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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아르바이트 하지 않는다”
어머니 말에 아들 방화

by중앙일보

불 끄던 아버지 숨지고, 2층 5명 뛰어내려

어머니가 그림 종이 찢자 감정 격해져 범행

종이에 불 붙여 안방 침대 쪽에 던져 불 내

주민 50여 명 대피, 2층 주민 다리 골절상

“아르바이트 하지 않는다” 어머니

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 1층에서 대학생 아들이 집에 불을 질러 불을 끄던 아버지가 숨졌다. [사진 일산소방서]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어머니와 말다툼을 하던 대학 휴학 중인 아들이 집에 불을 질러 아버지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7일 오후 8시 50분쯤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 1층 집에서 불이 났다. 대학생 A씨(19)가 자신의 집에 불을 낸 것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일산서부경찰서는 A씨로부터 “저녁 식사 중 엄마가 ‘휴학 중인데 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느냐’고 말하면서 이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다”며 “이후 엄마가 내가 그린 그림 종이를 찢어 순간적으로 화가 나 그 종이에 불을 붙여 안방에 던졌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아르바이트 하지 않는다” 어머니

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 1층에서 대학생 아들이 집에 불을 질러 불을 끄던 아버지가 숨졌다. [사진 일산소방서]

“아르바이트 하지 않는다” 어머니

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 1층에서 대학생 아들이 집에 불을 질러 불을 끄던 아버지가 숨졌다. [사진 일산소방서]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어머니가 자신이 그린 그림 종이를 찢자 감정이 격해져 욱하는 마음에 이 종이를 뭉쳐서 안방으로 가져갔다. 이어 아버지가 사용하던 라이터로 종이에 불을 붙인 뒤 안방 침대에 던졌다. 불은 삽시간에 번졌고, 전기장판에까지 옮겨붙었다. 깜짝 놀란 A씨 아버지(54)는 물을 통에 담아와 불을 끄려고 시도했다.하지만 불은 거실 등으로 번졌고, 집안이 정전됐다. 주민의 신고로 119가 도착했지만 A씨의 아버지는 미처 대피하지 못한 채 안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르바이트 하지 않는다” 어머니

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 1층에서 대학생 아들이 집에 불을 질러 불을 끄던 아버지가 숨졌다. [사진 일산소방서]

“아르바이트 하지 않는다” 어머니

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 1층에서 대학생 아들이 집에 불을 질러 불을 끄던 아버지가 숨졌다. [사진 일산소방서]

경찰은 A씨의 아버지가 불을 끄려던 중 연기와 불길에 갇혀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A씨 아버지의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불이 난 직후 A씨와 A씨의 중학생 동생은 밖으로 대피했다. A씨의 어머니(51)는 연기를 흡입한 상태로 119구조대에 의해 안방 화장실에서 구조됐다.

 

또 이날 불로 2층에 사는 주민 등 아파트 주민 50여 명이 긴급대피했다. 이 중 16명이 연기 흡입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2층에 사는 일가족 5명이 베란다를 통해 밖으로 뛰어내려 대피했다. 이들은 거실 벽면 스피커에서 연기가 보이고 갈색 액체가 흘러나오자 119에 화재신고를 한 뒤 대문으로 대피를 시도했다. 그러나 복도에 연기가 가득 차 대피가 어렵게 되자 가족 모두가 베란다 창문을 열고 1층 바닥으로 뛰어 내렸다. 이 과정에서 B씨(51·여)가 다리 골절상을 입었다.

“아르바이트 하지 않는다” 어머니

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 1층에서 대학생 아들이 집에 불을 질러 불을 끄던 아버지가 숨졌다. [사진 일산소방서]

이날 불은 화재가 난 집 내부를 태운 뒤 1시간 만에 진화됐다. 경찰은 평소 숨진 아버지가 담배를 피울 때 사용하던 라이터를 거실 바닥에서 발견해 증거물로 수거했다. 경찰은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A씨에 대해 현주건조물방화치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고양=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