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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심(心)식당

화덕피자와는 달라요…
‘고메피자’ 맛집

by중앙일보

인스타그램 ‘빵 요정’ 김혜준씨 추천

파주에 이어 합정에 2호점 연 몰토베네

 

어디로 갈까’ 식사 때마다 고민이라면 소문난 미식가들이 꼽아주는 식당은 어떠세요. 가심비( 價心比)를 고려해 선정한 내 마음속 최고의 맛집 ‘심(心)식당’입니다. 이번 주는 자타공인 빵을 사랑하는 빵 전문가이자 푸드 콘텐트 기획자인 김혜준 씨가 추천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몰토베네’입니다.

화덕피자와는 달라요… ‘고메피자’ 맛

몰토베네의 라구피자. 도우를 먼저 구운 후 라구소스와 토핑 재료를 올려 재료별 신선한 풍미를 즐길 수 있다. [사진 몰토베네]

“컨셉트만 내세운 가짜 아닌 진짜 맛집”

SNS에서 맛집 정보를 얻는 이들에게 ‘빵 요정’은 유명인사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만 1만2000명이다. 맛집 정보를 한 번 올리면 ‘좋아요’ 숫자가 300명을 훌쩍 넘는다. 빵 요정이 바로 김혜준 씨다.

화덕피자와는 달라요… ‘고메피자’ 맛

별명이 '빵요정'인 김혜준씨는 빵 전문가이자 푸드 콘텐트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 김혜준]

프랑스 제과를 전공하고 현장과 대학에서 일한 그는 현재 푸드 콘텐트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그의 인스타그램엔 서울은 기본. 제주도·일본·중국·싱가포르·유럽까지 세계 곳곳의 맛집 정보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그 중 마음속 식당 하나를 꼽기란 어려웠을 법한데 김 씨는 고민 없이 '몰토베네'를 꼽았다. “가성비나 콘셉트에만 집중한 합정·홍대 앞 식당들과 달리 음식이 알차고 당인리 주택가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가 좋아서 요즘 가장 즐겨 찾는다”고 소개했다.

손님 없던 가게를 성공으로 이끈 비결

화덕피자와는 달라요… ‘고메피자’ 맛

몰토베네 합정점 내부는 원목 테이블로 꾸몄다. 송정 기자

몰토베네는 합정역에서 상수역으로 가는 대로에서 한강쪽으로 한참 걸어 들어가야 있다. 빨간 벽돌로 된 연립주택과 상가들 사이에 하얀색 외벽에 블랙·골드로 꾸며진 건물은 단번에 눈에 띈다.

 

경기도 파주에 1호점이 있고 합정점은 2호점이다. 2016년 1월 파주에 문을 열고 1년 3개월 만인 2017년 4월 서울에 진출했다. 3명의 공동대표가 가게를 함께 운영한다. 먼저 주방은 이탈리아 요리 명문 학교 알마 출신의 이수복 셰프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다수의 경력을 쌓은 김경민 셰프가 맡았다. 두 사람은 사촌지간이다. 이 셰프의 아내이자 미국 요리학교 CIA 출신인 권은경 대표가 합정점의 서비스를 총괄한다.

 

국내외에서 경력을 쌓은 만큼 권 씨 부부는 파주에 매장을 낼 때 내심 기대가 컸다고 한다. 하지만 손님이 없었다. 권 대표는 “처음 1년 동안은 손님 없는 날이 더 많았다. 준비한 재료가 매일 남아서 우리끼리 요리해서 맛보며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어쩌다 가게를 찾은 손님은 “간이 맞지 않는다”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힘들어서 포기할 법도 한데 세 사람은 “그때의 1년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시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화덕피자와는 달라요… ‘고메피자’ 맛

몰토베네는 사촌형제와 부부, 가족이 함께 운영한다. 사진은 세 사람을 그린 일러스트다. 왼쪽부터 이수복 , 권은경, 김경민 셰프. 송정 기자

권 대표는 “손님들의 입맛과 셰프들의 요리 철학을 조화시키는 법을 배웠다”며 “주방과 손님 사이에서 통역 역할을 한 건데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덕분에 고객의 취향도 알게 됐고 지금의 몰토베네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몰토베네의 서울행을 부추긴 건 고객들이었다.

