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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일주일에 딱 4팀…
수제 파이 집의 특별한 한우 스테이크 정찬

by중앙일보

일주일에 딱 4팀… 수제 파이 집의

‘파파스 해피파이’ 스테이크를 잘라보니 정확한 미디움 레어다. 고기가 차지고 부드러웠다. 이 집은 음식점이 아니고 통신판매를 주로 하는 수제 파이 전문점인데 주인 부부가 음식 해 먹는 걸 본 단골손님들이 음식도 하라고 등을 떠밀어서 스테이크와 파스타 정식만을 메뉴로 해서 100% 예약제로 손님을 받고 있다.

일주일에 딱 4팀… 수제 파이 집의

부천 '파파스 해피파이' 2월 말까지 만석

식사는 예약부터 돈 낼 때까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일주일에 나흘(수~토)만 하루 한 팀 예약제로 손님을 받는다. 1팀 인원은 2~6명. 메뉴는 팀마다 스테이크 또는 파스타 코스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 2월 말까지 빈자리가 없다. 제한이 많으니까 엄청난 음식점 같지만 가보면 앙증맞게 작다. 실면적 33㎡(10평) 대부분이 주방∙작업시설이고 손님 공간은 3.3㎡(1평) 남짓이다. 6명이 앉으면 움직일 틈이 별로 없다. 나오는 음식은 맛도, 실속도 좋다.

일주일에 딱 4팀… 수제 파이 집의

6명이 앉으면 테이블이 꽉 찬다.

식사는 ▷계절 샐러드 ▷천연 발효 빵과 올리브유 ▷직접 끓인 가정식 수프 ▷메인(스테이크 혹은 파스타) ▷후식 파이 ▷커피(또는 차) 6코스로 진행된다. 스테이크는 횡성 한우 안심 250g을 최상급 베제카 올리브유 뿌리고 달군 팬에 구워줬다. 스테이크나 파스타 세부사항은 사전에 조율할 수 있다. 내용보다 값은 정말 놀랍다. 각각 5만원, 2만원.

 

안심 스테이크를 맛본 소감을 나는 “묵은쌀 쪄서 기계로 뽑은 인절미 먹다가 햇찹쌀로 절구에 찧어 손으로 빚은 인절미를 먹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동갑인 주인 이건수·염영화(50)씨 부부는 “맛이 화려하거나 차림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집에 초대한 손님 대접하는 마음으로 진정을 담은 요리”라고 했다.

부부가 만든 수제 파이 통신판매가 본업

레스토랑이 아니다. 국내에서 흔하지 않은 수제 파이 전문점이다. 파이를 전화·인터넷 주문받아 택배 판매하는 것이 본업이다. 올 2월로 창업 4년을 맞는 파파스 해피파이(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조마루로97번길 33-14/전화 070-7517-7129/홈페이지 http://happypi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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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여주는 ‘파파이스 해피파이’ 메뉴판.

상시 판매하는 파이는 ▷메이플 피칸 파이 ▷메이플 호두 파이 ▷블루베리 치즈 파이 ▷라즈베리 치즈 파이 ▷호박 유자 파이 5종과 다섯 가지 파이를 2조각씩 모아 한 판으로 만든 모둠 파이가 있다. 국산 유기농 농산물로 만드는 계절 스페셜 파이 6종도 있다. ▷12~1월: 제주 무농약 노지 감귤 파이 ▷2~3월: 제주 한라봉 파이 ▷3~4월: 제주 구좌 향당근 파이 ▷6~7월: 천도복숭아 파이 ▷9~10월: 홍옥사과 파이 ▷11~12월: 단감 파이.

 

파이는 방부제나 화학 첨가제를 배제하고 유기농 식재료 위주로 부부가 직접 굽는 수제품이다. 밀가루는 100% 유기농 호주·미국산 밀·통밀·호밀을 배합해 쓰고, 유럽산 최고급 무염 버터를 넣는다. 설탕은 유기농 제품이지만 최소한으로 제한한다. 단맛은 풍미를 더하고 소화가 잘되도록 원당이 섞이지 않은 이소말토 올리고당과 미국산 A급 메이플 시럽으로 더한다.

