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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맨빵만 뜯어 먹어도 맛있다,
셰프가 차린 식빵집 '식부관'

by중앙일보

'식사를 위한 빵' 만드는 식빵 전문점

특별한 속 재료 없이 '빵 맛'으로 승부

맨빵만 뜯어 먹어도 맛있다, 셰프가

식부관의 벽면을 가득 채운 식빵 진열장. 도서관에 책이 꽂히듯 각 칸마다 식빵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다.

아무리 빵집마다 판매하는 빵 종류가 제각각이어도 ‘이것’이 없는 빵집은 찾아보기 어렵다. 바로 식빵이다. 잼을 발라 먹거나 계란·햄·야채 등 다른 재료를 올려 먹기 좋은, 가장 기본이 되는 빵. 웬만한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식빵이다.

 

그랬던 식빵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다른 재료를 돋보이게 하는 쌀밥 같은 존재에서 하나의 독립된 메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견과류·치즈·초코 등 속 재료가 듬뿍 들어간 식빵을 내놓는 ‘프리미엄 식빵집’이 많아지면서다. 반면, 별다른 속재료 없이 밀가루 반죽으로만 구워낸 식빵으로 승부를 거는 곳도 있다. 속살이 하얀 식빵만 세 가지 종류가 있는 식빵 전문점, 신사동 ‘식부관’이다.

 

식부관은 지난달 ‘아시아 베스트 50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신사동 ‘톡톡’의 김대천 셰프가 만든 빵집이다. 한자로 먹을 식(食), 빵 부(餢), 집 관(館) 자를 쓴다. '식사를 위한 빵을 만드는 집'이라는 뜻의 조어다. 지난해 9월 정식 오픈해 아직 1년이 채 안 됐지만 식빵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 해시태그(#식부관)는 2300개를 넘었다.

 

4일 오전, 식부관이 있는 신사동으로 향했다. 행정구역상 청담동에 가까운 신사동이지만 지하철역은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이 가장 가깝다. 5번 출구로 나와 쭉 걷다가 탐앤탐스 골목으로 들어온 뒤 왼쪽으로 한 번만 꺾으면 된다. 느리게 걸어도 10분이면 도착한다.

맨빵만 뜯어 먹어도 맛있다, 셰프가

좌측 하얀 간판 가게가 식부관이다. 식빵 모양을 형상화한 아이콘이 '식부관' 글자보다 크게 그려져 있다.

식부관의 하얀 간판에는 단순화한 식빵 모양의 아이콘이 그려져 있다. 가게 전면이 유리여서 안쪽 벽에 책장처럼 펼쳐진 식빵 진열장이 그대로 들여다보인다. 이 진열장은 오전 10시 오픈 시간에 맞춰 다 채워지지만 점심시간쯤이면 대부분 빠진다. 2차로 빵이 나오는 시간은 대개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지만 유동적이다.

맨빵만 뜯어 먹어도 맛있다, 셰프가

정면에서 본 식부관 내부.

맨빵만 뜯어 먹어도 맛있다, 셰프가

공간이 넉넉하진 않지만 스탠딩 테이블이 있어 탁 트인 유리창으로 밖을 보며 빵을 먹고 갈 수 있다.

가게 내부는 아담하다. 구매한 빵을 바로 먹을 수 있는 스탠딩 테이블과 벽면에 둘린 식빵 진열장, 잼·음료 등이 들어 있는 작은 쇼케이스, 그리고 카운터가 전부다. 테이블 위에는 죽은 빵도 살려낸다는 발뮤다 토스트기가 있다. 식은 빵을 샀다면 토스트기에 구워 먹어도 된다. 2500원에 따뜻한 아메리카노도 판매한다.

맨빵만 뜯어 먹어도 맛있다, 셰프가

모닝번과 커피. 번은 6개씩 한 봉지에 담아 판매한다. 가격은 4500원.

