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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류재언의 실전협상스쿨(12)

구체적 목표를 정하지 않은 협상은 백전백패

by중앙일보

구체적 목표를 정하지 않은 협상은 백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기록한 그룹이 10년 후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높은 수익을 얻고 있다. [사진 pixabay]

1979년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장래 목표 설정과 성취계획에 대한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그중 84%에 달하는 졸업생들(C그룹)은 구체적인 목표가 없다고 대답했다. 13%의 졸업생들(B그룹)은 목표는 설정해 두었지만 이를 기록해두지 않았다고 했다. 나머지 3%에 해당하는 졸업생들(A그룹)만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이를 기록해 놓았다고 응답했다.

 

10년 후인 1989년 연구자들이 당시 졸업생의 소득을 분석해보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졸업 당시 구체적인 목표가 없다고 대답한 C그룹에 비해 목표는 설정해 두었지만 이를 기록해 두지는 않았다고 대답한 B그룹이 평균 2배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설정해 이를 기록해 두었다고 대답한 A그룹의 경우 10년 뒤 나머지 97%에 해당하는 B, C 그룹의 평균 소득과 비교했을 때 최대 10배나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당시 그룹 간의 핵심적 차이점은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설정했는지, 그리고 이를 기록해 두었는지 여부’였다.

 

협상할 때도 마찬가지다. 협상은 의사소통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가 아니다. 모든 협상은 목적이 있다. 따라서 협상을 시작하기 전 목표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두 달 넘게 신혼집을 찾아 헤매던 예비신랑 동진 씨는 마음에 딱 드는 빌라를 찾았다. 위치, 크기, 가격대도 괜찮고 무엇보다 남향이고 볕이 잘 들어서 곧 결혼할 여자친구가 무척 좋아했다.

구체적 목표를 정하지 않은 협상은 백

신혼집 구하는 청년이 공인중개사와 집을 둘러보고 있다(내용과 연관없는 사진). 강정현 기자

다음날 오전 10시 집주인이랑 부동산에서 만나 임대차계약의 조건을 논의하기로 했다. 집주인은 아무래도 보증금을 줄이고 월세 비중을 높이려는 눈치다. 동진 씨는 ‘보증금과 월세를 최대한 낮추자. 가능한 보증금을 높이고 부담이 많은 월세를 줄이는 쪽으로 이야기해봐야지. 주차도 가능한지 확인해보자’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협상 상황이다. 동진 씨는 나름대로 목표를 정해 내일 있을 협상에 대비하고 있다. 만약 여러분이 동진 씨와 동일한 상황이라면 어떤 목표를 설정해 협상에 임할 것인가? 협상 전 목표 설정 시 고려해야 할 세 가지 방법론을 하나씩 살펴보고, 이를 동진 씨 상황에 적용해보자.

협상 전 목표 설정 방법

첫째, 구체적인 행동이 포함된 목표를 설정한다.

둘째, 팀 내부적으로 목표를 명시해 공유한다.

셋째, 협상 당일 설정된 목표를 종이에 적으며 각인시킨다.


첫번째 방법과 관련, ‘금액을 최대한 낮추자’ 또는 ‘주차 가능한지 확인해보고’와 같은 막연한 목표는 상황에 따라 흔들리기 십상이다.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행동이 포함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또한 가격 또는 금액이 포함된 협상은 본인이 어느 선까지 양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점을 정해야 한다.

 

예컨대 집주인 제시안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00만원’이니 나의 목표는 ‘보증금 2억원, 월세 50만원에 보증금은 1억 6000만원까지 조정 가능하지만 월세가 70만원을 넘으면 계약체결 안 함. 고정주차 1대 확보를 계약 체결 시 특약사항에 명시할 것’ 등으로 구체화하는 것이다.

 

두번째 방법은 동진 씨의 목표에 대해 또 다른 의사결정권자인 예비신부와 부동산계약 시 중요한 이해당사자인 담당 공인중개사와 사전 공유해야 한다는 뜻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지, 누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사전에 논의해야 한다.

구체적 목표를 정하지 않은 협상은 백

부동산계약 시 자신이 세운 목표에 대해 의사결정권자와 이해당사자 간 사전 공유가 필요하다. 우상조 기자

예컨대 담당 공인중개사가 먼저 가격조건을 제시하기로 하고, 집주인이 조건을 조정하려고 하면 동진 씨가 적절한 선까지 한 발짝 양보해 합의점을 찾는 식이다. 관리비, 고정주차 확보와 같은 특약 사항은 예비신부가 확인하기로 한다.