 

파이값은 1판(700~800g) 3만2000원 균일. 택배비는 건당 2500원이며, 같은 주소로 가면 3판까지 1건으로 보낸다. 매장은 오전 10시 30분~오후 10시까지 열고, 매주 일요일과 명절에는 쉰다.

메뉴는 스테이크·파스타 6코스 정찬뿐

이런저런 저녁 술자리에서 얼굴을 익힌 이건수 대표는 재미있는 사람이다. 차 트렁크에 늘 몇 가지 와인과 잔 1박스를 싣고 다닌다. 마음에 맞는 사람을 만나면 주인이 따로 없다. 와인과 함께 이야기보따리도 풀린다. 아는 것도 폭넓어 주제만 잡히면 동서고금 막힘 없이 줄거리를 엮어낸다. 음식과 술(특히 와인과 중국 술)에 대해서는 장강대하(長江大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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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인 염영화씨는 샐러드와 스테이크 가니시로 쓸 채소를 손질하고, 이건수 대표는 굴라시와 스테이크 소스를 끓이고 있다.

그가 자주 어울리는 외식업계 친구 모임이 있다. 매장 휴일에 친구들을 초대해 스테이크 정찬을 준비했다. 모임 말석을 반 억지로 차지했다. 준비과정을 살피려고 1시간 30분 먼저 도착했다. 작은 주방에서 이 대표는 수프와 스테이크 소스를 끓이고, 부인은 채소를 손질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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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첫 순서로 나온 계절 샐러드 2인용. 채소의 종류와 양이 일반업소에서 먹던 것과는 다르다.

식사가 시작됐다. 올리브유와 유자청을 섞어 만든 달고 신 맛이 진한 소스의 계절 샐러드를 보는 순간 레스토랑 음식이 아니라 가정식임을 알 수 있었다. 딸기, 3색 방울토마토와 파프리카, 귤, 양상추, 새싹채소가 접시에 수북하게 담겼다. 음식점에서 이렇게 다양한 채소를 많이 담아주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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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6시간을 끓이고 다시 1시간째 끓이고 있는 헝가리 전통음식 굴라시(위)와 설탕에 절여둔 블루베리에 채수와 와인을 붓고 1시간째 끓이고 있는 스테이크 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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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 단계의 굴라시. 베이컨으로 기름을 내 숙성한 소고기, 돼지고기, 토마토, 매운 파프리카 가루 등을 넣고 재료가 물러지도록 끓였다. 전 과정은 8시간쯤 걸린다.

6시간 끓여 다시 2시간 더 끓인 굴라시

다음엔 빵과 수프 차례. 천연발효 바게트와 베제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가 함께 나왔다. 빵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올리브유는 고급품의 대명사이니 이름으로 설명을 대신한다. 수프는 헝가리 전통 요리 굴라시(goulash). 통 베이컨으로 기름을 내 숙성한 소고기를 볶다가 돼지고기를 넣고 다시 볶은 다음 채수·와인을 붓고 매운 파프리카 가루와 토마토 넣어 재료가 물러지도록 끓였다. 처음 양의 절반이 되게 오래 끓여야 하는 일종의 스튜(stew)다. 전날 6시간, 당일 2시간을 끓였다. 바게트에 굴라시를 올려서 먹어도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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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로 나온 굴라시는 내용은 충실하고 맛은 진했다. 저것만 한 그릇 먹어도 가벼운 식사가 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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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발효 바게트는 바삭한 껍질 맛이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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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게트에 굴라시를 한 술 얹어 먹는 맛도 좋았다.

메인은 횡성 한우 안심 스테이크였다. 한우 한 마리에서 안심이 약 2㎏ 나오지만 양 끝은 살이 얇아 스테이크로 쓰기 어렵다. 스테이크가 되는 부분은 1㎏ 정도 나온다. 이 집 스테이크는 250g을 구워 주니까 4인분 양이다. 고기는 횡성 도매상에게 직접 사들여 굽기 전에 일주일 동안 습식 숙성(wet aging)한다. 굽기 2~3시간 전 냉장고에서 꺼내 상온에 내놔 고기의 냉기를 뺀다. 1시간 전에는 고기에 올리브유를 듬뿍 바르고 2가지 허브 줄기를 고기에 얹어놨다. 굽기 직전 고기에 소금·후추, 7가지 혼합 허브 가루를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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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 습식 숙성한 횡성 한우 안심을 굽기 3시간쯤 전에 온도를 높이기 위해 냉장고에서 꺼내 상온에 뒀다. 고기 한 덩어리는 250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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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를 굽기 1시간쯤 전, 고기에 베제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발라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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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유가 고기에 잘 스미도록 문지르는 이건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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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유를 먹인 안심 덩이에 허브줄기를 얹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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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를 굽기 직전, 허브 줄기를 걷어내고 고기에 소금·후추와 7가지 혼합 허브 가루를 뿌렸다.

