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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제주 이주 6개월 만에
월 500만원 번 비결은

by중앙일보

[로컬라이프]

61세 반퇴인의 펜션 개업기

'에어비앤비'로 시험 후 본격 숙박업 도전

타깃 및 콘셉트 명확하게...최대 9인 가능한 '독채 펜션'

블로그·인스타그램 등 적극 활용해야

 

제주 이주 6개월 만에 월 500만원 매출을 올리는 60대 펜션 사장이 있다. 브릭나인맨션(Brick9Mansion)을 운영하는 정정호(61)씨다. 오랫동안 은퇴 후 전원생활을 꿈꿔온 그가 성공적으로 제주에 정착한 비결은 뭘까. 그는 어떻게 귀농을 준비했을까. 그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1. 작은 규모로 시작하라.

은퇴 후 귀농은 그의 오랜 꿈이었다. 하지만 농사를 지을 엄두는 나지 않았다. 농사가 아닌 다른 일거리가 있어야 했다. 고향 대신 제주를 선택한 건 그래서다.

제주 이주 6개월 만에 월 500만원

정 씨는 "전원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에 대한 강박감이 없어진다는 점"이라며 "느리게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정정호 씨]

지난해부터 1년 가까이 드나들며 부동산을 둘러보다 올 1월 아들이 제주 지사에 발령을 받으면서 계획에 탄력이 붙었다. 일단 작게 '시험'해보고 싶었다. 제주는 집을 1년 단위로 빌리고, 12개월 치 월세를 한 번에 낸다. 1년간 집을 빌려 관광객들에게 빌려 줘보기로 했다. 주택은 인테리어 비용 등이 많이 들 것 같아 아파트로 정했다. 보증금 1000만원에 연세 900만원을 주고 서귀포에 아파트를 빌렸고, 아들이 제안한 '에어비앤비'를 통해 집을 빌려주기 시작했다. 그게 올 5월이다.

 

"두 달간 500만원의 매출을 올렸어요. 할 만하다는 판단이 들더군요."

 

그런데 아파트를 관광객들에게 빌려주는 건 불법이었다. 주변 펜션업자의 신고로 벌금 100만원을 내고 아파트를 비웠다. 정 씨는 "법적인 문제는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시작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덕에 제주 숙박업의 사업성을 실험했고, 더 큰 투자를 감행할 수 있었다.

 

"일반 주택을 빌려서 실험해볼 수 있습니다. 가구 등 인테리어 비용이 들긴 하지만 주택 임차 기간을 조금 길게 설정해서 비용을 털어내는 방법도 있고요. 적잖은 비용이 드는 사업이니, 작게 테스트해보길 권합니다."

제주 이주 6개월 만에 월 500만원

정 씨는 제주 입도 후 목공예를 시작했다. 펜션에서 쓰는 벤치나 옷걸이 같은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 대부분을 직접 만들었다. [사진 정정호 씨]

2. 타깃과 콘셉트를 잡아라.

2달간 아파트를 빌려주면서 그가 얻은 교훈이 있었다. 타깃과 콘셉트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엔 전문 숙박업체가 많다. 호텔에서부터 콘도·펜션까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모두를 타깃하면 모두와 경쟁해야 한다. 타깃을 명확하게 잡으면 그 안에서만 경쟁하면 된다. 그의 선택은 '독채 펜션'이었다.

 

"호텔은 1~2인 규모 관광객이, 콘도는 3~4인 규모 관광객이 주로 찾아요. 커플을 타깃으로 한 펜션이나 가족형 펜션도 많죠. 저는 6인 이상 그룹 관광객을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부모님과 결혼한 자녀 그리고 손자녀까지 3대가 함께 여행하는 일가족 혹은 동창이나 동호회 여행객이 묶을 곳은 별로 없거든요."

제주 이주 6개월 만에 월 500만원

정씨가 운영 중인 브릭나인맨션. 9명까지 묶을 수 있는 벽돌로 지은 고급 주택이라는 의미다. [사진 정정호 씨]

이름을 브릭나인맨션으로 지은 것도 9명까지 투숙할 수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아파트를 빌려줄 때보다 2배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그는 숙박 건물이 아니라 주택을 샀다. 농어촌민박업 신고가 가능할 뿐 아니라 나중에 다시 팔고 싶을 때 숙박 건물보다 더 잘 팔릴 거라고 판단했다.

 

"숙박업을 하고 싶은 사람뿐 아니라 주택을 사고 싶은 사람한테도 팔 수 있잖아요. 그리고 숙박 건물과 달리 주택은 양도소득세가 감면된다는 것도 고려했습니다."

3.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라.

사진 찍기가 취미인 정 씨는 원래부터도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했다. 그런 경험을 살려 사업을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 전문 플랫폼부터 인스타그램, 블로그 같은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제주 이주 6개월 만에 월 500만원

텃밭에 심은 배추를 말리고 있는 모습. 사진이 취미인 정 씨가 직접 찍었다. [사진 정정호 씨]

"매출의 60~70%는 에어비앤비에서 일어납니다. 나머지는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보고 개별적으로 연락을 해와요.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면 고객 접점이 늘어납니다. 포기하지 마시고 꼭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세요."

 

에어비앤비의 경우 플랫폼 측에서 매출 현황이나 예약률 등 다양한 데이터를 보기 쉽게 시각화해 제공해줄 뿐 아니라 주변 시세 등을 반영해 가격 책정을 하도록 제안하기도 한다. 정 씨는 "제주도 숙박 검색 건수가 줄었으니 가격을 내리라고 알려줄 정도로 다양한 정보를 준다"고 말했다. 그가 에어비앤비를 활용하라고 추천하는 이유다.

제주 이주 6개월 만에 월 500만원

사진을 찍으며 마음에 담아둔 장소는 자전거를 타고 다시 한번 방문하곤 한다. [사진 정정호 씨]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는 그의 취미인 사진을 올리기 위해 개설했는데, 사진을 보고 예약 문의를 해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는 "젊은 친구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검색해보고 물건을 사거나 여행을 간다는 말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서지명 기자 seo.jimy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