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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아재 취향' 중식, 젊은 세대
겨냥한 힙한 바로 변신하다

by중앙일보

트렌디한 차이니즈 바 3

 

유산슬·깐풍기 등을 올린 원형 테이블에서 고량주를 기울이거나, 고소한 양꼬치를 앞에 두고 간페이를 외치거나. 술을 파는 중식당은 많지만 중식을 가벼운 안주로 즐길만한 술집은 흔치 않았다. 하지만 최근 트렌디한 중식을 내세운 ‘차이니즈 바’가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와인·위스키·칵테일 등 술 종류는 다양해졌고 안주 가격은 저렴하다. 무엇보다 감각적인 분위기마저 놓치지 않은 차이니즈 바 3곳을 소개한다.

레드문 | 사천요리 즐기는 스피키지 바

'아재 취향' 중식, 젊은 세대 겨냥

한남동 차이니즈 바 레드문은 모던한 인테리어에 붉은 네온 조명으로 오묘한 분위기를 더했다. [사진 레드문]

한남동에 붉은 달이 떴다. 사천식 타파스 바 콘셉트로 지난 2월 오픈한 차이니즈 바 ‘레드문’이다. 이름뿐 아니라 간판도 붉게 물든 보름달 모양이다.

'아재 취향' 중식, 젊은 세대 겨냥

레드문의 붉은 달 간판. 어두운 밤에 보면 하늘에 떠 있는 진짜 달처럼 보인다. [사진 레드문]

레드문을 찾아 지하로 내려가는 길 역시 새빨갛다. 계단을 온통 붉게 물들인 조명을 따라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비밀스런 분위기의 바가 나타난다. 벽면 가득 진열된 술, 바텐더와 마주 보는 바는 여느 스피키지 바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특이한 점은 입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붉은 네온 글자 ‘參知麻辣’다. 한국어로 ‘참지마라’라고 읽히는 이 글자들은 '마라(얼얼한 매운 맛을 내는 중국의 향신료)를 함께 알아가자'라는 의미로 레드문의 정체성을 집약한 조어다. 6명의 공동 대표 중 한 명인 안휘수(31) 대표는 “강하고 자극적인 ‘사천식’은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며 “사천요리를 원하는 술과 함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타파스 바 형태를 생각해 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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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셰프가 만드는 사천식 타파스와 함께 다양한 주종을 즐길 수 있다. [사진 레드문]

레드문의 음식은 사천에서 요리를 배워 온 프렌치 셰프가 만든다. 덕분에 매콤한 샐러드 파스타 ‘차가운 시추안 비빔면’, 마라와 치즈가 조화를 이룬 ‘마라 볼로네즈’ 등 색다른 퓨전 메뉴는 레드문에서만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메뉴에 사천 고추와 산초가 들어간다. 정통 사천식을 원한다면 사천 고추로 범벅된 닭 다리 튀김 요리 ‘라즈지’를 추천한다. 차가운 시추안 비빔면은 1만6000원, 라즈지는 2만4000원. 술은 맥주·소주·백주(고량주)·위스키·와인이 있다. 백주를 활용한 칵테일도 연구 중이다.

명성관 | 낡은 이발소에서 고량주 칵테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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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동 차이니즈 바 명성관의 외경. 30년간 실제로 영업했던 이발소의 외관을 거의 그대로 보존했다. 장진영 기자

해가 지면 상수동의 허름한 이발소 앞에 긴 줄이 늘어선다. 빨강·파랑·하양 줄무늬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간판까지 영락없는 이발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정작 이곳엔 이발사가 없다. 대신 술과 음식이 있다. 복고풍 차이니즈 바 ‘명성관’이다.