스테이크보다 앞서, 손질한 쪽파를 접이식 석쇠에 끼워 직화로 구웠다. 스테이크에 곁들이려는 것이다. 서울 뚝섬에서 집안이 10대 가까이 살았다는 이 대표는 “서울 사람들은 파를 많이 먹었다. 고향 뚝섬에서는 여름 보양식으로 개고기가 아니라 소 양지머리를 익혀 찢은 다음 데친 쪽파를 둘둘 말아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었다”고 했다.

냉이 향 기름에 구운 횡성 한우 안심 250g

이어서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충분히 붓고 냉이를 살짝 튀겼다. 튀긴 냉이는 스테이크 고명으로 쓰고, 냉이 향이 남은 기름에 고기를 구워 향이 배도록 하려는 것이다. 팬이 달궈지며 기름이 끓자 고깃덩어리를 올렸다. 조리 수저로 끓는 기름을 떠서 고기에 여러 차례 뿌렸다. 집게로 한 덩이를 살짝 들어 바닥이 익은 정도를 살피더니 고기를 차례로 모두 뒤집었다. 반대편도 그만큼 구워지자 불을 껐다. 굽기 정도는 정확하게 미디엄 레어. 4인이 오면 1㎏을 한 덩어리로 구워서 상에서 잘라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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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를 구울 팬에 올리브유를 넉넉히 붓고 달궈서 냉이를 살짝 튀겨냈다. 튀긴 냉이는 가니시로 쓰고, 기름에 남은 냉이 향이 고기에 배도록 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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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기름에 스테이크 한쪽 면을 익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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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가 익는 동안 바닥의 끓는 기름을 연신 수저로 떠서 고기 윗면에 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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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들어 밑면이 익은 상태를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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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면을 잘 익힌 다음 스테이크를 뒤집어 남은 쪽을 익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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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 보온을 위해 고기를 굽는 동안 접시를 오븐에 넣어 달궜다.

스테이크는 소스를 접시 바닥에 깔고, 구운 쪽파 4뿌리를 똬리처럼 말아 받친 다음 고기를 올렸다. 소스는 생과 통째로 설탕에 절인 블루베리에 채수와 와인을 붓고 2시간 졸였다. 6인분을 만드는데 와인이 1병 가까이 들어갔다고 했다. 과일 알갱이가 있는 소스 반대편에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한 술 덜어놨다. 고기 위에는 치즈 슬라이스를 몇 장 올리고 맨 위에는 튀겨뒀던 뿌리 긴 냉이 하나를 얹었다. 고기 바깥쪽 둘레에는 가니시(garnish)로 브로콜리·표고버섯·파프리카·당근과 케일 한 잎을 볶아서 나란히 올렸다. 음식이 나올 때마다 이 대표는 먹는 방법부터 음식에 얽힌 인문학적 스토리까지 자상하게 설명을 해 먹는 재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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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에 나온 ‘파파스 해피파이’의 횡성 한우 안심 250g 스테이크 한 접시.

한번은 아들이 아버지 생일 대접을 하려고 스테이크 코스를 어렵게 예약해 노부부를 모시고 왔다. 들어서며 표정이 어두워진 아버지는 “여기는 빵집 아니냐”며 불만스러워 했다. 고기를 먹더니 어머니는 말이 없어지고, 아버지는 “소주는 없소?” 하고 물었다. 그리고는 아들 자랑을 한참 하더니 “다음엔 소주를 사서 와야겠다”며 아들에게 “야, 또 사줄 거지”하면서 돌아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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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다섯 번째인 후식으로 ‘파파스 해피파이’의 대표 제품인 수제 파이가 나왔다. 왼쪽 두 조각은 메이플 호두파이, 오른쪽은 메이플 피칸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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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즈베리 치즈파이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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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 치즈파이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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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노지 감귤파이 단면.

