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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하는' 발효빵

by중앙일보

샌프란시스코 명물 발효 빵, 한남동 상륙

오픈 3일째 '타르틴 베이커리' 가보니

창업자 채드 로버트슨 직접 매장에 상주

막걸리·잣 들어간 '한남 브레드'도 출시

"한국 식재료 활용 메뉴 늘려갈 계획"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하는' 발효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빵집 '타르틴 베이커리'의 첫 해외 매장이 서울 한남동에 문을 열었다. [사진 타르틴 베이커리 서울]

“한 시간을 기다렸는데 빵이 없다고요?”

 

롱 패딩을 입고 털모자를 쓴 한 중년 여성이 절망적으로 물었다. 영하의 날씨에 가게 밖에서만 40분 가까이 기다린 사람에게 원하는 빵을 살 수 없다는 말은 청천벽력이었다. 주문을 받는 직원은 “지금은 진열대에 보이는 게 전부”라고 답했다. 메뉴판에 적힌 이름은 스무 가지도 넘었지만 보이는 건 딸기가 올라간 브레드 푸딩과 샌드위치 두 종류뿐. 손님이 “다른 빵을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재차 묻자, 직원은 미안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약 1시간 뒤에 새로 구운 빵이 나오긴 하는데, 구매하려면 다시 줄을 서주셔야 해요.”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하는' 발효

매장은 28일 오픈 이후 연일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손님들은 영하 10도의 날씨 속에서도 1시간에 가까운 웨이팅을 감수하며 빵을 사간다. [사진 타르틴 베이커리 서울]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하는' 발효

'타르틴 베이커리 서울' 입구 유리창에 붙은 메뉴판. 오후 12시를 갓 넘긴 시각이지만 이미 품절된 메뉴의 이름이 검정색 매직으로 지워져 있다.

지난 28일 한남동에 문을 연 어느 빵집에서 하루에 몇 번씩 반복되는 상황이다. 빵 좀 먹는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생 빵 성지' 중 하나로 꼽히는 곳,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타르틴 베이커리' 서울점이다. 반응이 이토록 뜨거운 이유는 타르틴 베이커리의 첫 해외 매장이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가 '세계 최고의 빵'이라 극찬하고, 허핑턴포스트가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할 25가지 음식' 중 하나로 꼽았던 그 빵을 서울 한복판에서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10시간을 날아가는 대신, 영하 10도의 추위 속에서 1시간 정도를 기다리면 말이다.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하는' 발효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선 대기 줄. '타르틴 베이커리'는 야외에서 기다리는 고객들에게 핫팩과 따뜻한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30일 오전 ‘타르틴 베이커리 서울’로 향했다. 한남동 브런치 맛집으로 알려졌던 '세컨드 키친'이 있던 자리다. 건물도 그대로 쓴다. 오전 9시 30분쯤 도착했지만 이미 건물을 빙 둘러 손님들이 줄을 서 있었다. 이 줄은 가게 문이 열리기도 전인 7시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싸늘한 겨울 바람 속에 40분, 실내에 들어가 20분을 기다려서야 겨우 주문을 할 수 있었다.

 

‘타르틴 베이커리’는 사워도우(천연 효모균으로 만든 발효 반죽)를 이용한 발효빵으로 유명하다. 대표 상품은 커다란 돌덩이처럼 투박하게 생긴 ‘컨트리 브레드’다. 창업자인 채드 로버트슨(47)이 유럽 농민들이 주식으로 먹던 빵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셰프 출신인 베이커 로버트슨은 수년간의 연구 끝에 가장 이상적인 빵 맛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단단한 표면과 달리 안쪽은 부드럽고 촉촉하다. 발효 빵 특유의 시큼한 맛과 쫀득한 식감은 한국의 술빵과 비슷하다.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하는' 발효

타르틴 베이커리는 사워도우를 이용한 발효빵으로 유명하다. 24시간 발효시간을 거쳐 만들기 때문에 하루 생산량이 제한적이다. [사진 타르틴 베이커리 서울]

또 다른 특징은 매시간 갓 구운 빵을 내놓는다는 점이다. 손님이 몇 시에 찾아오든 따뜻한 빵을 먹게 하고 싶다는 창업자의 철학이 담겼다. 요즘은 하루에 몇 차례씩 오븐을 돌리는 빵집이 많지만, 타르틴 베이커리가 처음 생긴 2002년만 해도 흔치 않은 방식이었다. 로버트슨은 이런 운영 방식을 17년째 이어오고 있다.

 

타르틴 베이커리 서울도 본점의 전통을 그대로 따랐다. 컨트리 브레드를 비롯한 사워도우 메뉴를 그대로 들여왔고, 오전 7시 30분 오픈 이후 오후 5시까지 매시간 진열대를 새로 채운다. 한국에 상주하는 본사 베이커들과 샌프란시스코에서 3~5개월씩 트레이닝을 받은 한국인 베이커 10여 명이 팀을 이뤄 빵을 만든다. 오픈 첫 주에는 로버트슨이 직접 한남동 매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타르틴 베이커리의 대표이자 요리책 저자 등으로 얼굴이 알려진 로버트슨이 매장을 돌아다니니 SNS엔 목격담도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하는' 발효

샌프란시스코 '타르틴 베이커리'의 창업자 채드 로버트슨이 오븐 속 빵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장갑을 끼고 있다. 그는 서울점 오픈을 직접 챙기기 위해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다.

