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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악수로 쩔쩔 맨 트럼프 사진, 누가 왜 공개했나

by중앙일보

아세안 관습적인 악수에 적응 못하는 트럼프

백악관의 언론 통제 속 NYT 기자 '민낯' 폭로

악수로 쩔쩔 맨 트럼프 사진, 누가

1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막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 국가연합) 정상회의 전 기념촬영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에서 넷째)이 양쪽의 정상들과 교차 악수를 하며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이 'B컷'은 뉴욕타임스(NYT) 소속 더그 밀스 기자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하면서 화제가 됐다. [사진 더그 밀스 트위터]

이 사진만 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조롱으로 보일 수 있다. 사진 속 트럼프 대통령은 좌우에 있는 정상들과 양팔을 교차하며 악수하는 모습이 불편해 보인다. 그에 비해 다른 정상들은 편안하고 즐거운 표정이다.

 

사진은 13일(현지시간) 더그 밀스 뉴욕타임스(NYT) 사진기자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것이다. 백악관을 출입하며 트럼프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및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 국가연합) 회의 참석에 동행 취재한 밀스 기자는 이날 정상들이 찍은 기념사진 중 공식사진이 아닌 ‘B컷’을 이렇게 공개했다.

 

사진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매체가 인터넷판에서 관련 기사를 싣는 등 화제가 됐다. AP·로이터·AFP통신 등 외신도 이에 편승해 비슷한 사진을 발행했다.

악수로 쩔쩔 맨 트럼프 사진, 누가

13일 필리핀 마닐라 필리핀문화센터(CCP)에서 열린 제31회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 국정상들과 기념촬영에서 교차악수에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폭발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개별 기자가 이 같은 사진을 내보내는 것을 비판하는 시각도 나왔다. 보수 성향인 폭스뉴스는 트럼프와 앙숙인 NYT 소속 기자가 ‘복수’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우스꽝스러운 표정이 담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밀스 기자는 지난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베트남 다낭에서 공동취재단이 찍을 수 있었던 사진”이라면서 아무 것도 없는 검은 네모 프레임을 올렸다. 언론과 불화를 겪는 트럼프의 백악관 측이 공식 촬영시간 외에 사진기자들의 접근을 차단한 것을 풍자한 것이다.

악수로 쩔쩔 맨 트럼프 사진, 누가

11일 더그 밀스 뉴욕타임스(NYT) 기자는 백악관의 언론 통제에 항의하는 뜻에서 '검은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트위터 캡처]

밀스 기자는 문제의 ‘트럼프 악수 사진’을 올릴 땐 “트럼프가 아세안 정상회의 개막 기념촬영에 다른 정상들과 합류했다”고 썼다.

 

짧은 문장이지만 의미심장하다. 트럼프는 그 동안 다른 정상들과 만났을 때 강압적인 악수로 ‘기선 제압’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반면 이번 사진에선 그 자신이 아세안의 기념사진 관습에 적응 못하고 악수의 ‘희생양’이 된 듯 보인다.

 

나아가 이 사진이 공식사진에선 보이지 않는 글로벌 정치의 ‘민낯’을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사진 속에서 쩔쩔 매는 트럼프와 달리 주최국 정상으로서 흰색 전통의상을 입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이러한 사진찍기에 익숙한 듯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다.

악수로 쩔쩔 맨 트럼프 사진, 누가

1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막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 국가연합) 정상회의 전 기념촬영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에서 넷째)이 양쪽의 정상들과 교차 악수를 하며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동그라미 속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관습의 악수를 거부한 채 양팔을 활짝 벌려서 양측 정상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더그 밀스 트위터, 중앙포토]

반면 왼쪽에서 두 번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관습의 악수를 거부한 채 양팔을 활짝 벌려서 양측 정상과 악수하고 있다. 과연 다른 나라 정상이라면 이렇게 '독불 장군'식으로 행동할 수 있을까 싶다. 트럼프의 경우엔 잇따라 발행된 AP 사진 등을 볼 때 원래 하던 식으로 옆자리 정상들과 '강압 악수'를 하려다 사회자의 요청에 따라 '관습 악수'를 따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WP의 데이비드 나카무라 기자는 “이러한 사진들은 국제 무대 뒤편에 다양한 동기와 층위의 편안함이 있다는 걸 일깨워준다”고 썼다. 사진기자에게 ‘공식 사진’만 허용했을 때 이런 ‘진실’이 묻히고 만다는 점 또한 명백하다. 그리고 사실 트럼프뿐 아니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자신이 중심에 있지 않은 악수에 적응하지 못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