수제 파이로 후식...집에서 손님 대접하듯

후식 파이는 연중 판매하는 기본 5종이 한 조각씩 나왔다. 필링(틀 안의 내용물)은 크림처럼 부드럽고, 원물 재료의 본성을 꾸밈없이 잘 다스린 순정한 맛이었다. 견과류는 바삭하고, 베리류는 과일 알이 살아있어 하나씩 터졌다. 커피는 이탈리아 일리(Illy) 커피 캡슐 제품을 쓰고 있다. 주인 부부가 워낙 커피를 좋아하는데, 원두를 써보니 시간이 지나면 변해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려웠다. 원가가 비싸도 캡슐 커피가 나았다. 이 커피는 맛이 부드럽고 파이와 잘 맞는다고 한다. 이 집은 접시와 커피잔 등 기물도 업소용이 아닌 가정용을 쓰고 있다. 가정에서 식사하는 분위기를 내기 위해 그렇게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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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마무리로 나온 커피. 원두의 상태를 보여주는 크레마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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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일리 커피 캡슐이 들어있는 통이 선반을 가득 채웠다.

식사 시간은 점심이든 저녁이든 손님이 원하는 대로 정하면 된다. 영업시간이면 늦은 점심도, 이른 저녁도 가능하다. 소요시간은 빨리 먹으면 1시간, 보통은 2~3시간 걸리고, 저녁은 3시간쯤 잡아야 한다. 술은 판매허가가 없어서 팔지 못한다.

 

처음엔 파이만 하고 식사 메뉴는 없었다. 덜 바쁜 어느 날 파스타를 만들어 부부가 와인 한잔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단골이 보고 “맛있겠다. 아예 파스타도 함께 하지 그러느냐”고 권했다. 그럴 땐 음식을 나눠 먹고 반응을 살피기도 했다. 먹어본 사람 가운데는 “손님 모시고 싶은데 음식을 준비해 달라”고 원하는 경우도 생겼다. 그렇게 등 떠밀려서 식사 메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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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태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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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오올리오 파스타.

아내는 “그냥 나눠 먹을 때 맛있는 거와 돈 내고 사먹을 때는 다르다. 요리를 배우지도 않은 사람이 돈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지려 하느냐”며 적극 반대했다. 이 대표는 “나는 내 혀를 믿는다. 돈 벌자는 게 아니라 집에 손님 초대한 느낌으로 싸게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설득했다. 단골들이 요청했으니 폭넓게 맛보이고 평가를 받아보자는 계산도 있었다. 통신판매를 주로 해 손님과 직접 소통할 창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본업 제품인 파이를 코스에 후식으로 넣었다.

"손님 10명 중 8~9명 ‘아주 맛있다’ 만족"

스테이크를 처음 할 때는 꼴이 말도 아니었다. 고명도 없이 달랑 스테이크만 구워서 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많이 발전했다. 이 대표는 “모양은 좀 빠져도 한번 오고 안 오는 손님은 없다. 손님 표정을 보면 만족도가 보인다. 감사하게도 늘 10명 중 8~9명은 ‘아주 맛있다’고 한다. 몇 년 하면서 보니까 좋은 재료·조리법, 셰프의 경력도 중요하지만 음식에서 진정성을 느꼈을 때 손님 호응이 가장 좋다는 걸 깨달았다. 온전히 한 팀에 전념해 음식을 준비하고 상을 차리니까 교감이 된다. 최고의 반응은 단골 따라온 새 손님이 맛있다며 예약 날짜 물을 때다. 최고의 찬사는 ‘대접받는 자리처럼 오늘 행복하게 잘 먹었어요’라는 말이다. 돈 내고 사 먹은 손님이 ‘대접받는 느낌으로 먹었다’는 말은 요리하는 사람이 생각해볼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고 경험 전선의 얘기를 전했다. 음식을 맛있게 먹은 손님들이 파이 품질도 믿어주리라는 기대가 그에게는 있다.

일주일에 딱 4팀… 수제 파이 집의

집에 손님을 초대해 대접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준비한다는 주인 부부는 그런 분위기에 도움이 되도록 기물도 대부분 업소용이 아닌 가정용으로 구비했다.