 

2016년 12월 문을 열면서 30년 된 이발소 간판을 그대로 살린 독특한 외관이 화제가 됐다. '마파두부 맛집'으로도 알려졌지만 기본적으로는 술을 파는 바다. 고건(35) 대표는 “이자카야는 바 형태가 많은데 중식 바는 없어서 시도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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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관은 바와 테이블 자리를 합쳐 총 13석뿐인 작은 술집이다. 예약은 매일 오후 6시~7시 한 시간 동안 딱 세 팀만 받는다. 장진영 기자

명성관에는 중국 술을 활용한 다양한 칵테일이 있다. 중국의 발효주인 소흥주를 베이스로 한 ‘차이니즈 하이볼’과 ‘명성 카시스’, 연태고량주에 리치·레몬·사이다 등을 넣어 만든 ‘화이트피즈’, 직접 만든 진저시럽을 이용한 ‘상수동 뮬’ 등이다. 고 대표는 “기름지고 자극적인 중국 음식은 달거나 탄산감이 있는 술과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차이니즈 하이볼 6000원, 명성 카시스 7000원 등으로 매우 저렴하다. 칵테일 외에도 맥주·백주·소주·위스키·와인 등 판매하는 주종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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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관에서 가장 있기 있는 메뉴인 마파두부와 새우가지말이. 붉은 장미를 새겨 특별 제작한 술잔에는 소흥주 베이스로 만든 차이니즈 하이볼이 담겼다. 장진영 기자

안주는 총 6종으로 단출한 편이다. 마라샹궈, 명성 마파두부, 새우가지말이 등이 인기다. 마라샹궈는 2~3인이 먹을 수 있는 양으로 3만1000원, 마파두부와 새우가지말이는 1만8000원이다. 오후 6시부터 7시까지 오픈 이후 한 시간 동안 3팀까지만 예약을 받는다. 직접 가서 이름을 적어도 되고 전화를 해도 된다.

란콰이진 | 90년대 홍콩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재 취향' 중식, 젊은 세대 겨냥

홍콩 란콰이펑 거리의 느낌을 담은 홍콩식 주점 란콰이진. 임현동 기자

홍콩의 밤거리를 사랑한 중식 요리사가 한국에 그 분위기를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 색색의 조명과 그 빛을 반사하는 은박 커튼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곳. 연남동 ‘란콰이진’이다.

 

홍콩의 압구정동이라 불리는 지역명 란콰이펑에 맹진택(36) 대표의 이름을 조합했다. 맹 대표는 “기존 중식당은 젊은 사람들이 가기엔 진입 장벽이 높다”며 “독특한 공간에서 쉽고 편안하게 중식을 즐기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맹 대표는 열아홉 살부터 중식당 주방에서 일을 배운 베테랑이다. 란콰이진의 메뉴들은 그동안 배웠던 정통 중식 레시피를 조금씩 변형한 것이다. 탕수육은 고기를 작게 잘라 한입 크기로 튀겼고 계피 향을 첨가했다. 란콰이진의 시그니처 메뉴 ‘목화솜탕수육’이다. ‘마라탕’은 산초 등 향신료 양을 줄이고 한국적으로 풀어냈다. 원래 맛에 익숙한 손님들은 주문할 때 별도로 요청하면 된다. 향신채소와 함께 이틀간 숙성시킨 등갈비를 통째로 튀겨낸 ‘란콰이등갈비튀김’도 주력 메뉴다. 목화솜탕수육 1만6000원, 마라탕 1만7000원, 란콰이등갈비튀김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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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콰이진의 손님은 80%가 여성이다. 때문에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끊임없이 연구한다. 목화꽃송이처럼 예쁘고 한 입에 먹기 좋은 탕수육과 매콤새콤한 소스를 곁들인 등갈비튀김. 목넘김이 부드러운 중국 맥주 '설화'는 란콰이진에서만 만날 수 있다. 임현동 기자

란콰이진에선 중국 맥주 판매량 1위인 ‘설화’를 판매한다. 탄산감이 약하고 부드러워 여성들이 선호하는 맥주다. 맹 대표는 “중국에선 칭따오보다 유명한데 수입 허가가 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판매하는 주점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주점에선 할 수 없는 이색 경험을 선물하고 싶은 맹 대표의 욕심이다. 그 외 판매하는 주류로는 고량주·소주와 일부 해외 맥주 등이 있다.

 

글=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사진=임현동·장진영 기자, 각 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