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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기승전결 도심여행│원서동

창덕궁 돌담길 따라
시간도 쉬어가는 곳

by중앙일보

고요한 한옥풍경 속 느리게 걷기

창덕궁 뜰, 발 아래 두고 점심

30년 된 카페선 옛날식 다방커피

추억 만들기 흑백사진 촬영도

 

도심 곳곳에 펼쳐진 훌륭한 여행지 중 어딜갈까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동네마다 맛집·카페·술집·쇼핑장소 그리고 그 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곳까지, 5곳을 콕콕 찝어 소개하는 ‘기승전결 도심여행’을 시작합니다. 첫 동네는 창덕궁 옆 동네 ‘원서동’입니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도심의 유명 관광지 대신 서울이 한양이던 시절의 옛 정취를 느끼며 걷고 싶은 사람들에게 원서동은 최고의 여행지다. 창덕궁과는 돌담을 사이로 마주하고 있어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기 일쑤인 인근 삼청동과 달리 인적이 드물어 여유롭게 걷기 좋다. 돌담을 따라 난 한적한 거리를 걷다 보면 한옥으로 촘촘하게 이어진 골목길이 이어진다.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여행 온 것처럼 마음 한 켠에도 여유가 생긴다.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하는 계동·가회동엔 골목마다 흥미로운 구경거리로 채워진 가게들이 있다.

창덕궁 보며 즐기는 식사, ‘한식공간’

창덕궁 돌담길 따라 시간도 쉬어가는

점심 - 한식공간

원서동 도심여행은 아라리오 뮤지엄 신관 4층에 자리한 한식공간에서 시작한다. ‘셰프들의 셰프’로 불리는 한식의 대가 조희숙 셰프가 고문을 맡아 총괄했다. 최근 외식업계의 화두인 모던 한식이 아닌 전통 한식을 표방한다. 제철 재료를 넣고 쑨 죽부터, 얇게 썬 무와 전복을 다시마로 감싸 오랜 시간 쪄낸 부드러운 전복찜 등 모든 메뉴는 전통 조리법대로 만든다. 당일 구입한 국내산 제철 식재료만 사용한다.

창덕궁 돌담길 따라 시간도 쉬어가는

‘한식공간’은 제철 식재료로 만든 전통 한식을 선보인다. 부드러운 식감의 ‘매생이 전복찜 [강정현 기자]

창덕궁 돌담길 따라 시간도 쉬어가는

‘한식공간’은 제철 식재료로 만든 전통 한식을 선 보인다. ‘방풍해물죽·부각’. [강정현 기자]

그릇과 잔은 정소영 식기장과 협업해 구성했다. 커피 대신 경단이나 한과와 잘 어울리는 차를 티테라피와 함께 선정해 선보인다. 한 가지 코스만 있으며 점심은 6만원, 저녁은 12만원이다. 하루 전 예약은 필수다. 해가 지면 창덕궁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고궁의 풍경을 바라보며 식사하고 싶다면 점심을 추천한다.

아날로그의 향기, ‘물나무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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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관 - 물나무사진관

도심여행 중인 ‘오늘’을 기념하고 싶다면 계동에 있는 흑백사진관 ‘물나무사진관’을 추천한다. 사진작가 김현식씨가 2011년 문을 연 이곳에선 아날로그 느낌 물씬 풍기는 흑백사진을 남길 수 있다.

 

이달부터 2001년 문을 닫은 미국 폴라로이드사의 기술자가 다시 생산하는 55타입(4*5인치) 폴라로이드 필름을 공수해와 사진 촬영을 한다니 더 기억에 남을 듯하다. 김 작가는 “‘뉴55타입’은 한 장의 사진만 남는 기존 폴라로이드와 달리 흑백 필름이 하나 더 만들어져서 이를 스캔 후 확대·인화도 가능하다”며 “무엇보다 아날로그 특유의 느낌이 훨씬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뉴55필름 촬영은 기본 10만원이며 일반 폴라로이드 촬영은 4만원이다.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이용할 수 있다. 심야사진관을 운영하는 목·금요일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 주말은 6시까지 촬영이 가능하다. 월~수요일은 김 작가의 개인작업 시간이다.

‘그레잇’한 그릇 쇼핑하려면, ‘광주요’

창덕궁 돌담길 따라 시간도 쉬어가는

쇼핑 - 광주요

식탁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그릇 쇼핑 계획이 있다면 지금이 기회다. 안국역에서 감사원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오른쪽에 광주요 가회점이 있다. 광주요는 1963년 문을 연 한국의 대표적인 도자 식기 브랜드로 전통도자의 생활화를 이끌었다. 가온·비채나 등 광주요그룹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비롯해 여러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사용하고 있다. 설을 앞두고 18일까지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데 상품 구성도 접시·면기·머그·수저·잔 등 다양하다. 최대 57%까지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며 가격대도 1만원대부터 20만원대까지 구성돼 있다. 달항아리를 모티프로 한 월백시리즈를 비롯해 전통 사발 형태에서 착안해 만든 미시리즈 등 단종된 제품은 최대 75%까지 할인한다. 광주요에서 5분 거리인 창덕궁길에는 또다른 전통도자 브랜드 ‘이도’의 숍도 있다. 이도 지하 1층에는 카페도 있다.

드라마 ‘흑기사’ 촬영지, 카페 ‘브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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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 브람스

1985년 문을 연 이후 30년 넘게 그 모습 그대로 안국역을 지키고 있는 카페 ‘브람스’는 단골 고객들에게 ‘그 자리에 있어줘서 고마운’ 곳이다. 94년부터 24년째 브람스를 지키고 있는 조마리아 사장은 “나보다 먼저 브람스를 찾아낸 단골들이 지금까지 꾸준히 찾아온다”며 웃었다. 그는 브람스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에 반해 이곳을 인수했다고 한다. 오랜 역사 때문에 허름한 내부를 연상했다면 잘못이다. 조 사장이 나무 테이블부터 작은 소품까지 부지런히 손보고 닦은 덕분에 옛 느낌은 그대로지만 먼지 하나 찾을 수 없을 만큼 깔끔하다. 최근엔 드라마 ‘흑기사’·‘터널’ 등의 배경으로 등장했다.

 

진한 원두커피에 따로 내어주는 설탕과 프림을 두 숟가락씩 넣고 휘휘 저어 마시는 ‘옛날식 다방커피’가 카페를 채우는 클래식 음악과 특히 잘 어울린다. 평일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자정까지, 주말엔 밤 10시까지 문을 연다.

톡 쏘는 수제맥주 한 잔, ‘카페공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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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 카페공드리

창덕궁 주변엔 술을 파는 곳이 드물다. 계동길에 있는 ‘카페공드리’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반가운 이유다. 이곳에선 개성 강한 수제맥주를 맛볼 수 있다. 영화 관련 일을 하던 부부 윤범석·송효진씨가 2010년 문을 열었다. 부부는 처음엔 영화에 나오는 음식과 커피·맥주 등의 음료를 팔았다. 그러다 3년 전부터 즐겨찾던 수제맥주 브루어리인 맥파이·카브루 등에서 엄선한 수제맥주를 팔기 시작했다. 남산필스너·북촌페일에일·계동골든에일 등 동네 이름을 딴 수제 맥주를 맛볼 수 있는데 가격은 7000~8000원 정도다.

 

도우 대신 얇은 또띠아로 만든 피자와 치즈·올리브·할라피뇨를 올린 나초 등 수제맥주와 잘 어울리는 안주가 있어 저녁을 대신할 수도 있다. 낮 12시부터 평일 밤 11시까지, 일요일은 10시까지 운영한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