이 대표는 무역회사 상사맨이었다. 15년간 세계를 누비다가 무역 컨설팅을 5년쯤(일부 기간 중복) 한 다음 40대 중반에 파이 가게를 차렸다. (※컨설팅 일은 지금도 부분적으로 하고 있다.) 부부가 다 요리를 배운 적은 없다. 관심은 있었지만 늦은 나이에 업으로 삼다 보니 그럴 기회가 없었다. 워낙 먹는 걸 좋아하고, 무역회사 일로 세계를 돌아다니며 많이 경험하고 먹어본 것이 밑천이었다. 미국·중국·일본·대만은 물론, 유럽과 동남아도 섭렵했다. 만화 ‘미생’의 무역팀 같은 일을 했다. 대기업 승용차·전자제품이나 식료품 말고는 거의 다 취급했다. 중고차·중고장비 수출까지 했다.

 

바이어와 협상할 때 공감대를 쌓아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게 효과가 빨랐다. 상대 지역의 음식(밥·술)이나 역사를 화제로 삼으면 대화 실마리 풀기가 쉽고, 말이 막히지 않았다. 자기들 음식문화 칭찬하면 누구나 좋아한다. 그래서 미리 준비하고, 공부했다. 직장 상사보다 하루쯤 먼저 도착해 로컬 음식점에 가서 먹으면서 동네 정보를 수집했다. 일하면서 다양하게 많이 먹게 됐다.

무역회사 근무 때 세계 누비며 음식체험

궁금한 걸 참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책을 읽다가 궁금했던 음식이 있으면 일부러 찾아다니기도 했다. 헤밍웨이 글을 읽다가 그가 파리의 단골 음식점에서 쇠고기 찜을 먹었다고 해 궁금했던 기억을 잡고 있다가 출장 때 찾아가 먹기도 했다. 1845년 문을 연 레스토랑 폴리도르(Polidor)의 부르기뇽(bourguignon)으로, 부르고뉴 와인을 넣고 만든 프랑스식 소고기찜이다. 그렇게 직장생활 하면서 미각이 다양해지고 음식 수련을 계속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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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가게 벽의 빈 공간에 설치한 책 선반에는 음식·역사·철학 등 다양한 책이 꽂혀 있다. 음식 관련 서적이 가장 많다.

그래도 미각의 근본은 집안이 10대 가까이 세거했고, 5대 장손으로 태어나고 자란 고향 뚝섬에 있다. 1960~70년대, 그곳이 서울시민의 여름 물놀이 명소이던 시절이다. 친가·외가·진외가가 한동네에 있을 정도로 전통사회 촌락 모습이 남아 있었다. 집을 나서면 만나는 사람이 모두 친·인척이었다. 벼슬에 나간 기억이 먼 선비 집안, 소농이었다. 그는 어려서 조잘조잘 말하기를 좋아했고, 어른들 나들이에 곧잘 따라다녔다. 1919년생 할아버지는 미식가였다. 만두 생각이 나면 직접 빚었다. 그리고 손자를 부엌으로 불렀다.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는 걸 금기로 여길 때 할아버지와 손자는 부엌 별식을 즐겼다. 집에 손님이 잦았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손님맞이 음식을 장만하려고 종로·을지로 시장에 자주 나갔고, 그는 따라다녔다.

 

그 시절 뚝섬은 서울의 채소밭이라 할 만큼 배추 농사를 많이 했다. 뚝섬 사람들은 나가서 산해진미를 먹어도 집에 와 김치를 먹어야 직성이 풀렸다. 김치는 고춧가루에 생새우 사다가 담근 오젓·추젓 살짝 넣고, 다른 것은 넣지 않았다. 시원하고 담백하게 담갔다. 향신료는 약하게 썼고, 갓을 약간 넣기도 했다. 요즘 입맛으로는 심심한 음식이다. 나이 들어 다른 지방 김치를 먹어보니 간이 세고 젓갈 맛은 진했다. 뚝섬 음식은 개성과 가까웠다. 제주도 음식이 또한 비슷했다.