 

세번째 방법은 협상 당일 아침 구체적인 협상안을 종이에 목표를 다시 적어보는 것이다. 이를 되풀이해 말하며 마지막으로 목표를 각인시킨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예비신부와 담당 공인중개사에게도 다시 한번 목표를 확인시키며 협상을 준비해야 한다.

두루뭉수리한 목표 설정은 곤란

온라인 마케팅 대행사를 운영하는 김 대표는 올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질 중요한 계약 건에 대해 고객사와 논의하고 있다. 지난 3개월간 수십 통의 이메일과 수차례의 미팅 끝에 광고 대행 서비스 범위, 서비스 기간, 서비스 대금 등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오갔다. 한두 가지를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조건들에 대해 합의점을 찾았다.

 

마침내 고객사의 의사결정권자인 박 전무와 미팅을 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오늘은 의사결정권자로부터 계약 체결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미팅에 나갔다.

 

‘긍정적인 답변을 받으면 좋겠다’와 같은 막연한 목표는 의미가 없다. 목표 설정에는 반드시 구체적인 행동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 김 대표는 ‘이번 미팅에서 의사결정권자로부터 확답을 받고 계약서에 사인할 것’이라고 목표를 재설정했다.

 

한 발짝 더 나아가 김 대표가 노련한 협상가라면 목표로 삼은 제안에 대해 상대로부터 들을 수 있는 예상 가능한 답변을 미리 파악하고 상황별 대응 전략을 준비한 다음 미팅에 임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대에게 무엇인가를 제안할 때 우리는 크게 3가지의 답변 형태(승낙·거절·보류)를 예상할 수 있다.

예상답변 A: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승낙) 


예상답변 B: 조금만 더 생각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보류)


예상답변 C: 죄송합니다. 이번에는 귀사와 진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거절)

구체적 목표를 정하지 않은 협상은 백

노련한 협상가라면 목표로 삼은 제안에 대해 상대로부터 들을 수 있는 예상 가능한 답변을 미리 파악해 상황별 대응 전략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우상조 기자 

예상답변 A에 대해 김 대표는 “(미리 준비해 둔 계약서를 제시하며) 이렇게 확답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가 고객들과 사용하는 표준 마케팅대행계약서를 준비해 왔습니다. 읽어 보면 아시겠지만 상호 논의된 내용을 전부 반영하고 있어 특약사항에 조금 전 논의된 내용만 추가해 사인을 진행하면 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말하기로 했다.

 

예상답변 B에 대한 김 대표의 대응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지와 의사결정 시 필요한 자료가 있는지를 알려주시면 저희가 그것에 맞게 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가능하다면 이제까지 논의된 사항들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중간합의서를 작성해두면 어떨까 합니다. 수개월 동안 논의해 이미 합의점을 도출한 내용은 금일 중간합의서에 명시해두고, 고민되는 부분에 대해 추가로 논의한 후 최종 계약서를 다음 주 수요일 정도에 체결하면 양사가 보다 안정적으로 본 건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준비해 둔 중간합의서를 제시하며) 중간합의서는 저희가 미리 준비를 해왔는데 내용 확인 한 번 부탁드립니다"로 정했다.

 

예상답변 C에 대해 김 대표는 “혹시 어떤 부분 때문에 그러시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상대가 거절한 이유를 경청한다) 말씀을 들어보니 결국 OO 조건이 걸려서 그러시는 것 같은데, 혹시 OO 조건에 대해 전무님의 의견을 반영해 보완을 해드리면 다시 논의를 진행할 수 있을까요. 이 부분에 대해 확답을 주시면 저희 대표님과 논의해서 OO 조건에 대한 수정안을 이틀 내로 제공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로 대응하기로 했다.

 

평범한 사원으로 첫발을 내디뎌 10년간 일본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지낸 세일즈 장인 도키 다이스케(土岐大介)는 미팅에 나가는 영업직원들에게 반드시 물어보는 한 가지가 있었다고 한다.

“오늘 당신은 어떤 목적으로 미팅에 나가는가?”

늘 협상 전 당신은 어떤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협상에 임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협상 인사이트

협상 시 구체적인 행동이 포함된 목표를 설정하라. 그리고 이를 팀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협상 직전까지 반복해 적으며 각인시켜라. 당신의 모든 행동, 몸짓 하나까지도 협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어야 한다.

글로벌협상연구소장 류재언 변호사 yoolbonlaw@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