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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

죽기 전 꼭 가야할
스피티 밸리

by중앙일보

12시간 비포장 도로 달리는 마지막 오지

인도 젊은이가 꼽는 꿈의 여행지이기도

고산증 시달렸지만 설산 등 비경 즐겨

 

스피티 밸리(Spiti Valley)는 히말라야 깊은 산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을이에요. 스피티 밸리 주민들은 여전히 그들만의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어요. 그래서 ‘지구 상의 마지막 오지’로 불리기도 하죠. 요즘은 인도 젊은이들에게 ‘죽기 전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인기를 얻고 있어요.

죽기 전 꼭 가야할 스피티 밸리

스피티 밸리의 중심 마을인 카자.

가진 매력에 비해 여전히 이 지역이 오지로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접근이 어려워 외부와 교류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스피티 밸리에는 공항이 없기 때문에 육로를 통해서만 갈 수 있거든요. 인도 북부 히마찰 프라데시 주의 두 도시 마날리(Manali)와 심라(Shimla)에서 육로로 연결되어 있는데, 겨울에는 폭설로 마날리 쪽 길은 통제되어 심라에서만 접근 가능해요. 겨울철을 제외하면 심라에서 출발해 스피티 밸리를 거처 마날리까지 640㎞를 반시계방향으로 도는 여정을 즐길 수 있어요.

 

우리 부부는 마날리에서 머물다가 우연히 스피티 밸리의 존재를 알게 되어 라다크 여행을 잠시 미뤄두고 스피티 밸리로 향하게 되었어요. 현지 여행사에서 스피티 밸리행 지프를 빌려 일주일간의 여행을 떠나는 게 일반적이에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하루하루 가격 부담이 커요. 차를 하루 빌리는 데 가격이 4000루피(7만원)를 웃돌거든요. 우리는 마음에 드는 마을이 있으면 며칠간 여유롭게 머물다 올 생각으로, 우선 로컬버스를 타고 스피티 밸리의 중심마을 카자(Kaza)로 가기로 했어요. 마날리에서 스피티 밸리 카자까지의 로컬버스 여행, 시작해 볼게요.

죽기 전 꼭 가야할 스피티 밸리

스피티 밸리로 가는 로컬버스.

마날리에서 출발하는 카자행 로컬버스는 하루 단 한대 오전 6시에 출발해요(2017년 8월 기준).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스피티 밸리로 가는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이라 인기가 좋아요. 혹시 몰라서 전날 버스표를 예매해두었는데 아침에 터미널에 가보니 버스에 타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 있었어요. 다행히 우리는 예매를 해서 탈 수 있었지만 예약하지 못한 사람들은 지프를 타고 가야 했어요. 버스 요금은 380루피(6500원). 전세 지프에 비해 확실히 저렴한 가격이지만 지프보다 속도가 느려 13시간이나 걸리기 때문에 어둑해지는 오후 7시쯤 카자에 도착할 수 있어요.

 

출발한 지 1시간쯤 지나자 버스가 멈춰섰어요. 아침 식사 시간이래요. 이 지역 버스의 특징은 오전 몇 시에 출발하든 아침 식사를 위해 어디선가 꼭 멈췄다 간다는 점이에요. 한번은 오전 10시에 출발한 버스가 11시에 멈춰 서서 아침 먹고 간다고 해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어요. 마음 같아선 조금이라도 일찍 도착해서 쉬고 싶은데, 버스여행은 단체 생활을 따라야 한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죠. 혹시 몰라 간식 거리를 두둑이 챙겨서 버스에 올라탔어요.

죽기 전 꼭 가야할 스피티 밸리

해발 3423m에서의 아침 식사 시간.

로탕 패스(3978m)를 넘어서 그람푸(Gramphu) 삼거리에 도착했어요. 여기서부터가 진정한 스피티 밸리로 가는 길의 시작이에요. 이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스피티 밸리, 왼쪽으로 가면 라다크의 레로 갈 수 있죠. 사실 스피티 밸리로 향하는 길은 공사장인가 싶을 정도로 열악한 비포장길이에요.

죽기 전 꼭 가야할 스피티 밸리

스티피 밸리 가는 길에 지나는 그람푸 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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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티 밸리로 가는 길. 낙석이 많아 앞 우리가 탄 버스도 앞유리가 깨어져 있다.

우리가 탄 버스는 순도 100%의 비포장길을 달리기 시작했어요. 대부분의 길은 1.5차선 정도의 폭으로, 한 방향 차가 지나가려면 한 방향 차는 잠시 정차하고 기다려야 할 정도로 좁았어요. 옆은 물론 낭떠러지이고요. ‘덜덜덜덜~’ 1초에도 수십 번 요동치는 버스의 진동에 몸을 맡기고 있는데 버스가 또 멈춰섰어요. 이번엔 10대도 넘는 양방향 차량이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멈춰서 있는 거예요. 내려보니 길에 폭포수가 우렁차게 흐르고 있고 그 속에 경차 한 대가 갇혀 있었어요. 버스 같은 큰 차는 힘이 좋아 통과가 쉽지만 경차는 힘이 부족해 돌에 바퀴가 걸려 공회전만 하고 있었죠. 다행히 여행자들 모두가 힘을 모아 차를 밀어서 위기를 모면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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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물에 갇혀버린 경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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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이 좁은 길이라 양방향 차량 모두 정차하고 차량을 도와주고 있다.

