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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고영태와 오래도록 노려본 최순실, “국정농단? 나도 당했다”

by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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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씨가 13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매관매직' 혐의로 기소된 고영태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고영태 씨의 재판에 나와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을 고 씨와 그 주변 인사들에게 떠넘겼다.

 

최 씨는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고 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이날 양 측은 인천본부세관장 인선 개입 의혹에 대해 날선 공방을 벌였다.

 

고 씨는 2015년 인천본부세관 이모 사무관으로부터 상관인 김 씨를 세관장으로 승진시켜달라는 청탁과 함께 사례금 명목으로 22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김씨는 작년 1월 세관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최 씨는 해당 혐의와 관련해 ‘막후 세력’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에 대해 최 씨는 “고영태가 먼저 인천본부세관장을 할만한 사람이라며 김모씨를 소개했다”고 주장했다.

 

고 씨 변호인이 “김 씨를 인천본부세관장에 추천한 게 혹시 딸 정유라의 말 관련해 도움받으려 한 건 아니냐”고 묻자 “또 시작이시네. 말도 안 된다. 이런 거 관련해서는 증언하기 싫다. 딸 부분은 묻지 말라”고 따졌다.

 

고 씨 변호인은 최씨가 지난해 9월 독일에 있으면서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들을 제시하며 “류씨가 국정농단과 관련해 진행되는 일들을 증인에게 보고하는 모양새인데 맞느냐”고도 물었다.

 

그러자 최 씨는 “국정농단이라고 표현하지 말라”며 발끈했다. 그는 “국정농단 기획은 이 사람들(고씨와 측근들)이 한 것이다. 변호사님이 고영태를 얼마나 잘 아는지 모르겠지만, 국정농단이라고 하면 안 된다. 저도 완전히 당한 사람”이라고 억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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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본부세관장 인사에 개입해 뒷돈을 받았다는 이른바 '매관매직' 혐의로 기소된 고영태 씨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재판에는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고 씨는 지난달 27일 보석 청구가 받아들여져 자유인 신분으로 풀려났다. [연합뉴스]

최 씨는 고 씨가 ‘인사청탁 대가로 챙긴 2200만원 중 2000만원은 수수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200만원은 최씨에게 건넸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또, 자신은 오히려 파산 상태인 고 씨를 도와주는 입장이었지, 그에게서 돈을 받을 입장이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최씨는 “고 씨가 신용불량이라고 해서 돈을 줬고, 아는 형한테 얹혀산다고 해서 각서 써서 담보로 3000만원 빌려줬는데 아직도 갚지 않았다. 그런 애한테 200만원을 받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나는 200만원 받을 군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 씨가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면서 1억원을 요구하는 등 수차례 돈을 요구했다고도 덧붙였다.

 

고 씨의 변호인이 ‘1억 공갈미수라고 하면서 왜 고 씨를 고소하지 않았느냐’고 하자 최 씨는 “대통령 뒤에서 일하는 걸 약점이라고 해서 이런 사달을 만들지 않았느냐. 그걸 무슨 죄라고 지금 이렇게 하는지 억장이 무너진다”면서 울분을 토했다.

 

최 씨는 “건실하게 살아보라고 밀어줬던 게 결국은 이런 사태로 나를 몰고 간 것 같다”면서 “이런 문제가 터질 걸 알았으면 그때 그냥 터트릴 걸, 요구를 들어준 것에 후회가 막급하다”고 말했다.

 

최 씨는 증인신문을 마치고 발언 기회를 얻어 “현직 대통령이 사용하셨던 의상실에서 폐쇄회로(CC)TV를 불법적으로 달아서 촬영하고 언론사에 넘긴 것은 불법적인 행위”라면서 “나중에 또다른 국정농단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니 재판장이 철저히 형벌을 가해주시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날 최씨와 고씨의 법정 대면은 두 번째였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고 씨와 머리를 뒤로 땋은 최 씨는 법정 안에서 서로를 오래도록 노려보듯 쳐다봤다. 고 씨는 최 씨의 증언을 들으면서 불쾌한 듯 자주 미간을 찌푸렸고, 헛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