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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냥이가 행복한 나라… 다큐 '고양이 케디' 를 파헤쳐보자

by중앙일보

다큐멘터리 '고양이 케디'

제다 토룬 감독에게 듣는 제작기

냥이가 행복한 나라… 다큐 '고양이

'고양이 케디'

이스탄불은 길고양이의 천국입니다. 한국의 길고양이가 불청객 취급을 받는다면, 이스탄불의 길고양이는 도시의 주인입니다. 도시를 걷다보면 어디서나 당당하게 털을 고르며 갸르릉 거리는 고양이를 만날 수 있어요. 도대체 이 도시는, 어떤 사연이 있길래 이렇게 길고양이의 성지가 되었을까요.

 

이스탄불 출신 제다 토룬 감독의 데뷔작 ‘고양이 케디’(원제 Kedi)를 소개합니다. 케디는 터키어로 고양이란 뜻입니다.

냥이가 행복한 나라… 다큐 '고양이

'고양이 케디'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의 평화가 찾아옵니다. 고양이들이 정말 귀엽거든요. 특히 고양이 얼굴을 화면 한가득 클로즈업할 때는 ‘슈렉2’(2004, 앤드류 아담슨, 켈리 애스버리, 콘래드 버논 감독)의 장화신은 고양이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뀨우~”를 토해내게 됩니다. 뭉툭하고 동글동글한 두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는 장면에선 저절로 두 손을 뻗어 ‘잼잼’하게 됩니다.

 

길고양이지만 사람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아서인지 윤기가 돌고 느긋하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이 영화의 제작기가 궁금해 제다 토룬 감독에게 서면으로 인터뷰를 청했습니다. 애묘인 답게 답변도 사려 깊었습니다.

냥이가 행복한 나라… 다큐 '고양이

'고양이 케디' 제다 토룬 감독

11살까지 이스탄불에서 살았던 토룬 감독은 “길고양이는 어린 시절 진정한 베스트 프렌드였다”고 말합니다. 고양이와의 추억이 강렬했기에 자연스럽게 영화 제작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죠.

 

감독은 2013년 여름, 이스탄불을 걸으며 길고양이를 먹이고 재우고 돌봐주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이스탄불 사람들은 길고양이가 배고프면 밥을 주고,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고, 심심해하면 놀아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또 고양이는 자고로 밖에서 자유롭게 커야한다고 믿습니다.

 

토룬 감독은 기초 취재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연의 고양이 서른 다섯마리를 찍기로 결정합니다. 석달 간의 촬영과 장고의 편집 끝에 7마리로 주연을 추리게 되는데요. 선택 기준은 하나였습니다. ‘그 고양이의 사연이 관객에게 어떤 통찰력을 주는가?’

냥이가 행복한 나라… 다큐 '고양이

'고양이 케디'

자. 그럼 어떻게 찍었을까요. 촬영엔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먼저 원격 조정 자동차에 카메라를 달고 찍다가, 고양이들이 엔진의 ‘윙윙’ 소리를 싫어해서 실패! 고양이 목줄에 소형 카메라를 달아봤는데 달자마자 앉거나 누워버려서 실패! 결국 촬영감독이 캐논 5D Mark III의 모니터에 긴 핸들(포커스를 다양하게 조작할 수 있는)을 장착한 특수 카메라 장비를 제작했다고 하네요. 그제서야 두 대의 카메라가 고양이 옆을 따라다니면서 찍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밤에 쥐를 사냥하는 장면도 나오는데요. 사냥꾼들이 쓰는 야간 투시 카메라를 들고 하수도 위에서 며칠 밤을 새다가 건진 장면이라고 합니다. 토룬 감독은 “정말 행운이었다”며 즐거워했습니다.

냥이가 행복한 나라… 다큐 '고양이

'고양이 케디'

고양이들의 끝없는 애교와 이스탄불의 고풍스런 풍경에 넋을 잃고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레 이스탄불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근심, 걱정, 꿈 등을 알게 됩니다.

 

아, 이 영화는 고양이뿐만 아니라 도시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게 강력한 힘인데요. 토룬 감독은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을 여럿 만나면서, 그들 모두 삶의 깨달음을 얻었음을 알게 됐습니다. 감독의 애초 목표는 새로운 시각으로 이스탄불과 이스탄불 사람들을 보여주는 것이었는데요. “결국 이 영화의 철학적이고 시적인 관점은 그들의 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자, 영화 속 캣맘, 캣대디들의 명대사를 살펴볼까요.

 

“삶은 아름답습니다. 사랑을 담아 바라보면 아름답지 않은 게 없습니다. 고양이·새·꽃의 존재를 즐길 수 있다면 온 세상이 내 것이죠.”

 

“고양이가 발밑에서 당신을 올려다보며 야옹거리면, 삶이 당신에게 미소짓는 겁니다. 행운의 순간이죠. 살아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입니다.”

냥이가 행복한 나라… 다큐 '고양이

'고양이 케디'

영화를 보면서 흥미로웠던 건 길고양이가 동네 여러 집을 돌아다니며 집과 집을 잇는 연결고리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토룬 감독은 “이스탄불도 도시가 커지면서 유대감이 약해지고 있지만, 길고양이 덕분에 끈끈한 공동체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 가지 걱정이라면, 이스탄불도 점점 길고양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인데요. 토룬 감독은 안타까워 하며 “인구가 늘면서 길고양이의 터전이 줄고, 더 많은 사람들이 안전을 걱정하며 고양이를 집에서 ‘애완 동물’로 키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고양이뿐만 아니라 같은 이유로 사람들도 실내에만 살게 될까 두렵다”고요. 길고양이가 없다면 이스탄불의 매력도 사라지겠죠.

 

그나저나 이스탄불이 고양이의 천국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토룬 감독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는데요. 이스탄불은 700년 이상 물고기와 사람, 고양이가 함께하는 어촌 공동체였어요. 최근 유전학자들은 1000년 전 고양이와 인간과의 관계가 시작된 지역을 정확히 지명했는데, 그곳이 오늘날의 터키입니다. 여기에 이슬람에서는 고양이를 찬양하는 문화가 있는데, 예언자 모하메드가 고양이와 교감한 이야기가 타인을 향한 존경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전해졌죠. 이렇게 오랜 시간 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했기에 서로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