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비즈 ]

손수레에서 시작해 트럭…'러브디아' 형제의 푸드트럭 창업기

by중앙일보

캄보디아 무더위 견디며 먹던 과일서 메뉴 개발

그릭요구르트에 패션푸르트 얹은 '패션요거트'로 인기

손수레로 시작…막노동으로 2000만원 벌어 트럭 장만

손수레에서 시작해 트럭…'러브디아'

'러브디아'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이영현(사진 오른쪽)·상현씨 형제. 김영주 기자

밤도깨비 야시장이 열린 지난 9일 서울 청계천, 20여대의 푸드트럭 중 유독 길게 줄을 선 곳이 눈에 띄었다. 샛노란 1t 트럭 ‘러브디아’의 주메뉴는 ‘패션 요거트.’ 집에서 직접 만든 그릭요거트에 열대과일 패션프루트를 살짝 얹어 깜찍한 유리병에 담았다. 길거리 음식치고는 깔끔하고 고급스럽다. 또 설탕·시럽·얼음 없이 순 오렌지만 짜서 한 잔을 가득 채운 ‘순 오렌지 착즙’도 인기다. 주변을 둘러보니 대부분 스테이크·양고기꼬치 등 기름진 음식 일색이다. 러브디아에 사람들이 줄을 서는 이유 중 하나다.

손수레에서 시작해 트럭…'러브디아'

'러브디아' 푸드트럭. 김영주 기자

러브디아의 임직원은 두 명. 형 이영현(32) 씨가 사장, 동생 이상현(29)씨가 직원이다. 올 초 푸드트럭 사업을 한 이후 단 한 시간도 아르바이트를 고용하지 않았다. 영현씨는 “둘이서 죽이 척척 맞는다”며 “이제는 눈빛만 봐도 통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형제에겐 곡절이 있었다. 영현씨는 체육교육과 졸업 후 노량진에서 3년여 동안 임용고시에 매달렸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어느 날 문득 “고시원에만 박혀 있지 말고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생각에 2014년 캄보디아로 봉사활동을 갔다. 무더위 속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1년여를 보내니 “뭐든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들었다. 이듬해 한국으로 돌아와 ‘무얼 할까’ 고민하던 차에 캄보디아에서 먹던 패션프루트가 떠올랐다. 달콤하지만 신맛이 강한 패션프루트에 건강식이지만 맛은 밋밋한 요구르트를 섞으면 ‘히트 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메뉴 개발에 들어갔다.

 

메뉴는 완성했지만, 사업자금은 한 푼도 없었다. 2015년 여름, 무작정 손수레를 끌고 집 근처 부천호수공원으로 나갔다. 하지만 ‘무허가 손수레’인지라 단속원이 만나면 도망 다니기 바빴다. 하루 1만원 벌이도 힘들었다. 안정적인 장사를 위해선 트럭이 절실했다. 이후 낮엔 막노동, 밤엔 손수레 장사를 이어갔다. 그래봐야 연 매출 100만원 남짓. 지난해엔 보다 기동성 있게 움직이려 전기자전거를 장만했지만, 매출은 여전히 200만원에 머물렀다.

손수레에서 시작해 트럭…'러브디아'

'러브디아' 푸드트럭. 김영주 기자

지난해말 드디어 800만원짜리 중고 트럭을 구입했다. 개조 비용 700만원과 집기 구입비 등을 합해 창업비용은 2000만원. 모두 막노동으로 모은 돈이다. 형이 트럭을 구입하자 동생 상현씨가 합류했다. 상현씨는 “고교 시절부터 안 해본 아르바이트를 없을 정도”로 닥치는 대로 일했다. 푸드트럭 전까진 형과 마찬가지로 막노동판을 전전했다. 하지만 그간의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은 푸드트럭 직원으로서 제격이었다. 상현씨는 “주방 일은 물론 차량을 이동해 세팅하고 정리하는 일이 모두 낯익다”라며 “배선 관련 일을 해서 차량에 문제가 있을 때는 보수도 직접 한다”고 했다.

 

올 초 밤도깨비 야시장 진입은 큰 도움이 됐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푸드트럭과 경쟁해 150등 이내에 든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매출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영현씨는 “밤도깨비는 지자체 축제나 대학축제에 비해 매출이 좋다”며 “하루 평균 100만원은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8월까지 러브디아 매출은 약 5000만원. 영업이익도 50%로 괜찮은 편이다. 비용은 재료비 30~40%를 비롯해 입점비, 차량 주유비 등이다. 영현씨는 “남는 돈은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으며 있다”며 “통장에 2000만원이 고스란히 있다”고 했다.

 

형제는 주당 평균 80시간을 일한다. 또 밤도깨비 야시장 등이 주로 주말에 열리기 때문에 주말을 잊고 산 지 오래다. 서른 안팎 혈기왕성한 청년들로선 인내와 희생이 따르는 삶이다. 둘이서 주당 80시간을 일해 8개월 동안 2000만원을 모았다면 그리 흡족한 만한 벌이도 아니다. 하지만 형제는 지금이 더없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영현씨는 “푸드트럭을 하기 전에 동생이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다”며 “같이 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했다. 상현씨는 “사실은 몇년 동안 친구를 전혀 만나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로 지냈다”며 “하루 수백명의 손님들을 상대하다 보니 ‘나만 힘들고 외롭다’는 생각이 말끔히 사라졌다”고 했다.

 

러브디아의 1차 목표는 ‘러브디아 2호’ 론칭이다. 영현씨는 “예전의 우리처럼 어렵고 힘들게 사는 청년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