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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된 16세 소녀 … 조건만남 남성 10여 명 추적도 안 돼

by중앙일보

채팅앱 해외 서버 둬 접속 정보 몰라

누구에게 전염됐는지 확인 못하고

보건당국은 인권 이유로 조사 안 해

보균자·환자 1만1439명, 10대 3%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된 16세 소녀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

지난 5월 경기도 용인의 한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A양(16)은 갑자기 아랫배 통증을 느껴 가까운 병원을 찾았다. 병원 검사 결과 A양의 건강 상태는 충격적이었다.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를 일으키는 병원체인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됐기 때문이다.

 

병원은 즉시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했다. A양은 HIV 양성 판정을 받았다. HIV가 앞으로 면역체계를 파괴하면 A양은 에이즈 환자가 될 수 있다. 이 사실을 통보받은 용인보건소는 A양이 어떻게 바이러스에 걸렸는지 역학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누구에게 감염됐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A양은 지난해 8월부터 3개월간 30~40대 남성 10여 명과 각각 ‘조건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조건만남은 돈을 받고 성관계를 맺는 성매매를 말한다. A양이 에이즈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걸린 사실을 안 보호자는 A양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동네 오빠 B씨(20)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감염 경로가 밝혀질 것으로 기대됐다. 성매수 남성들을 붙잡아 HIV 감염 여부를 검사하면 A양에게 누가 HIV를 옮겼는지, 옮긴 남성이 HIV 보균자인지 또는 에이즈 환자인지, A양이 또 다른 남성에게 HIV를 전염시키지는 않았는지 등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행 에이즈예방법은 에이즈 감염자가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벌금형은 없다.

 

하지만 A양이 조건만남에 나선 시점이 1년 전이라 신체에 남아 있는 성매수자의 DNA를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스마트폰 채팅앱을 이용해 익명으로 만나 추적이 어려웠다. 해당 앱은 해외에 서버를 둬 접속기록 확보도 쉽지 않다. 통화 기록도 없다.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매매 처벌과는 별도로 전파 경로를 파악할 역학조사가 실패한 셈이다. 다만 경찰은 B씨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붙잡아 지난달 11일 검찰에 송치했다.

 

관할 보건소는 A양에게 에이즈 예방교육을 제공하고 치료비를 지원 중이라고 한다. 에이즈는 인체 내의 방어기능을 담당하는 면역세포가 파괴돼 면역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병의 이름이다. 만성질환처럼 꾸준히 관리를 잘하면 에이즈로까지 악화를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용인보건소 한 관계자는 “HIV 보균자의 치료를 맡은 병원의 진료비 청구금액을 통해 치료를 제대로 받고 있는지 확인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A양 사건을 통해 에이즈 예방 관리에 구멍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누군가 A양에게 HIV를 감염시킨 게 분명한데 정부가 등록·관리 중인 HIV 보균자인지, 아니면 미등록 보균자인지, 또는 에이즈 환자였는지 등 전혀 확인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팅앱을 통한 성매매를 파악하기 어렵고, 보건 당국은 인권 등을 문제로 누구에게 전파됐는지에 대한 감염 경로를 조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 당국 관계자는 “본인 동의가 없으면 배우자에게도 알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한국에이즈퇴치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HIV 보균자·에이즈 환자 수는 1만1439명이다. 지난해 신규 HIV 보균자·에이즈 신고자 수는 1199명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10대 청소년도 36명(3%)이나 포함됐다. 보건 당국 관계자는 “등록된 HIV 보균자나 에이즈 환자에 대해서는 만성질환처럼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 한 관계자는 “인권 차원에서 감염 경로는 확인하지 않더라도 무분별한 성관계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은 마련해야 한다”며 “하지만 10대 성교육에서 ‘에이즈’라는 단어 조차 못 꺼내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A양이 다녔던 고등학교가 A양 자퇴 과정에서 조건만남을 한 사실을 알고도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하지 않았는지 감사에 착수했다.

 

용인=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