미각 뿌리는 10대 세거한 배추밭 뚝섬에

뚝섬 음식으로 기억에 남는 건 북어찜이다. 황태는 부서진다고 쓰지 않았다. 낚시태 먹태만 썼다. 먹태는 요즘 생맥줏집에서 유행하는 것과 다르다. 돌덩이처럼 바짝 말린 명태였다. 그걸 불리고 두드려 찜하면 씹는 맛이 좋았다. 지금도 어머니는 황태를 쓰지 않는다. 뚝섬에서는 일반 생선은 잘 먹지 않았고 건어물을 주로 먹은 것으로 기억한다.

 

‘뚝섬 갈비’라는 것도 있었다. 예전 뚝섬경마장 앞의 돼지갈비인 줄 알지만 아니다. 겨울에 독에서 포기김치 꺼내 꼭지만 딴 것을 그렇게 불렀다. 어른들은 그걸 안주로 양주를 마시기도 했다. 뚝섬은 토질이 좋아 배추가 맛있었다. 김장할 때 젓갈을 많이 넣지 않으니까 담근 지 오래돼도 무르지 않고 아삭아삭하면서 시원한 맛을 냈다.

 

집안에는 위로 3대에 걸쳐 지방 출신 며느리가 없었다. 대부분 뚝섬에서 화양리(현재 화양동) 사이 한동네에서 결혼했다. 드물게 사촌 동생이 대구 여자와 결혼했다. 명절 차례 준비하러 온 새댁은 갖가지 전 부치는 걸 보더니 배추전은 왜 안 부치는지 물었다. 그런 전을 본 적 없던 할머니는 “그게 뭐냐. 어미야, 그것 좀 부쳐 봐라” 했다. 가족이 맛있게 먹었지만 신기했다. 뚝섬이 배추밭인데 왜 그 흔한 거로 전 부쳐 먹을 생각을 안 했을까. 너무 흔해서 그럴까.

어머니 따라 종로·을지로 큰 시장 자주 가

할머니·어머니 따라 장에 가서도 여러 가지를 배웠지만 할아버지는 가끔 청진옥엘 데리고 갔다. 돌아오는 길에는 마장동 축산시장에 들러 선지를 사다가 집에서 배추 넣고 손수 국을 끓였다. 장손은 익은 선지 덩어리를 쪼개면 속이 녹색이어서 싫다고 먹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그런 색이 나와야 신선한 선지”라고 알려줬다.

 

그렇게 미각훈련을 했고, 무역회사에서 일할 때는 범위를 세계로 넓혔다. 요리를 잘하게 된 건 아니지만, 어디 가서 뭘 먹어도 맛을 가릴 수는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차차 음식 관련한 일에 관심이 생겼다. 예쁘게 만들 재주는 없어도 먹은 거로는 10~15년 경력 셰프보다 낫다고 생각했고, 나름대로 기준과 감각이 생겼다. 요리해도 될 것 같았다.

일주일에 딱 4팀… 수제 파이 집의

부천 상동의 아파트 단지 상가에 자리잡은 ‘파파스 해피파이’는 생각보다 아담하다.

처음엔 천연발효 빵을 생각했다. 유명한 집을 찾아다니며 알아봤다. 새벽부터 밤까지 온종일 붙어있어야 하는 일이었다. 할 때 하고 쉴 때 쉬는 스타일인 자신과 맞지 않았다. 사업적으로 한국인 입맛에 프랜차이즈 빵보다 대접받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일반음식점을 하려면 큰 자본이 필요했다. 돈도 없지만 시장이 너무 레드오션이었다. 고민하다가 디저트에 꽂혔다. 어느 날 외국인 통역을 하러 홍익대 앞에 나갔다. 단팥죽 가게 앞에 손님이 줄을 서 있었다. 디저트도 '떠오르는 시장(emerging market)’ 가능성이 보였다. 해보자고 결심했다.

일주일에 딱 4팀… 수제 파이 집의

파이를 굽는 오븐은 데크가 2층으로 돼있어, 한 데크에 8개씩 16개의 파이를 동시에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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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칸을 직접 사다가 파이로 쓰기 위해 전(前) 처리 하고 있다.

일주일에 딱 4팀… 수제 파이 집의

호두를 직접 사다가 파이로 쓰기 위해 전(前) 처리 하고 있다.