창업자 목격담을 포함해 타르틴 베이커리 관련 게시물은 SNS상에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30일 기준, 인스타에 관련 해시태그가 1700개 넘게 쌓였다. 영문 해시태그 #tartinebakeryseoul 400여 개, 한글 해시태그 #타르틴베이커리 840여 개, #타르틴베이커리서울 380여 개, #타르틴서울 110개다. 오픈 사흘째임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양이다.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하는' 발효

'타르틴 베이커리'는 투박한 덩어리 모양의 발효빵으로 가장 유명하지만, 크루아상·샌드위치·브레드푸딩 종류도 다양하게 판매한다.

문제는 매시간 쉴 틈 없이 빵을 구워내는 데도 순식간에 동이 난다는 점이다. 직원들이 입구에 붙여둔 메뉴판을 까맣게 지워가며 품절 소식을 업데이트하지만, 줄을 선 손님 모두에게 실시간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긴 어렵다. 반죽 발효에만 24시간이 걸리고 기계 없이 일일이 손으로 만드는 탓에 생산량을 대폭 늘릴 수도 없다. 컨트리 브레드는 하루에 150개 이상 만들기 어렵다. 계산대 앞 탄식이 이어지는 이유다.

 

현재 1인당 구매 개수에 제한은 없다. 타르틴 베이커리 서울 측 관계자는 “오래 기다린 만큼 아쉬움 없이 사가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한 번에 50만 원 어치를 구매한 손님도 있었다”고 말했다. 빵 가격은 바게트(6000원)와 대니쉬 라이(2만원)를 제외하고 개당 1만원 선이다. 컨트리브레드가 1만 6000원, 푸가스는 1만 3000~4000원이다. 패스트리 종류는 쿠키가 3500원, 크루아상이 5000~6000원대, 케이크·타르트가 6000~7000원대다.

 

그는 “시그니처 메뉴인 컨트리 브레드만 판매하는 줄을 따로 만드는 등 손님들의 불편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로선 빵을 안전하게 구매하기 위해선 일찍부터 줄을 서는 방법밖에 없다. 오픈과 동시에 20명 한정으로 컨트리 브레드 예약을 받는다. 예약을 걸어두고 오후 2시 이후에 오면 기다림 없이 찾아갈 수 있다. 그 외 다른 메뉴는 일절 예약을 받지 않는다.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하는' 발효

오전 7시30분 오픈과 동시에 예약을 받은 컨트리 브레드가 종이 봉투 안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하루 딱 1번, 오픈 직후에 20개까지만 예약을 받는다.

현장에서 만난 창업자 채드 로버트슨은 “이 정도로 뜨거운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손님이 끊이지 않아 정말 기쁘지만 원하는 빵을 빠르게 공급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하는' 발효

'타르틴 베이커리' 창업자 채드 로버트슨. 개업 첫 주 매장에 직접 상주하며 직원들과 함께 일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빵을 개발해 온 로버트슨은 한국 진출과 함께 서울 한정판인 ‘한남 브레드’도 선보였다. 미국에서 판매하던 기존 호밀빵에 막걸리와 잣을 첨가했다. 발효 빵의 오묘한 맛이 막걸리 향과 잘 어울리고, 잣을 씹을 땐 고소함이 느껴진다. 로버트슨은 “한국의 다양한 식재료들을 흥미롭게 공부하고 있다”며 “제철 농산물을 활용한 새로운 빵을 계속해서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빵을 사는 건 힘들지만 의외로 테이블 자리는 여유가 있다. 손님 대다수가 테이크아웃으로 구매하기 때문이다. 매장은 2층으로 이뤄져 총 30여 좌석이 있다. 오픈키친 형태여서 분주하게 빵을 만드는 주방이 2층에서 그대로 내려다보인다. 가게 안에 자리를 잡고 앉더라도, 새로 나온 빵을 사려면 다시 밖으로 나가 줄을 서야 한다.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하는' 발효

매장 2층에서 내려다 본 주방의 모습. 빵을 굽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컨트리브레드 등 발효 빵은 표면이 딱딱한 돌덩이 같아 웬만한 브레드 나이프로는 자르기 어렵다. 기계의 도움을 받는 편이 좋다. 매장 안에 빵을 잘라주는 기계가 있어 원하는 두께에 맞춰 슬라이스 해준다. 다만 갓 구운 빵은 내부가 너무 끈적거려 모양이 다 망가지기 때문에, 약 1시간 후 빵이 적당히 식은 후 잘라야 한다.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하는' 발효

빵을 잘라주는 기계. 원하는 두께(mm)를 입력하면 단단한 빵이 순식간에 깔끔하게 잘린다. 이용을 원하면 직원에게 부탁하면 된다.

글·사진=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