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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北 김여정이 김정은에게 전했다는 “미국 측의 동향”이 뭘까

by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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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방한 뒤 귀환한 김여정 제1부부장 등과 촬영한 기념사진. 북한은 이를 13일에 공개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은 13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일행의 방한 결과를 보도하면서 김여정이 김정에게 “미국 측의 동향을 자상히(상세히) 보고했다”고 전했다. 북한도 북ㆍ미 대화 등 미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음을 은연 중 드러낸 것이다.

 

김여정은 지난 9~11일 방한 중 미국 측 인사와 직접 만나진 않았다. 지난 9일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뒷좌석에 앉기는 했으나 펜스 부통령은 김여정 측과 눈도 마주치지 않으며 접촉을 피했다. 그럼에도 김여정이 김정은에게 한 방한 결과 보고에서 미국의 동향이 주요 의제였다고 북한이 스스로 밝힌 것이다.

 

김여정은 2박3일 방한 기간 중 문재인 대통령을 네 번 만나고, 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 등 주요 인사들을 만나면서 접한 미국의 현재 대북 기조 등을 상세히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가 김여정이 미국과 관련해 어떤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 “관련한 구체적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김여정은 평창에서 펜스 부통령 측이 보인 강경 기조와 함께 문 대통령이 평양 초청에 대해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며 북ㆍ미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 등을 상세히 보고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가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ㆍ미간 조기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김여정 측에 밝힌 것은 곧 비핵화 프로세스가 가동되어야 한다는 점을 전달한 셈이라고 복수 정부 당국자들은 전했다. 정부 관계자는 “고위급 대표단에 비핵화 진전이 없는 한 남북관계의 회복은 어렵다는 취지의 설명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안다”며 “이런 내용이 김 위원장에게 전달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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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에 참석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등 북한대표단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 측의 동향”을 거론하고 나선 것은 북한이 우리 정부의 메시지를 잘 파악했다는 답변을 한 것이라는 희망적인 해석도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먼저 미국을 운운할 필요가 없었는 데도 발표에 포함시킨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북한이 한ㆍ미에게 ‘메시지를 잘 접수했다’는 신호를 준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도 “문 대통령이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는 건 사실상 비핵화 프로세스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평양 방문이 어렵다고 조건부 거절을 한 셈”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북한도 ‘알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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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북한 김여정 제1부부장(뒷줄 왼쪽 첫째)과 김영남 상임위원장(뒷줄 왼쪽 둘째)이 9일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 단일팀 입장에 박수 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온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도 김여정 일행이 북한으로 귀환한 뒤인 12일 남북 관계 개선 국면에선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자제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매체는 “북남 대화와 관계개선 흐름이 이어지는 기간엔 북측이 핵시험(실험)이나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타당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김정은이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해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실무적 대책들을 세울 데 대한 강령적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김정은 자신도 우선 김여정의 보고 내용을 바탕으로 남측의 대북 특사 및 4월 한미군사훈련 등 추이를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고유환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도 당장 어떤 액션을 취하기 보다는 당분간 탐색전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