어릴 때 사과파이 만들어보다 태우기도

그때 파이가 떠올랐다. 어려서 궁금한 음식이 많았지만 첫째는 파이였다. 어머니가 보던 가정백과사전에서 파이를 처음 봤다. 사과파이가 너무 궁금해 어머니 오븐으로 굽다가 다 태우고 말았다. 로빈 후드 책을 보는데 ‘노팅엄 성에 들어가 사슴고기 만두를 배터지게 먹었다’는 내용이 나왔다. ‘영국에도 만두가 있나’ 궁금했다. 알아보니 고기파이였다. 파이는 내용물을 담는 그릇일 뿐이다. 맛있는 재료를 아무거나 채워 구우면 된다.

일주일에 딱 4팀… 수제 파이 집의

라즈베리 치즈파이 한 판.

사업 종목을 파이로 정하고 연습을 했다. 외국책 보고 호두·피칸 파이를 만들었다. 먹기 힘들고 너무 달아서 소화도 잘 안 됐다. 한국 사람 입맛과 체질에 맞는 파이를 만들자고 방향을 조정했다. 호두·피칸·블루베리·라즈베리 4종으로 압축해 물건을 만들었더니 설탕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 만든 사람 입에도 안 맞았다. 설탕이 적게 들어가는 파이를 본격 연구했다. 호박파이를 개발했다. 호박 비린내를 유자로 잡았다. 외국인이 먹어보고 “이런 파이는 처음이다. 맛있다”고 했다. 자신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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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판매하는 5종의 파이를 2조각씩 모아 한 판으로 만든 모둠파이.

건강한 재료로 건강에 좋은 제품을 만들려고 참고할 레시피를 찾아보니 전혀 없었다. 일본 출장 때를 돌이켜보니 농민들이 스스로 생산한 농산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디저트를 열심히 개발하던 게 떠올랐다. 규슈에서 자색고구마로 만든 타르트는 무스 크림처럼 부드럽고 풍미가 좋았다. 고구마는 부가가치 창출이 어려운 농산물인데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그런 연구·노력이나 만든 제품을 찾기 어렵다.

국산 농산물로 한국식 파이 만들기 도전

우리 재료를 찾아서 맞는 레시피를 개발해 독창적 파이를 만들자, 서양 음식의 방법이지만 재료나 맛은 한국의 것으로 만들자는 목표가 생겼다. 그렇게 만든 게 계절 스페셜 파이 6가지다. 1년 중 5월, 8월은 아직 비어있다. 노지 재배 작물을 쓰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재료비 원가 비중이 다른 파이의 2배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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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노지 감귤파이 1판.

파이 한 판 무게는 700~800g인데 셀(껍질) 150g을 빼면 필링(내용물)이 650g쯤 된다. 필링은 원물 재료가 90%다. 10%는 구워서 굳히기 위해 달걀을 넣는다. 설탕은 맛의 밸런스와 촉매 역할로 유기농 비정제 원당만 쓰되, 계절 파이에는 1판에 10g 이하, 연중 파이는 20g 이하로 들어간다. 나머지 단맛은 원물 재료에서 끌어낸다. 발색제나 인공 소스는 전혀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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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유자 치즈파이 단면.

호박파이에는 22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판매 제품 중 가장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손이 많이 가는 제품은 한라봉파이다. 다른 파이는 원재료 한 조각을 파이 가운데 올려 구우면 재료를 보여줄 수 있는데 한라봉은 그게 안 돼 과립으로 표면을 덮기로 했다. 과립이 터지지 않게 손으로 일일이 발라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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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스페셜 제품인 단감파이 단면. 중간의 조각들은 감 말랭이다.

전통음식 곶감쌈서 힌트 얻은 단감파이

단감파이는 전통음식 곶감쌈(호두를 넣은)에서 힌트를 얻었다. 단감과 감 말랭이로 바닥을 채우고 호두·피칸·아몬드로 위를 덮었다. 견과류는 바삭하게 구워지며 훈연 향이 생겼고, 바닥에선 감의 진득한 단맛이 받쳐줬다. 처음 만들어 한 입 베어 무니 낙엽 밟는 듯 바스락 소리가 났다고 부부는 회상했다. 필링 600g을 만드는데 감 말랭이 150g과 단감 생과 1㎏이 들어간다. 지난 가을 감은 수확을 포기할 정도로 과잉 생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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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구좌 당근파이 단면. 원물을 표시하기 위해 당근을 저며서 표면을 덮고 구웠다.

