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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공지영이 분노한 '봉침 여목사'…경찰, 아동학대 혐의로 입건

by중앙일보

경찰, 전주시 진정 토대로 수사 착수

입양아 2명 신체·정서적 학대한 혐의

24시간 어린이집에 양육 맡긴채 방치

원장 부부 "아이들 앵벌이로 여긴 듯"

도로서 아이 안고 누운 영상 확보

여목사와 아이들 분리 조치 검토

경찰 "조만간 피의자 조사 예정"


공지영 작가가 "아동학대죄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줄곧 지목한 이른바 '봉침 여목사'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당초 검찰은 갓난아이들을 입양해 놓고 직접 양육하는 것처럼 속여 수억원의 후원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해당 목사를 기소하면서 아동학대 혐의는 적용하지 않아 '부실 수사' 논란이 일었다.

 

전북 전주 완산경찰서는 10일 "자신이 입양한 신생아 2명을 수년간 제대로 돌보지 않고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전 장애인 복지시설 대표이자 현직 목사인 A씨(43·여)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목사는 지난 2011년 8월과 2014년 4월에 각각 남자아이 2명을 입양한 뒤 지난 2월까지 전주시내 24시간 어린이집에 양육을 맡긴 채 방치한 혐의다. A목사는 의료인 면허 없이 입양아들의 몸에 봉침(벌침)을 놓은 혐의도 받고 있다. 

공지영이 분노한 '봉침 여목사'…경찰

아동학대 혐의로 입건된 A목사가 2014년 6월 오후 9시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중앙동에 있는 4차선 도로 중앙선 부근에서 자신이 입양한 남자아이(당시 3세)를 품에 안은 채 드러느워 괴성을 지르고 있다. [동영상 캡처 독자]

A목사는 이미 사기 등의 혐의로 본인이 대표로 있던 장애인 복지시설 시설장인 전직 신부 B씨(49)와 함께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A목사 등은 허위 경력증명서를 바탕으로 장애인 복지시설을 설립해 기부금 및 후원금 명목으로 3억여원을 가로챈 혐의(사기·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로 지난 6월 불구속 기소됐다. A목사는 정부가 발급한 의료인 면허 없이 2012년 7~8월 자신이 운영하는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직원 2명의 얼굴과 배 등에 봉침(벌침)을 시술한 혐의(의료법 위반)도 받고 있다.

 

공 작가는 지난달 30일 전주지법 앞에서 A목사 등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학대 문제는 이 사건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라며 "A목사는 배꼽도 떼지 않은 아이 둘을 입양하자 마자 어린이집에 맡기고 이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 자기가 키우는 것처럼 (SNS에 올리는 등) 사기 행각을 하고 모금을 했다"고 비판했었다.

 

공 작가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A목사가 다른 어린이집에 양육을 맡긴) 아이들의 심신 안정을 위해 어린이집 원장 C씨(여) 부부가 보호할 수 있는 판단을 법원이나 검찰에서 내려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공지영이 분노한 '봉침 여목사'…경찰

공지영 작가가 지난달 30일 전주지법 앞에서 평화주민사랑방 등 전북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연 기자회견에서 봉침 시술과 아동학대 의혹이 있는 A목사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지난 2일 "입양아 2명에 대한 A목사의 행위가 아동학대로 의심된다"는 전주시의 진정서를 바탕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공 작가가 전주에서 "평생 처음으로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도 하고 탄원서도 냈다"고 말한 지 사흘 만이다. 경찰은 A목사가 입양한 아이들을 2년~5년 돌본 어린이집 원장 C씨 부부 등 4명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마친 상태다.

 

C씨는 전주지법에서 진행 중인 A목사와 B 전 신부에 대한 1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A목사는 입양한 아이들을 '앵벌이'로 여긴 것 같다.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기는커녕 돈 버는 도구로 삼아 방송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후원금을 모았다"고 주장했다. 

공지영이 분노한 '봉침 여목사'…경찰

공지영(가운데) 작가가 지난달 30일 전주지법 앞에서 평화주민사랑방 등 전북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연 기자회견에서 봉침 시술과 아동학대 의혹이 있는 A목사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C씨는 또 "아이들이 아파서 입원해도 (A목사는) 병원에 잠깐 와서 아이들과 사진만 찍고 이것을 SNS에 올렸다"고 폭로했다. 경찰에서도 C씨는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 조사 결과 A목사는 입양아들이 뇌종양과 뇌암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아이들 수술비로 각각 3000만원과 3500만원이 필요하다"며 후원금을 모았다. 하지만 A목사는 검찰과 법원에서 "입양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긴 건 사실이지만 학대한 적이 없고 최선을 다해 보살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A목사가 3년 전 입양아 한 명을 끌어안고 차도 한복판에 누워 있는 장면이 찍힌 30초 분량의 동영상도 확보해 수사하고 있다. 해당 영상은 2014년 6월 오후 9시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중앙동에서 A목사의 지인 D씨(여)가 휴대전화로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밤중 4차선 도로 중앙선 부근에 누운 A목사가 남자아이를 품에 안고 괴성을 지르고 욕설을 하는 영상이다. 화면에 등장하는 A목사는 치마가 짧은 원피스 차림이었고, 남자아이는 바지 없이 민소매 티셔츠만 입은 상태였다. 경찰은 당시 A목사 배 위에 있던 아이를 2011년 8월 입양된 K군(당시 3세)으로 보고 있다. 

공지영이 분노한 '봉침 여목사'…경찰

공지영 작가가 지난 9월 29일 전주지법 3호 법정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당시 영상을 찍은 D씨는 중앙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깜깜한 밤인 데다 차들이 중앙선 양옆으로 '쌩쌩' 달려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그날을 기억했다. 그는 "중앙선에 뛰어들어 (A목사를) 말렸는데도 말을 듣지 않아 아이가 위험할 것 같아 (도로) 바깥으로 나왔다. 나중에 순찰차가 오고 B 전 신부가 왔다"고 했다.

 

당시 A목사는 근처에 있던 맨발의 노파한테 "당신이 신부 엄마면 다야?"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D씨는 "그때는 '신랑·신부'의 신부인 줄 알았는데 돌이켜 보니 B 전 신부의 어머니로 추정된다. 그 할머니한테 '(A목사가) 술을 많이 마셨냐'고 물으니 '기분 좋게 저녁 먹고 갑자기 저런다'고 했다. 사람을 못 알아볼 정도로 인사불성은 아니었다"고 했다. 

공지영이 분노한 '봉침 여목사'…경찰

공지영 작가가 지난 9월 29일 전주지법 3호 법정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경찰은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A목사에게 아이들의 양육을 맡길 수 없다"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판단에 따라 A목사로부터 입양아 2명을 분리하는 '격리 및 위탁 조치'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신종원 전주 완산경찰서 여성청소년팀장은 "참고인들로부터 의미 있는 진술과 증거를 상당수 확보한 상태"라며 "조만간 A목사를 소환해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 작가는 A목사와 함께 재판을 받는 B 전 신부와 악연이 있다. B씨는 천주교 십계명 중 '간음하지 말라'는 계명을 어겼다는 이유로 2015년 7월 신부직을 잃었다. 공 작가는 당시 본인의 SNS에 "B씨가 천주교 교구에서 면직당했으니 후원하지 말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 일로 B씨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공 작가는 2년 만인 지난 7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공지영이 분노한 '봉침 여목사'…경찰

공지영 작가가 지난 9월 29일 전주지법 3호 법정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A목사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24일 오후 3시 전주지법 3호 법정에서 형사6단독 정윤현 판사의 심리로 열린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