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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10억명 본 윈도우XP 배경화면, '스마트폰용' 속편 나왔다

by중앙일보

10억명 본 윈도우XP 배경화면, '

윈도우 XP의 배경화면. 전세계 10억명 가량이 본 것으로 추측되는 이 장면은 그림이 아닌 사진이다.

“이게 사진이었어?”

 

끝을 모를 만큼 드넓게 펼쳐진 짙푸른 초원. 그 너머로 파랑과 하양 물감을 번갈아 뿌려놓은 듯한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구름의 움직임을 따라 들판엔 그늘이 드리웠다 말았다 한다. ‘그림 같다’는 평을 듣고도 남을 만큼 아름다운 장면. 윈도우 PC를 사용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바로 그 배경화면이다. 많은 이들이 컴퓨터그래픽이라고 생각한 이 한 장의 풍경은 그러나 실제로 있는 자연을 담은 사진이다.

10억명 본 윈도우XP 배경화면, '

Bliss의 작가 찰스 오리어가 작품의 배경이 된 언덕 앞에서 작품을 들고 섰다.

사진의 제목은 ‘Bliss(행복)’이다. 제목 때문일까. 기자도 과거 컴퓨터를 켤 때 이 화면이 뜨면 평온해지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사진을 찍은 이는 미국의 사진작가 찰스 오리어(76). 오리어는 25년째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다.

 

오리어는 이 사진을 1996년 1월 찍었다. 일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당시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던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소노마 하이웨이를 자동차로 지나가던 중 그야말로 그림같은 장면이 그의 눈에 들어와 박혔다. ‘구름이 다른 모양이 되기 전에 찍어야지’라고 생각한 그는 곧바로 차를 세웠다. 그리고 자신의 필름 카메라에 그 풍광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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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스 오리어가 스마트포 배경화면으로 작업한 미국 3대 절경중 하나인 머룬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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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절경중 또 다른 하나인 피카부 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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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절경의 하나인 화이트포켓.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오리어가 Bliss를 찍은지 21년 하고도 10개월여가 지난 이달 새 작품 사진을 내놨다. 독일 항공회사인 루프트한자와 함께 만든 2017판 Bliss다. 96년 Bliss의 속편격이다. ‘New Angles of America’라는 제목처럼 북미의 3대 절경을 촬영한 작품들이다. 콜로라도주 ‘머룬 벨즈’, 유타주 ‘피카부 협곡', 미국 애리조나주의 ‘화이트 포켓’이 이에 해당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들 사진은 PC 배경화면이 아닌 스마트폰 배경화면용으로 제작됐다.

10억명 본 윈도우XP 배경화면, '

오리어는Bliss의 저작권료로 어마어마한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96년의 Bliss는 어떻게 2001년 윈도우XP의 배경화면으로 선정됐을까.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사진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가 고객에게 제공하려고 하는 체험(자유와 가능성, 조용함, 따뜻함)을 이 사진이 예시해주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Bliss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상상했던 것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그의 사진은 대중문화적 현상이 됐고, 사진이 보유한 확고한 팬층이 있었다”고 밝혔다.

10억명 본 윈도우XP 배경화면, '

오리어는 25년째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진작가다.

오리어 자신도 이 사진의 성공을 예측하진 못했다. 그는 훗날 “이 사진이 이 혹성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본 사진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10억명 이상이 이 사진을 봤을 거란 추측을 내놓는다. 전세계 윈도우 XP 이용자 규모를 바탕으로 해서다. 이쯤 되면 사진의 저작권료가 얼마일지 궁금해진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사진의 사용권을 얻기 위해 오리어에게 지불한 액수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어마어마한 액수’라는 설명은 뒤따른다. 이는 오리어가 현재 이 사진을 촬영한 나파밸리에 살며 와이너리를 촬영하거나 와인에 관한 책을 쓰면서 시간을 보내는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것에서도 어느 정도 짐작이 되는 부분이다.

10억명 본 윈도우XP 배경화면, '

오리어가 이번에 내놓은 사진작품들은 시대의 흐름에 맞게 스마트폰 배경화면용으로 제작됐다.

오리어가 이번에 내놓은 새 프로젝트는 같은 자연 풍경이지만 Bliss 보다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들이다. 그는 “ 76세가 된 지금도 ‘Bliss’가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었는지를 느끼고 있다”며“사람들은 이제 PC나 TV에서 멀어져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됐다. 나의 새로운 작품들이 또다시 사람과 세상을 이어주는 창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용 배경화면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는 사이트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