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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
어린 자녀에게 칼 쥐어준 까닭

by중앙일보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 어린 자

제프 베조스와 아내 매킨지 베조스. [중앙포토]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 부부에겐 독특한 자녀 교육법이 있다. 날카로운 칼과 전동 공구를 평소 다뤄보도록 하는 것. ‘온실 속 화초처럼 자녀를 과잉 보호하면 제대로 된 성인으로 키울 수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내 아내(매킨지 베조스)는 ‘나는 아무 것도 혼자 해결하지 못하는 아이보다는 손가락이 9개인 아이가 낫다’고 하더군요.” 베조스가 이달 초 미국 LA서 열린 ‘서밋 17’에 참석해 한 말이다.

 

최근 아마존이 주가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베조스의 재산은 1000억 달러(109조원)를 기록,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를 누르고 세계 최고 부자로 등극했다. 그런 그지만, 무턱대고 자녀를 감싸는 여느 부잣집과는 자녀 교육이 확연히 다르다고 한다.

 

베조스 부부는 세 아들과 중국에서 입양한 막내 딸, 4남매를 뒀다. 그의 남동생 마크 베조스도 “형네 부부는 자녀가 4살이 되면 칼을 써보도록 한다. 익숙해지면 전동 공구까지 손에 쥐어준다”고 설명을 보탰다.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 어린 자

아마존 CEO인 제프 베조스. [중앙포토]

사실, 이런 교육법이 ‘자녀 성장에 긍정적’이란 연구는 여러 차례 발표됐다. 위험하지 않는 선에서 ‘좀 과한’ 놀이 문화가 자녀 정신 건강에 오히려 좋고, 반대로 부모의 과잉 보호 아래 자란 자녀는 훗날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또, 한 연구에 따르면 베조스 방식의 자녀 놀이 문화가 자녀의 판단력은 물론 자신감까지 키워준다고 한다.

 

마리아나 브루소니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의대 소아과 교수는 “사실 자녀에게 위험한 놀이가 무엇인지를 부모가 일일이 정해줄 필요는 없다”며 “다만 ‘적절한 놀이 수위’(appropriate risk levels)가 어디까지인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공간’이 자녀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부모는 여전히 자녀를 안전한 환경에만 가둬두려 한다”고 따끔히 지적했다.

 

브루소니의 지적처럼, 자녀가 온실 속 화초로 크는데 따르는 부작용(?)은 상당하다. 『성인으로 키우기』(How to Raise an Adult)의 저자인 줄리 리스코트 헤임즈는 10년간 미국 스탠포드대 학장을 역임하며 수많은 신입생의 고민을 들었다. 그는 “특히 자신감을 잃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학생을 많이 봤다”며 “이들은 총명하고 공부도 잘 했지만 성인이 될 준비가 전혀 안 됐다”고 진단했다.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 어린 자

아마존을 방문한 아이와 함께 한 제프 베조스. [중앙포토]

물론 베조스의 자녀 교육을 그대로 따르는 게 정답은 아니다. 오히려 위험한 물건을 함부로 다루면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아이들 스스로에게 ‘학습의 기회’가 된다는 것이 베조스 부부의 철학이다.

 

이런 맥락에서 매킨지 베조스는 “손가락을 잃은 아이가 모든 손가락을 가진 또래에 비해 인생에서 더 많은 걸 얻는다”고 주장한 것인지 모른다.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 어린 자

할아버지 농장에서 웃고 있는 어린 베조스. [중앙포토]

베조스 부부의 자녀 교육법의 배경에는 베조스의 어린 시절 경험이 있다. 그는 16세가 될 때까지 매년 여름 할아버지 소유의 농장에서 지냈다. 이 농장은 시내와 멀리 떨어져 있어 ‘모든 일을 직접 해야 하는’ 환경이었다. 할아버지는 바늘까지 직접 만들어 키우던 소를 수술하고, 상처 봉합까지 했다고 한다. 또 5000달러짜리 고장난 낡은 건축기계를 직접 수리하려는 손자를 위해 공구 이동용 소형(小型) 크레인을 직접 만들어줬다고. 베조스는 “어찌 할지 엄두를 못 냈던 일을 할아버지는 척척 해결해나갔다”고 회고했다.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 어린 자

어렸을 적의 베조스. [중앙포토]

할아버지가 작업 중 사고로 엄지손가락 끝을 잘린 일도 있었다. 당시 그는 대롱거리는 살점을 뜯어낸뒤 직접 차를 운전해 병원으로 갔고, 봉합 수술 대신 의사들에게 “엉덩이 피부를 이식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베조스는 “수술 뒤 할아버지의 엄지손가락에서 엉덩이 털이 자라났다”며 “할아버지는 불평을 토로하는 대신 (면도 시) 손가락 털까지 면도하곤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문제를 돌파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할아버지로부터 배웠다”는 베조스, 그런 경험을 자녀들에게도 전하려는 게 아닐까.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