가장 자부하는 제품은 향당근파이다. 제품 라인에서 유일하게 과일이 아닌 채소다. 필링을 구좌 당근으로 만들었는데 당근 농사 30년 지은 현지 농부도 알아채지 못했다. 당근은 감미료로 사용했을 만큼 당도 높은 뿌리채소다. 구좌 당근을 몇 가지로 전처리 해보니 달고 시원한 맛이 나왔다. 고구마보다 부드럽고 색다른 화한 맛도 있었다. 육지 당근과 풍미가 다르고 맛이 독특했다. 여러 사람 시식을 해봐도 당근을 알아낸 사람이 없었다. 처음 맞힌 사람은 러시아인이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가 이끄는 푸드 비즈 랩에 당근파이 시식을 의뢰했다. “당근 맛이 나야 할 것 아니냐”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당근 모양이 보이도록 표면을 장식했다. 당근파이 필링 600g 만드는 데 생 당근을 1㎏ 이상 쓴다. 구좌 당근 현지 시세는 현재 10㎏에 2만원꼴이다. 값이 이 정도면 농민에게 생산의 의미가 없다. 살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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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븐에서 막 구워져 나온 천도복숭아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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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옥사과파이 한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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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만 파는 크리스마스 한정판 파이.

헐값 고통 농민들과 생산·가공 협업 모색

파이에는 원물 재료가 많이 들어간다. 이 대표는 국내 생산자들과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자색고구마 농민들처럼 가공품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하려는 것이다. 부부에게 올해 2대 당면과제가 있다. 첫째, 과일이 아닌 우리나라 제철 채소로 1년 계절 파이 중 비어있는 5월, 8월 채우는 것이다. 강화 순무를 후보의 하나로 생각한다. 둘째, 완성되거나 검증된 제품으로 원물 생산자와 협업하는 것이다. 현지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거나, 제품을 만들어주고 생산자가 특산물로 판매하게 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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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하고 요청하자 밝게 웃으며 포즈를 취한 이건수·염영화씨 부부. 이들에게는 주방이 파이 제조공장이자 실험실이다.

이 대표는 “두 과제를 해결하면 지난 4년 세월이 헛되지 않고 기반을 다진 시간이 될 것이다. 그걸 바탕으로 몇 년은 천천히 가면서 길을 또 찾아보려 한다. 통신판매 중심의 작은 매장이라 고정비가 덜 들어간다. 대신 제품에 집중·전념할 수 있다. 당초 그렇게 설계했다. 매장은 실질적으로 주방이자 우리 부부의 랩(lab; 실험실)이다”라고 말했다.

 

부인 염씨는 “처음 파이 가게를 얘기할 때 ‘정신이 좀 이상한 거 아니냐. 언제 해봤다고 그런 뜬금없는 사업을 하느냐’고 반대했다. 개업 전 5년을 남편이 오피스텔 얻어서 무역 컨설팅 일을 했다. 하루는 파이를 들고 퇴근했는데 먹어보니 맛있었다. 나 모르게 오피스텔에서 계속 연습을 한 것 같다. 자기주장이 강해 말려도 듣지 않을 걸 아니까 해보자 했다. 일을 벌여놓고 남편은 조급할 때도 있었다. 돈 주면 방송에 나가게 해주겠다는 유혹도 있었다. 솔깃했지만 ‘기다려. 다 때가 있는 거야’라며 참았다. 큰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언젠가 한국식 수제 파이의 명가가 될 거라는 믿음은 얻었다”며 지난 4년을 희망적으로 되돌아봤다. 남편은 “수입이 아직은 월급 탈 때만 못하지만 4년 동안 기반을 닦았으니 투자했다 생각하면 그때만 못한 것만도 아니다”고 공감했다.

"맛 인정 받아 디저트 노포로 남는 게 목표"

부부에게 지난 4년은 터 닦고 학습한 시간이었다. 목표는 “토종 파이로 인정받고 오래 남아 디저트 노포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지리산 화엄사를 출발한 종주 코스 중 천왕봉(1915m)이 보이는 노고단(1507m)에 올라섰다는 말로 들렸다.

 

글. 이택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