권리금 없는 곳 찾아 합정 골목까지

화덕피자와는 달라요… ‘고메피자’ 맛

가정집처럼 깔끔한 분위기의 몰토베네 내부. 송정 기자

2호점 합정점을 열고 이수복 씨는 파주점, 동생 김경민 씨가 합정점 주방을 맡았다. 권은경 씨는 자신의 본업인 파티셰 자리를 잠시 내려놓고 합정점의 서비스를 맡기로 했다. 물론 바나나푸딩과 티라미수 같은 몰토베네의 디저트는 여전히 권 씨의 몫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상권이 빈약한 골목을 택했을까. 권 씨는 “권리금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권리금으로 쓰일 돈을 아껴 주방 조리도구와 시설에 투자하고 싶었다”고 했다. 주택가지만 가까운 곳에 공영주차장이 있는 것도 맘에 들었다. 통창 너머로 보이는 주택가의 차분한 분위기는 실제 몰토베네를 찾는 사람들이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로 꼽힌다.

도우를 구운 후 토핑을 얹는 ‘고메피자’로 차별화

화덕피자와는 달라요… ‘고메피자’ 맛

문어를 토핑으로 올린 매콤한 맛의 피자 '뽈뽀 에 멜란자네'. [사진 몰토베네]

아무리 분위기가 좋아도 레스토랑의 성공 여부는 음식에 달렸다. 이곳의 대표메뉴는 피자다. 익숙한 화덕피자가 아니라 도우를 먼저 구워낸 후 위에 토핑과 소스를 올리는 고메피자다. 알라노르마 피자는 도우 위에 가지를 올려 구운 후 조린 토마토 스를 얹고 위에 부팔라 치즈와 올리브 오일을 뿌려 낸다. 풍기피자는 도우를 구운 후 각 버섯의 특성에 맞춰 조리한 표고·송이·양송이 세 종류의 버섯을 얹어낸다.

 

“화덕피자는 도우에 토핑을 모두 올린 후 굽기 때문에 식재료가 지닌 고유의 맛을 느끼기 어려운데 고메피자는 먼저 도우를 굽고 재료와 소스를 올리기 때문에 식재료 고유의 풍미와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게 권 씨의 설명이다.

화덕피자와는 달라요… ‘고메피자’ 맛

가지와 리코타 치즈가 들어있는 토마토 소스 파스타 '시칠리아나'. [사진 몰토베네]

파스타와 리소토도 몰토베네만의 스타일을 담았다. 대표 파스타는 이수복 셰프의 이탈리아 이름인 ‘파바오’스페셜이다. 새우·케이퍼를 넣어 새콤하면서 감칠맛이 나는 오일 파스타다. 쌀대신 보리를 사용한 오르조토는 톡톡 씹히는 보리 특유의 식감을 잘 살렸다. 특히 세 사람이 함께 시음한 후 엄선한 남아공과 독일 와인은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고객의 음식 취향 기억했다가 메뉴 추천

화덕피자와는 달라요… ‘고메피자’ 맛

새우를 넣은 오르조토 '감베리에 아스파라거스'. [사진 몰토베네]

어떤 메뉴를 먹어야 할지 고민이라면 권 씨에게 맡겨도 좋다. 그는 고객의 음식 취향을 잘 기억하고 있다. 레스토랑을 하기 전만 해도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했는데 이젠 다르단다. 손님이 너무 없을 때, 그저 레스토랑을 찾아주는 게 고마워 고객 한 명 한 명을 기억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얼굴과 단골 메뉴까지 익히게 됐다.

 

권 씨의 바람은 몰토베네가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처럼 기억되는 것이다. 서로 마음을 주고받으며 진심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세 사람의 진심은 어느 정도 전해진 것 같다. 셰프들의 끼니를 걱정해 샌드위치를 사 오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고객 재방문율도 90%가 넘는다.

 

파주·합정점 모두 화요일엔 쉰다. 점심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저녁은 오후 5시 30분부터 11시까지. 피자 1만9000원 ~ 2만8000원, 파스타 1만9000원~2만4000원, 오르조토 2만~2만8000원.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