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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200만 돌파 '곤지암' 촬영장 귀신 나왔단 소문은…

by중앙일보

흥행 돌풍 저예산 공포영화

'곤지암' 정범식 감독 인터뷰

200만 돌파 '곤지암' 촬영장 귀신

영화 '곤지암' 한 장면. [사진 쇼박스]

13일간 229만명이 봤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공포영화 ‘곤지암’(감독 정범식) 얘기다. 순제작비 11억원의 저예산(손익분기점 60~70만명)이지만, 같은 날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레디 플레이어 원’을 제치고 2주 연속 주말 흥행 1위에 올랐다. 영화는 폐업한 정신병원에 공포 탐방을 갔다 괴이한 일을 겪는 7인의 젊은 남녀 모습을 마치 인터넷 생중계를 하듯 비춰 실감을 더했다. 이런 ‘체험형 공포’가 특히 유튜브 세대의 취향을 저격했다.

 

일제강점기 구슬픈 사연을 내세워 컬트가 된 ‘기담’(2007), 흑마술을 내세운 ‘무서운 이야기2-탈출’(2013) 등 공포영화 한 우물을 파온 정범식(48) 감독을 9일 전화로 만났다. 그는 “한국 호러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이 장르를 가장 많이 즐기는 1020 세대에게 파급력이 큰 컨셉트를 고민했다”라면서 “‘아버지 영화 중 제일 잘 될 것 같다’던 아이들 말이 실현됐다”며 웃었다.

200만 돌파 '곤지암' 촬영장 귀신

영화 '곤지암'을 여출한 정범식(48) 감독. [사진 쇼박스]

Q : 이만큼 흥행할 줄 알았나.

“같은 날 개봉작들이 워낙 세서, 묻히거나 꽤 흥행하거나 둘 중 하나라 봤다. 1020 유튜브 세대를 공략한 지점이 실제 관객 반응과 잘 어우러지면 어느 정도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Q : 인터넷 방송 형식을 접목한 계기는.

“저 같은 기성세대는 ‘먹방’ 보면 차라리 (내가) 먹지 왜 (남이 먹는) 그걸 보고 있나, 생각한다. 근데 올해 대학 간 아들, 고등학교 들어간 딸이 유튜브를 하도 보기에 궁금해서 같이 봤다. 그 안에 부담 없이 즐길 ‘거리’가 있더라. 기존 공포영화의 교훈, 원한, 사연을 다 없애고 공포와 체험이란 두 가지 ‘거리’에만 집중하면 젊은 세대가 호응하지 않을까, 했다.”

 

Q : 실존 정신병원을 바탕으로 해 관객이 더 실제처럼 상상하게 했다.

“자신이 그 장소?상황에 맞닥뜨린다면? 그랬을 때 체험감, 오감만족이 호러의 궁극적인 목표다. 요즘 많이 보는 리얼리티 예능이 출연진의 캐릭터와 리액션을 보는 맛이 크잖나. 정신병원도 하나의 캐릭터라 생각했다. 공간과 인물들이 서로 액션?리액션 주고받는 걸 구경하며 관객이 어느새 영화 속 공포감에 젖어 들길 원했다.”

200만 돌파 '곤지암' 촬영장 귀신

영화 '곤지암' 한 장면. [사진 쇼박스]

Q :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선 ‘곤지암’ 관람 중에 너무 무서워 팝콘을 쏟았다는 등 인증샷을 올리는 게 놀이처럼 됐다. 가장 짜릿했던 반응은.

“‘감독이 깜짝 놀래키려는 게 아니라 무서움을 얼마나 지속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려 한 영화’라는 리뷰. ‘심장을 지하암반수로 샤워한 것 같다’는 리뷰도 기억난다(웃음).” 

 

Q : 반면, 스토리나 대사가 빈약하단 지적도 있다.

“영화를 보는 관습과 취향에 따라 호불호는 갈릴 거라 생각했다.” 

관객 사이에선 정 감독이 영화에 감춰둔 ‘이스터에그’도 화제다. 올림머리에, 탁구를 좋아하는 병원장(박지아 분) 캐릭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염두에 뒀다. 물이 가득 차오르는 402호 병실은 세월호 기일을 따 416호로 하려다 너무 노골적이어서 바꿨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가 호러영화의 초석”이라는 정 감독은 “‘곤지암’ 이스터에그는 지금 80%까지 밝혀졌다. ‘기담’은 10년이 지나서 발견된 것도 있다”고 귀띔했다.

200만 돌파 '곤지암' 촬영장 귀신

영화 `기담` 의 한 장면.

Q : 출연 배우 이승욱의 돌연 은퇴 선언에 현장에서 심령현상이 있었다는 소문까지 돌더라.

“승욱은 개인적인 고민으로 홍보일정부터 참여를 안 했다. 촬영지인 부산 해사고가 실제 공포 체험 성지란 건 촬영이 끝나갈 때쯤 알았다. 귀신이 나오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런 곳에서 이러고 있었다니, 싶더라.”

 

Q : 영감을 받는 공포영화라면.

“‘갑툭튀’ 공포효과보단 알프레드 히치콕, 스필버그 감독처럼 서스펜스를 잘 조율한 영화를 좋아한다. 한 편만 꼽자면 마야 데렌 감독의 초현실주의 영화 ‘오후의 올가미’(1943). 컴퓨터그래픽도 특수효과도 없던 시절 찍어낸 영상의 기묘한 느낌이 있다.”

 

Q : 차기작은.

“요즘은 호러를 베이스로 다른 장르와 콜라보해 확장성 넓히는 형태가 많더라. 아직 성사될지 모르지만 관심 두고 있던 가상현실(VR) 호러 단편 제안도 받았다. 관객 요구가 다르고 시장이 바뀌었다. 공포영화는 다른 장르보다 제작비가 적어 스타에 기댄다거나 하기 어렵다. 더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