkapi Market)으로 향했어요. 근처에 쇼핑몰이나 마트도 있긴 하지만 식재료를 사기에는 값싼 현지 로컬시장만 한 곳이 없거든요. 열대의 나라인 만큼 온갖 과일에, 다진 마늘 등 향신료까지! 관광객이 거의 없는 동네라서 바가지가 없고 대부분 가격표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대부분 한 바구니에 1000원 이하여서 지갑 부담 없이 장을 볼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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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망고스틴.

특히 7월에는 망고스틴(Mangosteen)이 제철이라 한국에서는 접하기 힘든 이 귀한 과일을 1kg에 500원에 살 수 있었어요. 망고스틴은 ‘과일의 여왕’으로 불리는데 보랏빛 껍질 속에 새하얀 속살을 쏙 빼서 먹는 열대과일이에요. 한번 맛보면 멈출 수 없는 맛이죠. 그저 달지만도 새콤하지만도 않은 ‘고급진 달콤함’이랄까요? 망고스틴을 고를 때는 딱딱하면 대부분 속이 상해 있는 경우가 많으니, 말랑말랑한 걸 사는 게 좋아요. 그리고 가격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직접 고를 수 있는 곳에서 사는 걸 추천해요. 망고스틴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망고스틴을 4kg이나 사고 나니, 삼계탕 본 재료를 사기도 전에 벌써 두 팔이 묵직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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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 끓일 닭을 찾았다!

시장에서 닭을 비롯한 대추·마늘·찹쌀 등의 재료들은 쉽게 구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삼계탕의 가장 중요한 재료인 인삼과 옻은 시장을 샅샅이 뒤져도 구할 수 없었죠. 태국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재료라서 그런 것 같아요. 인삼이 없으니 ‘삼’계탕이라고 할 수 없어서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여행지임을 감안하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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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 만들기 돌입!

집 밖에서 삼계탕을 만든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어요. 한 예로 우리나라에는 집마다 한대씩 가지고 있는 압력솥이 여기에는 없었어요. 일반 냄비에 끓이니 생각보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닭이 푹 고아지는 느낌도 부족했죠. 인삼과 옻이 빠지니 삼계탕의 그 깊은 맛을 내기 힘들더라고요. 맛은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비주얼로 승부를 보기 위해 삼계탕의 꽃인 ‘꼬아진 다리’를 예쁘게 만들었어요. 닭 위에는 달걀 고명까지 얹었어요. 맛은 약간 부족하지만 외양만큼은 100점인 삼계탕이 완성되었어요. 삼계탕 외에도 쉽게 만들 수 있는 배추겉절이와 고추장 오삼불고기를 곁들었어요. 밋밋한 삼계탕과 잘 어울릴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정성스레 차려진 밥상.

방콕에 윤식당? 아니 잼쏭식당! 메뉴

꽤 그럴듯하게 완성된 삼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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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 공수한 재료로 완성한 삼계탕.

우리는 한국 음식을 만들고 태국 친구들은 태국 음식을 조금 준비해오면서, 태국-한국 음식 교류의 밤이 되었어요. 삼계탕을 본 친구는 닭의 크기에 놀라며 혼자 한 마리를 다 먹어야 하냐며 깜짝 놀랐어요. 시장에서 찾은 가장 작은 닭이었는데도, 너무 커서 닭 한 마리가 들어가는 그릇을 찾기도 힘들 정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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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잼쏭식당을 개업한 날 열린 '한국-태국 음식 교류의 밤'.

인삼이 빠져서인지 주인공인 삼계탕보다 오삼불고기 인기가 더 좋았어요. 매콤달콤한 맛은 세계 공통으로 좋아하는 맛인 것 같아요. 친구가 가지고 온 태국 음식은 태국 동부의 소시지로, 한국 소시지와는 다르게 새콤한 맛이 매력적이었어요. 그리고 매운 것으로는 한국 음식이 어디서든 지지 않는데도, 태국 음식이 훨씬 매워서 깜짝 놀랐어요. 한식은 한국인 입장에서는 ‘맛있게’ 매운데, 태국 음식은 고추 자체가 정말 매워서 잘못 먹으면 얼굴에 땀이 줄줄 흐르도록 화끈해져요. 더운 나라 태국에서도 이열치열을 엿볼 수 있었어요.

 

시장에서 사 온 망고스틴을 후식으로 먹으며 태국에서의 복날 저녁을 마무리했어요. 여행하면서 그 나라의 문화를 가장 쉽게 접하고, 쉽게 표현할 수 있는 게 음식 같아요. 기회가 되면 앞으로도 자주 한식을 나누어 봐야겠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여행 중 한 번쯤 현지인들과 서로의 음식을 나눠 보는 건 어떨까요?

 

정리=양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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