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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한미 정상 만찬용 '독도새우' 잡은 울릉도 어부 인터뷰

논란의 '독도새우' 어부 "낯선男, 국도서 만나자고···"

by중앙일보

동해안서 나는 20㎝남짓 새우 한 마리 화제

울릉도·독도 인근 해역서 잡히는 '도화새우'

독도 인근서 조업하는 천금수산 "우리 새우"

만찬 이틀 전 '기묘한 거래'한 도매상 증언도

논란의 '독도새우' 어부 "낯선男,

경북 울릉군에서 17년째 독도새우를 잡아 판매하고 있는 천금수산 박종현 대표가 양손에 독도새우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박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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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빈만찬 코스별 메뉴 설명 첫번째: 옥수수죽을 올린 구황작물 소반. 두번째: 동국장 맑은 국을 곁들인 거제도 가자미 구이 세번째: 360년 씨간장으로 만든 소스의 한우 갈비구이와 독도 새우잡채를 올린 송이 돌솥밥 반상 (모시조개국 김치, 한우: 적북 고창 한우, 한국 토종쌀 4종: 북흑조, 자광도, 흑갱, 충북 흑미) 네번쩨: 산딸기 바닐라 소스를 곁들인 트리플 초콜렛 케이크와 감을 올린 수정과 그라니타. [사진 청와대]

동해안에서 나는 몸길이 20㎝ 남짓한 새우 한 마리가 온 국민의 관심거리가 됐다. 특히 일본 정부가 청와대 만찬장에 이 새우를 올렸다고 '발끈'하면서 양국간 외교 문제로까지 떠올랐다. 지난 7일 청와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환영하는 국빈 만찬에 올린 '독도새우' 이야기다.

 

독도새우는 '도하새우'의 별칭이다. 울릉도·독도 인근에서만 잡힌다고 해서 독도새우다. 대하와 차원이 다른 맛을 갖고 있지만 어획량이 적어 한 마리당 가격이 1만5000원을 오르내린다.

 

독도새우가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된 것은 일본의 반응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한·일 정상회담 공식 만찬 메뉴에 독도새우가 올랐다는 것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외국이 다른 나라 요인을 접대하는 것에 코멘트를 할 의도는 없었지만 왜 그랬는지 의문이 든다"며 독도새우를 만찬 메뉴로 선택한 것에 불만을 표시했다. 일부 일본 방송에선 이 소식을 전하며 다케시마가 아닌 '독도(獨島)'라고 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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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시마(죽도) 새우'가 아니라 '독도 새우'라고 표시한 일본 방송사.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이처럼 한·일 양국간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한 새우 한 마리는 어떤 과정을 통해 청와대 국빈 만찬 식탁에까지 오르게 됐을까. 청와대에서 독도까지의 직선 거리는 430여㎞. 독도새우가 한·미 양국의 두 대통령을 만나기까지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새벽부터 친구들로부터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독도새우가 청와대 만찬에 올랐다는 이야기였죠. 뭔가 싶어 뉴스를 검색해 보니 크기로 보나 모양으로 보나 내가 잡은 새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북 울릉군에서 17년째 독도새우를 잡아 판매하는 천금수산 박종현(46) 대표는 관심의 중심에 선 독도새우를 자신이 직접 잡았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국내에서 가장 독도 가까이에 다가가 독도새우를 잡는 천금호 선주다.

 

울릉도에서 독도새우를 잡는 어선은 2척, 부산과 경북·강원 동해안에서도 독도새우를 잡는 어선은 많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가 확신을 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박 대표는 "만찬에 오른 크기의 독도새우라면 울릉도·독도 인근에서만 잡힌다. 동해 연안에서도 독도새우가 잡히지만 크기가 작다. 결국 울릉도에서 독도새우를 잡는 2척 중 하나인데, 서울에 납품하는 곳은 우리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심 300m 이상 심해에 사는 독도새우를 잡기 위해 통발을 던져놓고 1~2일마다 거둔다. 하루에 많이 잡아야 30㎏(300~400마리) 정도다. 대하와 달리 양식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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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릉군 천금수산 박종현 대표가 잡은 독도새우. [사진 박종현]

박 대표는 "독도새우는 심해에 살기 때문에 비린내도 나지 않고 육질도 쫄깃하다. 독도새우를 한 번 먹으면 평생 그 맛을 잊을 수 없다고들 한다. 매일 고생해서 새우를 잡는데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독도새우를 맛봤다고 하니 뿌듯하다"고 전했다.

 

청와대 만찬장에 오른 독도새우가 천금호의 통발에 걸린 것이 맞다면, 그 새우가 육지로 건너와 청와대 경내까지 들어가게 된 경로는 어땠을까.

 

천금수산과 거래하는 도매업체인 독불수산은 경북 포항에서 경남과 경기, 서울까지 독도새우를 납품한다. 직접 울릉도에 활어차 2~3대를 갖고 들어가 활어차에 새우류를 가득 채운 뒤 다시 경북 포항시로 들어온다. 활어차에선 새우가 하루 이상 살아 있다.

 

만찬을 앞두고 청와대가 직접 독불수산에서 독도새우를 구입해가진 않았다. 하지만 독불수산 서동국 대표는 최근 기억에 남는 거래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청와대 만찬 이틀 전인 5일 오후 4시쯤 활어차를 타고 경기도에서 서울시로 이동하고 있는데 휴대전화 한 통을 받았다. 모르는 전화번호였지만 거래처 중 한 곳이겠거니 생각했다. 한 남자가 독도새우 5㎏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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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릉군 천금수산 박종현 대표와 선원들이 독도새우를 잡고 있다. [사진 박종현]

이어 "마침 활어차에 독도새우가 실려 있어서 알겠다고 하니 경기도 고양시 한 도로변에서 만나자고 했다. 고양시에서 서울시로 향하는 인적 드문 국도였다"고 했다.

 

그가 약속 장소에 가보니 검은색 SUV 차량에서 남자 3명이 내렸다. 정장 바지에 구두를 신고 상의는 점퍼를 입은 차림이었다. 이들은 신분을 따로 밝히지 않고 독도새우 5㎏을 구입해 차에 싣고 떠났다고 한다.

 

서 대표는 "분위기가 묘하긴 했지만 따로 신분을 밝히지 않았으니 청와대 관계자라고 확신할 순 없다. 하지만 그런 식의 거래가 매우 특이한 방식이라는 건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울릉=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