내추럴·플레인·리치로 이름 붙여진 식부관의 대표 식빵 3형제는 형태와 맛이 조금씩 다르다. 간판에 그려진 아이콘도 이 세 종류의 빵을 형상화한 모양이다. 윗부분이 봉긋하게 부풀어 오른 모양이 내추럴 식빵, 반듯한 사각형 모양이 플레인 식빵과 리치 식빵이다.

 

내추럴 식빵은 반죽에 꿀과 요거트가 들어가 빵만 씹어도 은은한 단맛이 난다. 굽거나 가공하지 않고 빵 그 자체로 먹기에 가장 좋다. 플레인 식빵은 샌드위치나 토스트를 해 먹기 좋게 네모반듯하게 생겼다. 가장 담백한 식사용 빵의 맛이다. 리치 식빵은 버터가 듬뿍 들어가 풍미가 돋보인다. 두툼하게 썰어 구워 먹을 때 가장 맛있다. 가격은 내추럴이 1만 2000원, 플레인이 7000원, 리치가 9000원이다.

 

가게에서 만난 노슬기 헤드셰프는 “식빵은 기본적으로 천연효모를 이용해 만드는데, 최고급으로 꼽히는 홋카이도산·프랑스산 밀가루를 배합해서 쓰고 한 알에 400~500원씩 하는 자연방사 유정란만 사용하는 등 재료 품질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료의 퀄리티가 높기 때문에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기본 빵의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먹고 나서 탈이 나지 않는 ‘속이 편한 빵’이기도 하다.

맨빵만 뜯어 먹어도 맛있다, 셰프가

내추럴 식빵을 이용한 비프 스테이크 샌드위치 레시피를 알려주는 식부관 공식 인스타 계정. [사진 식부관 인스타그램]

변나래 매니저는 “어떤 음식으로 만들어도 가장 맛있는 빵을 만드는 게 식부관의 목표”라고 말했다. 식부관은 공식 인스타 계정(@sikbugwan)을 통해 식빵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법을 공유하고 있다. 어떤 재료가 필요한지, 어떤 종류의 식빵을 쓰는 게 적절할지 꼼꼼하게 알려준다. 식부관의 빵이 단순히 ‘맛있는 식빵’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식탁에 오르게 하기 위한 노력이다.

맨빵만 뜯어 먹어도 맛있다, 셰프가

막 구워져 나온 프렌치 토스트. 계란물에 이틀간 재운 뒤 팬에서 한 차례 시어링하고 오븐에서 다시 구워내는 과정을 거친다.

기본 식빵 외에도 흔히 ‘모닝빵’으로 불리는 번(bun)과 클로렐라·팥이 들어간 ‘슈렉빵’, 리치 식빵으로 만든 프렌치토스트도 판매한다. 식부관의 프렌치토스트는 우유·꿀·코코넛밀크 등 다양한 재료를 배합한 계란 물에 리치 식빵을 이틀간 재워뒀다가 구워낸다. 계란이 식빵 깊숙하게 배어 있어 유독 촉촉하고, 식빵 자체에 버터의 풍미가 강해 고소함이 살아 있다. 매일 10개씩만 한정 판매하는 샌드위치도 인기다. 반으로 잘라 구운 번 사이에 치즈·계란, 그리고 식부관에서 직접 만든 두툼한 베이컨이 들어간다.

맨빵만 뜯어 먹어도 맛있다, 셰프가

식부관이 직접 만드는 두툼한 베이컨이 특징인 샌드위치. 하루에 10개만 판매한다. [사진 식부관]

변 매니저는 “한정 샌드위치를 사려는 손님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하지만 매시간 대기해야 하는 정도는 아니다”며 “오후 3시 이전까지 오면 안전하게 모든 종류의 빵을 살 수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전화 예약도 받는다. 전날 오후 3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찾아갈 수 있다. 가게 문은 오후 7시에 닫는다.

 

글·사진=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