죽기 전 꼭 가야할 스피티 밸리

사륜구동 지프차 조차도 빠져버리는 극도의 비포장길.

그 후에도 물길을 건너느라 몇 번이고 정차하다 보니 점심 시간도 훌쩍 넘겨 버렸어요. 옆으로 하나둘 보이는 아름다운 설산의 풍경을 보며 비상식량인 과자로 굶주린 배를 달랬어요. 밖에서 모래 먼지가 자꾸만 들어와서 과자는 약간 모래 맛이 났지만요. 비포장길의 격렬한 진동에도 익숙해 질 무렵, 드디어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식당에 도착했어요. 오후 3시에 먹는 점심이라니…. 이 시간에 먹으면 무엇을 먹어도 맛있을 수밖에 없겠죠?

죽기 전 꼭 가야할 스피티 밸리

점심식사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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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식 먹은 식당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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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길 풍경. 끝없는 낭떠러지 길이지만 풍경은 아름답다.

죽기 전 꼭 가야할 스피티 밸리

길에서 볼 수 있는 설산.

점심을 먹고나서 다시 모래바람 폴폴 날리는 지그재그 길을 한참 올라가니 스피티 밸리의 관문인 쿤줌 패스(Kunzum La, 4590m)에 도착했어요. 쿤줌 패스는 스피티 밸리로 가는 길에서 만나는 가장 높은 고개예요. 이곳을 지나면 보이는 골짜기가 바로 스피티 밸리에요. 그래도 아직 목적지인 카자까지는 75km나 남았지만요. 갈 길이 바쁘더라도 이곳을 지나는 모든 차량은 쿤줌 패스의 스투파(인도식 불탑)를 꼭 한 바퀴 돌고 가요. 그래야 이 위험한 길을 안전하게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대요. 버스도 잠시 쿤줌 패스에서 세워주었어요. 여기서 화장실도 다녀올 수 있어요.

 

그런데 버스에서 내리니 머리가 띵 한 게 몸이 뭔가 심상치 않았어요. 해발 4500m가 넘는 고산 지대에 버스를 타고 급격히 올라오니 고산병 증세가 오는 것이었어요. 전에도 고산병을 심하게 앓은 적이 있어서 덜컥 겁이 났죠. 그래서 우선 옷을 따뜻하게 입고,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물을 많이 마셨어요.

죽기 전 꼭 가야할 스피티 밸리

쿤줌 패스. 꼭 한바퀴 차로 돌아나가야 사고가 없다는 믿음이 전해진다.

쿤줌 패스에서 10km 북쪽에는 찬드라 탈(Chandra Taal) 이라는 푸른 빛의 산악 호수가 있어서, 전세 차량으로 오는 여행자는 많이들 들렀다 가곤 해요. 해발 4300m에 위치한 초승달 모양의 호수로 ‘달의 호수’로 불려요. 우리 부부도 꼭 들렀다가 가고 싶었지만 버스로는 갈 수 없어서 카자에 갔다가 다시 비포장길을 달려 찬드라 탈에 다녀왔어요. 호수 주위에는 고급 텐트 숙소가 많아서 1박 하고 가기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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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드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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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드라탈 근처의 고급 캠프들.

쿤줌 패스를 넘으면 이제부터가 진정한 스피티 밸리에요. 여기서부터 회색빛의 스피티 강을 따라 달리게 되는데, 아름다운 풍경에 시간 가는 줄도 몰랐어요. 버스에 탄 지도 어느덧 12시간째. 이제는 버스의 진동에도 너무 익숙해져서 저도 모르게 잠이 들어 버렸어요. 눈을 떠보니 오후 7시가 되어있고, 깜깜해진 창밖 멀리 마을이 보였어요.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카자 마을에 도착한 거예요. 시간이 조금 늦긴 했지만, 별 탈 없이 위험한 길을 통과해서 왔다는 사실에 감사했어요.

죽기 전 꼭 가야할 스피티 밸리

쿤줌 패스 너머 스피티 밸리의 시작점. 드디어 회색빛의 스피티 강이 보인다.

죽기 전 꼭 가야할 스피티 밸리

오는 길에 정차한 버스 위에 올라가서 동행들과 함꼐한 쏭.

카자는 스피티 밸리의 입구이자 이 골짜기에서 가장 큰 마을이라서 여행자용 숙소도 많이 자리 잡고 있어요. 가격대별로 여러 숙소가 있는데 우리 부부는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풀었죠. 어둑해지는 듯 하더니 마침 보름달이 환하게 떠올라 달빛 아래 은하수를 즐길 수 있었어요. 스피티 밸리는 건조하고 지대가 높아서 은하수가 더욱더 선명하게 잘 보이는 것 같아요.

죽기 전 꼭 가야할 스피티 밸리

스티피 밸리의 은하수.

세계적인 가이드북 론리플래닛(Lonely Planet)에서 뽑은 ‘2018년에 꼭 가봐야 할 지역 10곳’ 에 스피티 밸리가 선정되었다고 해요. 스피티 밸리의 때 묻지 않은 자연과 문화를 즐기러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겠지만 그 순수함이 그대로 남아있었으면 하는 게 제 작은 바람이에요. 스피티 밸리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경제적으로 부유하지는 않지만 마음이 부유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다음 화부터는 스피티 밸리의 아름다운 마을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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